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THE AI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AI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취재와 분석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에서는 국내외 AI 석학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러 전문가의 통찰과 비전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AI) 전략의 핵심은 모델도, 인프라도 아닙니다. 결국 얼마나 잘 ‘쓰고’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겁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의 말이다. 그는 AI 경쟁력으로 AI 전환 즉, ‘AX’를 강조한다. 지금 계속 강조되고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결국 AI 활용을 위한 ‘수단’일 뿐, 결국 목표는 ‘활용’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 사례를 자동차로 비유한다. AI의 파운데이션 모델은 자동차의 엔진이다. 지금 우리는 엔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엔진을 수입해 사용하더라도 자동차를 잘 만들어 수출하면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AI에서 자동차는 ‘활용’이다. 이 때문에 그는 지금 한국이 집중해야 할 방향은 모델 개발 자체가 아니라, 제조·국방·금융·의료 등 특화 산업에서 AI를 먼저 ‘잘 쓰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진은 필요하면 나중에 교체하면 된다. 지금 필요한 건 먼저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포티투마루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제조, 통신, 금융, 국방, 교육,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며 실질적인 AX를 이끌어왔다. 이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표, 차트, 설계도면 등 구조화된 정보를 분석하고 생성하는 멀티모달 에이전트를 상용화했고, 최근엔 MCP 기반 에이전트 빌더도 도입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AI는 이미 엔지니어 50명이 두세 달 걸리던 일을 열흘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며 “지금은 고민보다 실행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AI 3대 강국(G3)을 목표로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델을 만드는 국가’가 아니라 ‘모델을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가 되는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AI는 지금부터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AI를 잘 쓰는 나라가 결국 G3가 아니라 G1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검색 발전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엠파스에서 검색개발실 및 검색기획실 실장으로 근무했고,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아 검색 기술 전반을 총괄했다. 2015년에는 AI 기반 질의응답과 텍스트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포티투마루를 창업했다. 민간인공지능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하며 여러 정책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이준석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시 판교역 앞 광장에서 AI 관련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모더레이터를 맡은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와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포티투마루는 기업의 AI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은 에이전트 지원도 하나.
“최근 AI 에이전트에 관한 여러 솔루션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지난해 7월부터 얘기해 왔다. 한 세미나에서 ‘대형액션모델(LAM)로 돈 버는 AI’를 주제로 AI 에이전트의 실효성과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자체적으로 에이전트 빌더 솔루션과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몇몇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실제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데이터 커넥트를 활용해 슬랙 등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들었고, 최근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즉 AI 모델이 외부 데이터 소스 및 도구와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개방형 표준이 등장하면서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AI 에이전트 구축을 지원한다. 현재는 MCP 기반 에이전트 빌더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계다. 그런데 사실 LAM이나 AI 에이전트 자체보다는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도입이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이미 많은 부분이 AI 기반 에이전트로 전환된 상태지만, 한국은 이제 막 도입 단계라고 볼 수 있다.”
