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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특집]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 “3D 유니버스, 위기의 제조업 재설계”

[창간 5주년 특집]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 “3D 유니버스, 위기의 제조업 재설계”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5.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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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 7세대, 제조업 위기 돌파구
생성형 AI, 이미지 너머 실제 제조를 만들다
한국 고객 인정하면, 글로벌 시장 반응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우리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AI가 실제 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우리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AI가 실제 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사람은 줄고, 할 일은 늘어나고 있다. 그럼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빠른 압축 성장을 이뤄낸 한국 경제의 심장부였던 제조업이 이제 인력 부족과 청년 기피 현상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의 라인은 이미 비어가고 있고, 중소 제조업체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며 버티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손이 부족해지는 시대, 산업을 지켜낼 대안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피지컬 AI’다. AI와 실제 공장 설비를 융합해 사람이 하던 일의 일부를 대신하거나,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제 AI는 단순히 데이터만 분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과 맞닿은 물리적 작동까지 확장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기술이 있다. 바로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의 기계, 제품, 공정을 가상 세계에 정밀하게 재현하는 기술로, 피지컬 AI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을 디지털 공간에서 먼저 설계하고, AI를 통해 수십,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적의 설계와 작동 방식을 도출한다. 그런 다음, 그 결과를 실제 생산 현장에 반영해 작동하게 한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이 결합하면 전례 없는 효과가 나타난다. 사용자가 텍스트로 “이런 기능과 구조를 가진 제품을 설계해줘”라고 입력하면, AI는 요구사항을 반영해 실제 생산 가능한 수준의 3D 설계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단순히 보기 좋은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면 수준의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다쏘시스템의 생성형 AI는 일반적인 생성형 AI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미지를 만드는 AI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다쏘시스템의 AI는 실제 제조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와 기능을 포함한 3D 데이터를 생성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설계한다고 했을 때, 외형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충돌 시 어느 부위가 찌그러지는지, 공기 저항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과거에 축적된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학습하고, 설계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점점 더 정교해진다. 이렇게 탄생한 3D 설계는 엔지니어가 실제로 생산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결국 AI는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설계·테스트 작업을 줄여주고, 사람은 보다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협업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이것이 다쏘시스템이 추구하는 ‘현장을 지키는 AI’의 실체다.

다쏘시스템은 항공기 설계로 시작해 45년간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어 왔다. 최근에는 회사의 7세대를 상징하는 ‘3D 유니버스’를 발표하며, AI와 버추얼 트윈을 결합한 차세대 제조 전략을 본격화했다. 단순히 CAD, PLM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AI를 활용해 제품의 기획·설계·생산 전 과정을 가상공간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디지털 제조 생태계의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과 생성형 AI는 실제 제조 현장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알기 위해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에서 정운성 다쏘시스템 대표를 만났다.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하고 정교한 데이터 기반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하고 정교한 데이터 기반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최근 제조업계에서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다쏘시스템은 AI를 제조업에서 어떤 위치에 두고 있고,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나.

“최근 AI 기술이 많이 관심을 받다 보니 다쏘시스템의 AI 전략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선 명확히 얘기하고 싶다. 우리는 AI를 최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우리의 AI 이야기를 하려면 다쏘시스템의 역사부터 조금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다쏘시스템은 1981년 설립됐다. 올해로 45년을 맞았다. 내부적으로는 지금을 7세대라 부른다. 1세대는 단순한 3D CAD였다. 항공기, 특히 전투기를 설계하는 데서 시작했다. 2세대는 조립 설계를 위한 디지털 목업이었고, 대표 사례가 ‘보잉 777’이다. 3세대는 그 설계 데이터를 관리하는 PDM, 4세대는 제품 수명 주기를 관리하는 PLM으로 이어졌다. 5세대는 제품 중심의 버추얼 트윈, 6세대는 사람 중심의 버추얼 트윈, 그리고 지금 7세대는 여기에 AI를 덧입힌 ‘3D 유니버스’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올린 것이고, 새로운 개념을 만든다기보다는 기존 기술 위에 AI를 입혔다고 보면 된다. 단순히 빠르게 가자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정밀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가자는 방향이다.”

- AI 기술의 본격적인 활용을 하는 지금이 다쏘시스템의 7세대 같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궁금하다.

“7세대는 버추얼 트윈에 AI를 결합한 단계다. 단순히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보는 걸 넘어, AI를 활용해 제품의 미래 모습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자동차나 항공처럼 무게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제너러티브 디자인(GD)’이라는 기술을 통해 무게는 줄이면서도 강도나 내구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자동차나 항공 분야에서는 중량이 정말 중요하다. 형상은 바꾸되, 강도나 내구성은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여야 한다. 이를 하려면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반복적인 모델링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사람이 다 했지만, 지금은 AI가 그걸 학습하고 반복해서 최적의 형상을 찾아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 것이 우리가 과거부터 진행해 온 AI의 전단계였고 지금은 생성형 AI로 본격 확장하고 있다.”

- 생성형 AI를 도입하면서 다른 AI 기업들과의 차별점은.

“요즘 많이 얘기되는 것이 LLM이다. 우리 역시 LLM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의 차별점은 고객이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제조업이라는 건 결국 수십 년간의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고객이 이미 체계적으로 축적해 온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다쏘시스템은 오랜 기간 동안 3D 설계(CAD), 디지털 목업(DMU), PDM, PLM, 버추얼 트윈 등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지금은 그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접목해 고객의 미래 경험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방식 츨면에서 보면, 요즘 많은 생성형 AI 회사들이 텍스트 기반에서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차별점은, 이 대화형 AI의 결과물을 엔지니어링 3D 형식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3D 설계 도면을 만들어낸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것은 단순히 그림 한 장 그리는 수준이 아니라, 정확하고 정교한 산업용 3D 데이터로 출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성형 AI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철저한 B2B 전략으로 움직였다. 기업 고객은 명확한 기준과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이 없으면 절대 AI를 쓰지 않는다. AI가 만들어낸 3D 설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이를 활용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우린 상당한 정밀도와 기술력, 제조 데이터 등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AI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전략이다.”

- 비슷한 서비스가 엔비디아 옴니버스다. 차이점이 무엇일까.

“사실 B2B,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하고 정교한 데이터 기반이 필수다. 그저 보기 좋게 시각화된 결과만으론 제조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기 어렵다. 물론 보기 좋고 사실감 있는 3D 모델,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3D 뷰도 그 자체로는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 마케팅이나 고객 설득용으로도 좋다. 하지만 제조업이 진짜로 원하는 건 그 이상이다. 자동차를 3D로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충돌했을 때 어떻게 찌그러지는지, 어떤 부위가 취약한지, 어느 부분을 더 보강해야 할지, 이런 걸 미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기역학 관점에서 연비나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그 시뮬레이션까지 포함되어야 진짜 가치가 생긴다. 이처럼 제조업에서는 제품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한 모든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 한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가상에서 모든 테스트를 완벽히 끝내고 실물은 한 번만 만들어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다. 현실에선 쉽지 않지만, 우리 다쏘시스템은 그런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리얼(현실)과 버추얼(가상)의 간극을 제로(0)로 만든다’ 이것이 우리 철학이다.”