- 한국은 AI 에이전트 활용이 더딘 상황인가. 이로 인한 문제점도 궁금하다.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해외의 경우 이미 쇼핑몰 등 B2C 시장에서 AI 에이전트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업에서 API를 적극 공개해 에이전트가 상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쇼핑몰들은 API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쇼핑몰들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가 에이전트를 통해 간편하게 쇼핑을 하게 되면, 쇼핑몰 사이트에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매출들은 줄어들 수 있다. 일례로 에이전트 쇼핑이 진행되면 이를 구축하지 않은 쇼핑몰에선 사용자가 추천 상품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게 된다. 게다가 에이전트가 해외 쇼핑몰의 API를 이용해 더욱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추천할 경우, 국내 쇼핑몰의 고객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나 세일즈포스 등은 사용자의 AI 에이전트 구축을 지원하던데, 비슷한 서비스인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마이크로소프트나 세일즈포스 같은 기업들은 자사 도구와 플랫폼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기능을 지원한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는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와 영업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MCP와 같은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이 더 쉽게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는 이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기 보다 오히려 협력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가깝다. 현재 우리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MCP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오히려 개발과 통합이 더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구글의 자비스나 오픈AI의 오퍼레이터 등 타사 서비스 역시 주로 웹사이트나 B2C 영역에 집중되어 있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와는 영역이 다르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B2C 영역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파운데이션 모델 성능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단 염려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을 크게 확장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트업의 역할이 사라지거나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오히려 빅테크와 스타트업 간의 공생 관계가 더욱 명확해질 가능성이 높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강력한 AI 기술의 기본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 자체가 뛰어나다고 해서 차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에는 엔진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차체와 기능, 디자인 등이 필요하다. AI 분야도 마찬가지다.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 검색증강생성(RAG), 자연어이해(NLU), 자연어처리(NLP) 등 다양한 기술들을 결합해야 실제 비즈니스에서 유용한 서비스가 탄생한다. 이런 점에서 스타트업들은 빅테크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다양한 용도의 구체적이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스타트업은 빅테크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엔진으로 활용해 트럭이든 승용차든 스포츠카든 자신만의 특화된 차량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처럼 고유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 그런데 국가 입장에선 또 다를 것 같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맞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흔히 소버린 AI라고 얘기하는 기술적 주권 측면에서 보면 외교, 안보 등 민감한 영역에서는 외부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전략 차원에서 보면 자체적인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 최근 월드베스트LLM(WBL) 등 정책이 나오고 있던데. 우리나라에서 정말 가능할 것으로 보나.
“WBL 정책은 한국이 자체적인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AI 모델 개발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네 가지 요소가 필수적인데, 바로 자본, 인프라, 데이터, 인력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부족하다. 인프라 측면만 보더라도 해외는 이미 수십만 장의 고성능 GPU를 활용해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1만 8000장의 GPU를 확보하더라도 AI 선진국과 큰 격차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해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는 건 현실성이 낮다. 일회성 벤치마크 성적을 높여 일시적으로 ‘월드 베스트 모델’을 보유했다고 자랑할 수는 있을지언정 실제 시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러한 접근은 자칫 전시행정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진정한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국의 강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차별화된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 벤치마크와 같은 경진대회 성적이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적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것이 진짜 경쟁력과 연결되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벤치마크 중심 평가 방식이 진짜 경쟁력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구조는 문제 은행 방식, 그러니까 일종의 문제집 풀이에 가깝다. 일부 정해진 기준만 가지고 테스트하다 보니, 해당 문제만 잘 푸는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문제집만 잘 푼다고 해서 사회에 나가서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실제 업무 능력과 시험 성적 사이에 괴리가 있듯, 지금의 벤치마크 점수도 AI 모델의 실사용 경쟁력과는 거리가 크다. 시험을 잘 보는 것과 실제로 일을 잘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벤치마크에서 성적을 잘 내려면 모델을 공개해야 하고, 그러면 다른 팀이 그 모델을 가져다 약간만 튜닝해서 더 높은 점수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진대회가 ‘숟가락 얹기 게임’이 되고 있다. 이렇게 점수 올리겠다고 고가의 GPU 자원을 계속 써서 모델을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낭비다. 진짜 필요한 AI 활용은 우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적용 가능한 방향으로 학습을 돌리는 것이지, 점수 하나 더 올리겠다고 GPU 자원을 소모하는 건 산업에도 환경에도 도움이 안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한국이 AI 3대 강국(G3)이 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AI 전환, 즉 ‘AX’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AI 경쟁력을 평가할 때 흔히 모델 성능, 인프라 규모, 인재 수, 정부 정책 등을 중심으로 얘기하는데,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AI 발전의 ‘과정’에 대한 지표일 뿐이다. AI의 목표는 ‘활용’이다.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그때 AI 경쟁력의 기준은 ‘어떤 나라가 AI를 얼마나 잘 쓰고 있는가,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가’일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는 AI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보다는 ‘AI를 얼마나 잘 전환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들도 퍼블릭 도메인 중심으로 B2C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반면 AX, 즉 산업 현장과 기업 조직의 AI 전환은 아직 누구도 제대로 손대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이 먼저 들어가면 시장 선점 효과를 분명히 가질 수 있다. 과거 구글이 B2C 검색에서는 압도적이었지만, 엔터프라이즈 검색 시장에서는 엘라스틱 같은 솔루션들이 이미 자리를 잡아 구글조차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던 것과 유사하다.”