- 최근 컴퓨터 안에 있는 AI를 실제 물리 세계에 적용하는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물리 세계를 가상으로 그대로 구현하는 버추얼트윈을 제공하는 다쏘시스템의 역할이 클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AI를 단순히 소프트웨어 안에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결국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쓰겠다는 움직이다. 다쏘시스템의 AI 활용 방안이 사실 여기에 있다. 아직 실제로 만들어보지 않은 제품을 가상 세계에서 먼저 만들어보고, 거기서 AI를 활용해서 훨씬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게 바로 AI의 역할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피지컬 AI는 단지 가상 시뮬레이션을 넘어서서,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기계나 장비가 데이터를 다시 AI에게 전달하고, 그걸 통해 AI가 또 학습하고 더 똑똑해지는 구조를 의미한다. 가장 먼저 이런 AI가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은 현장에 있는 각종 제조 기계나 설비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을 보면 아직도 생산 현장이 지배적인 산업이 많다. 반도체나 첨단 산업은 자동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현장이 많다. 특히 지금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현장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젊은 세대는 제조 현장에 들어가려는 비율이 낮다. 피지컬 AI는 지금 인구,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기계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사람을 보완하고 현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버추얼 트윈 기술이 있다. 다쏘시스템은 그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AI가 실제 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 피지컬 AI에서 버추얼 트윈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버추얼 트윈 기술은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실 세계의 기계나 제품, 공정을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재현해놓는 것이 바로 버추얼 트윈인데, 이를 통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도 가상에서 먼저 실험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정밀한 제품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우리다쏘시스템의 카티아(CATIA) 같은 플랫폼은 생성형 AI와 결합해 사용자가 대화형 방식으로 원하는 설계 방향을 입력하면 AI가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다. 단순히 3D로 예쁘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정확하고 엔지니어링 수준의 3D 모델로 결과물을 제공하는 게 차별점이다. 이런 기능은 제조나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 확보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일례로 작업 지시나 매뉴얼처럼 방대한 현장 문서를 AI가 학습해서, 과거의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오늘 조심해야 할 포인트를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안내해줄 수도 있다. 이미 기술은 충분히 준비돼 있고, 중요한 건 어떤 유스케이스로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에는 다쏘시스템 기술로 실제 여러 제품을 설게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이 센터는 전 세계에서 7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동원 기자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에는 다쏘시스템 기술로 실제 여러 제품을 설게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이 센터는 전 세계에서 7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동원 기자

- 다쏘시스템은 3D익스프리언스 플랫폼 등을 통해 제조 전 주기에 AI를 녹여냈다. 이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결국 핵심은 데이터다. 우리는 AI를 제조업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정교하게 구조화된 데이터 환경을 꼽는다. 우리 계열사인 메디데이터에서 의료 쪽, 특히 임상 분야에서 AI 적용을 이뤄낸 이유도 마찬가지다. 임상 데이터는 환자의 이력, 진단 정보, 약물 반응 등 모든 정보가 잘 정리돼 있고, FDA 승인 같은 외부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표준화가 잘 돼 있다. 이런 데이터를 ‘AI가 활용하기에 퀄리파이(qualify)된 데이터’라고 표현한다. 우리 다쏘시스템은 제조 분야의 이러한 데이터 환경을 잘 구축했다. CAD, PDM, PLM, 버추얼 트윈 등 기술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히 개별 툴을 넘어서 2012년부터는 플랫폼 중심의 데이터 통합 전략으로 전환했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이라는 이름처럼, 각각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따로따로 꽂아 넣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이렇게 플랫폼 기반에서 모든 제품 정보가 맥락을 가지고 연결되다 보니, AI가 학습할 수 있는 정형화된 데이터 스트럭처(구조)가 자연스럽게 갖춰졌고, 그 덕분에 AI를 더 빠르게, 더 정교하게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B2B 기업에서는 과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이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어떤 형태의 데이터로 남아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단순히 보관하는 수준이 아니라, AI가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구조화된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해놓았고, 그게 바로 저희가 제조 전 주기에 AI를 성공적으로 녹여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 앞으로 3~5년 안에 제조업은 AI로 인해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전통적인 제조업, 특히 기계 기반 제품 산업은 앞으로 AI를 통해 크게 지능화되고, 생산 속도와 품질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단순히 효율만 높아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제품 자체가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요즘 많이 얘기되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개념처럼 자동차도 이제는 소비자의 운전 스타일, 선호도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조절되고, 개인 맞춤형 기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도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나에게 얼마나 잘 맞춰주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AI는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더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는 AI가 맡고, 사람은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있는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되는 구조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소비자 경험 기반 제품으로 갈수록,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되기 때문이다. 그 아이디어는 여전히 사람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변화가 정확히 3년, 5년 안에 완성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제조업이 이런 AI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스케이스를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이건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와 산업 전반이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다쏘시스템도 이런 흐름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전 세계에서 축적된 우수 사례(best practices)를 한국 기업들과 공유하고, 그것을 한국 산업에 맞게 더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기여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런 것을 훨씬 더 빠르고 잘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나라다.”