-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이 없어도 우선 AX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인가.
“파운데이션 모델과 같은 엔진은 당장은 미국산을 써도 된다. 중요한 건 그걸로 어떤 ‘차’를 먼저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느냐다. 엔진은 나중에 교체하면 될 뿐이다. 우리가 정말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면 그 후에 이를 사용하면 된다. 지금 한국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제조, 국방, 금융, 의료 같은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AI를 실질적으로 도입하고 전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보고서를 보면 범용 LLM보다 산업특화형 SLLM 시장이 향후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AI를 잘 만드는 나라보다, AI를 빠르게 전환해서 잘 쓰는 나라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해외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AX를 하면, 결국 외국 기업에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아직 제대로 된 자체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자원이 없다고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반도체를 만들려면 주석, 텅스텐 같은 희소 금속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원이 국내에 없다고 해서 반도체 산업을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AI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으로는 자체 모델을 보유하고 쓰는 게 맞지만, 그걸 어떻게 확보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현실적인 도구를 활용해서 실질적인 전환(AX)을 이루는 것이다. 불편하다고, 외국산이라고 안 쓰면, 결국 우리 산업이 뒤처지게 된다. KT가 스스로 자체 모델을 만들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한다고 해서 비판할 일은 아니다. 물론 KT는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기 때문에 자체 모델 확보에 더 적극적이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기업이기 때문에 실리적 판단을 하는 것도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체 모델 확보와 실용적 활용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외산 모델을 기반으로라도 AI 전환을 선도해 나가는 것,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내재화 전략을 차근차근 마련하는 것이라고 본다.”
- 포티투마루는 기업들의 AX를 어떻게 지원해 왔나.
“우리는 시작 단계부터 AX, 즉 AI 전환 중심의 전략으로 접근해 왔다.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잘 쓰일 수 있을지, 그 부분에 집중했다. 현재까지 우리 솔루션은 전자, 통신, 금융, 제조, 엔지니어링, 법률, 교육, 헬스케어, 국방, 공공행정 등 다양한 산업에 이미 적용돼 있다. 일례로 각 분야에 특화된 논문, 문서, 보고서, 케이스 기반 데이터를 학습해 실제 업무에 맞는 형태로 모델을 튜닝하고 적용해 왔다. 이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확장하고 있는 과정이다. 고객들이 실제로 AI를 도입하고, 내부 프로세스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AX는 단지 기술 적용이 아니라, 고객 조직이 AI로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에서 이 전환을 계속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다.”
- AX를 하려는 기업들은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예산 문제부터 시작해서, 과연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비용 대비 효율은 얼마나 나올까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AX 도입 효과는 분명하다. 지금의 AI는 예전 기술들처럼 ‘생산성 20~30% 향상’ 수준이 아니다. 90%, 99%까지도 향상되는 구조다. 엔지니어 50명이 두세 달 걸리던 작업을 AI 기반 워크플로우로 돌리면 열흘 만에 끝낼 수도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어떻게 더 극대화할 수 있을지, 비용을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정작 실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민보다 실행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AI는 지금 당장 도입해도 ‘효과가 명확한 기술’이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후에 더 정교하고 고도화된 AI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지금은 실행이 곧 경쟁력이다.”
- 최근 이미지, 동영상을 분석해 성과를 내는 기술들도 출현하고 있다. 멀티모달 쪽 계획이 있나.
“멀티모달 영역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요즘 트렌드를 보면 이미지나 영상 기반 생성에 특화된 스타트업들도 많다. 예를 들어 트웰브랩스는 처음부터 동영상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기획했다. 하지만 우리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 생성이나 그림 그리기보다는 실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도표, 그래프, 표, 차트, 설계도면 같은 구조화된 시각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표, 그래프, 차트 등은 AI가 잘 해석하고 생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고, 도면 분야는 아직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가 많지만, 꾸준히 연구 중이다. 도면의 경우, 기업 내부의 민감한 설계 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학습용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관련 데이터셋이 공개되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다. 게다가 이런 멀티모달 추론에는 단순한 이미지 인식 이상으로 복합적이고 정교한 추론 능력이 요구된다.”
- 멀티모달 쪽은 추론이 중요할 것 같다. 추론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데이터다. 우리는 지금도 멀티모달 추론 관련해서 COT(Chain of Thought) 기반 데이터 구축을 실험하고 있는데, 문제는 한국어로 된 양질의 COT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추론형 AI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고품질의 한국어 COT 데이터나 합성 데이터가 필수인데, 이건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구축해 줘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동안 ‘데이터 댐’을 추진하다가 정책적으로 중단되면서, 현재 한국은 명확한 데이터 정책 부재 상태다. 지금이라도 국가적으로 AI 추론과 멀티모달 분야에 필요한 고도화된 데이터셋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산업 전반에서 진짜 쓸 수 있는 멀티모달 AI가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 최근 해외 기업과 대학에서는 LLM 다음의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LLM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지금의 트랜스포머 기반 구조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LLM은 확률 기반의 생성 구조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완벽한 정밀도를 구현하기 힘든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LLM의 확장성은 넓어질 수 있지만, 정확성과 신뢰성, 특히 전문성 있는 도메인 추론은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기관에서는 이러한 정문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정밀한 추론형 모델을 새롭게 설계하는 방향이다. 만약 이런 새로운 베이스 모델이 등장하게 되면, 지금처럼 수십조 원씩 투입해 훈련한 기존 LLM들이 기술 구조 자체가 전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기계적인 엔진 구조 위에 수많은 부품과 기술을 쌓아올렸지만,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축적이 무용지물이 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AI 베이스 모델이 등장하면 LLM에 기반한 기존 투자도 상당 부분 무효화될 수 있다. 물론 데이터를 재활용하거나 일부 기술은 전이시킬 수 있겠지만, 구조가 바뀌면 게임의 규칙 자체가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국가적으로 현명한 정책이 필요하겠다.
“맞다. 지금처럼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단순히 따라가는 전략이 아니라, 한발 앞선 ‘넥스트 스텝’에 대한 국가적 고민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기존 트랜스포머 기반 LLM 이후의 기술 구조, 예를 들어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AI 모델에 대한 국가적 R&D 컨소시엄이 구성돼야 할 때라고 본다. 기업, 학계, 연구기관이 모두 힘을 모아서, 우리가 다음 세대의 엔진을 직접 설계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선도적 시도가 있어야 나중에 우리가 단지 기술을 ‘수입해 쓰는 나라’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술을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단기 성과 중심의 벤치마크 경쟁보다는 기술의 방향성과 구조를 설계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 앞으로 3~5년 안에 AI로 인해 산업 현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AI를 못 쓰는 사람의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정말 이렇게 된다고 본다. 우리 조직도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3년 뒤를 목표로 전 직원의 80%를 ‘AI 직원’, 즉 AI 에이전트가 차지하는 조직 구조를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 기존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프로젝트 단위로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은 그 위에서 조율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력 감축’은 아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AI를 활용해서 생산성과 프로젝트 처리량을 극대화하고, 그만큼 매출과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의 산업 변화도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고, 기업과 개인 모두 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차기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국가 AI 전략,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할까.
“계속해서 강조해 왔듯이, AI 전략의 핵심은 AX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모델이든 인프라든,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모델은 수단이고, 인프라도 수단일 뿐이다. 결국 국가가 AI 정책을 펼치는 목적은 AI를 잘 ‘만드는 나라’가 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나라’가 되는 데 있어야 한다. 지금 일부 정책 방향을 보면, 모델 개발이나 인프라 확보 자체가 마치 최종 목표처럼 설정돼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건 수단일 뿐, 진짜 중요한 건 ‘그래서 그걸 어디에 어떻게 쓸 건가’이다. AX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모델과 인프라를 갖춰도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AX를 먼저 하고,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AI를 적용해 성과를 내는 국가가 되는 것이 진짜 G3, 아니 G1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인프라나 GPU 자원도 꼭 고가의 H100 같은 초고성능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도 실제 산업 도메인에 적용할 때는 상대적으로 저가의 GPU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차기 정부가 가져야 할 AI 방향은 ‘AX 중심’의 실용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경쟁, 모델 성능 경쟁보다 중요한 건 국가 전체가 AI를 얼마나 유연하게, 똑똑하게 잘 쓰고 있는가이다. 그런 나라가 진짜 AI 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