- 최근 제조 기업들도 AI 전환(AX)에 대한 관심이 높다. AX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 준비’다.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얘기했만,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초 데이터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느냐가 핵심이다. 우리처럼 PLM, PDM, 버추얼 트윈 등을 통해 플랫폼 기반으로 데이터가 잘 구조화된 기업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필요한 건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지식들을 체계적인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 것이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그런 다음, 우리 회사에 맞는 AI 유스케이스를 발굴해야 한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AI 적용 영역은 어디인가?’를 진단하고 정리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 다음 단계는, 그런 유스케이스를 실제로 작동 가능한 시스템에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걸 넘어, AI가 작동해 실제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고, 데이터 관리도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진짜 중요한 건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다. 우리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기업들이 AI 전환을 빠르게 따라올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하고 함께 준비해나갈 것인가가 앞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한국의 경제 기반인 제조업의 AX를 지원하는 정부 노력도 필요하겠다.

“맞다. 사실 지금 AI 전환 상황을 보면 속도가 빠르다. 1~2년만 늦어도 시장에서는 뒤처진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지금 당장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 빠르게 접근하고, 실질적인 AI 응용이 가능하도록 돕는 실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AI를 접목시켜야 할 필요성이 굉장히 크고 시급하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지만,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여전히 기술 인프라나 데이터 정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단순한 정책적 메시지나 방향 제시를 넘어서, 이미 존재하는 AI 기술과 솔루션을 기업들이 보다 쉽게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실질적인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금 필요한 건 거창한 신기술 개발보다도 ‘지금 쓸 수 있는 AI를 내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와 실행이다. 현재도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속도와 체감도 측면에서는 훨씬 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AI 시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특히 제조업과 같이 기반 산업을 담당하는 분야에 있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빠르고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곳인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는 세계에 7개밖에 없다고 안다. 서울에 설립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쏘시스템이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를 서울에 설립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와 요구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쏘시스템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인정받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한국에는 이미 자동차, 조선 등 여러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고, 이 기업들이 보여주는 혁신 속도와 품질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다. 사실상 한국 기업들이 보여준 혁신은 굉장히 압축적이고 강력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단순히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리더로 도약한 배경에는 남다른 혁신 DNA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글로벌 전략에도 결정적인 참고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이곳이 단순한 쇼룸이 아니라  산업군별로 고객 맞춤형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 고객이 방문하면 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환경을, 전기전자 업계 고객이 오면 해당 분야에 맞춘 시나리오로 전환되는 구조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화면 기반으로 실시간 맞춤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의 산업에 최적화된 3D익스피리언스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 그리고 고객의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기술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 내 모습. 이 센터는 자동차 업계 고객이 방문하면 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환경을, 전기전자 업계 고객이 오면 해당 분야에 맞춘 시나리오로 전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김동원 기자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 내 모습. 이 센터는 자동차 업계 고객이 방문하면 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환경을, 전기전자 업계 고객이 오면 해당 분야에 맞춘 시나리오로 전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김동원 기자

- 당장 내일(29일) 서울 코엑스에서 3D익스피리언스 컨퍼런스 코리아 2025가 열린다. 이 행사의 의미는.

“이번 행사는 다쏘시스템이 올해 새롭게 발표한 7세대 플랫폼인 ‘3D 유니버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7세대 플랫폼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다쏘시스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AI가 본격적으로 탑재된 첫 세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행사에서는 우선 이 7세대 플랫폼이 왜 필요한지, 어떤 기술적 전환점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이 어떻게 통합돼 있는지,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이 창출되는지를 중심으로 다룰 계획이다. 또한 AI 기술이 단순히 시스템 내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 전 과정에 걸쳐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바꾸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전달드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제품군별로 기술적인 설명과 적용 방식도 상세히 소개된다. 다쏘시스템이 제시하는 미래 제조의 방향성과 기술적 진화의 정점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확인하실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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