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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특집] 김지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 “난임 특화 AI, 韓 저출산 극복 해결책”

[창간 5주년 특집] 김지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 “난임 특화 AI, 韓 저출산 극복 해결책”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3.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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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표준화된 ‘맞춤형 치료’ AI가 이끌어
환자 데이터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구현, 치료 가능성 높이는 기술 개발
환자 우울증 문제 심각… 난임 특화 LLM 만들 기반 갖춰져야

[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THE AI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AI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취재와 분석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에서는 국내외 AI 석학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러 전문가의 통찰과 비전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김지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선 지역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표준화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현대 의학은 명의를 원하지 않습니다. 표준화된 치료를 원하죠. 난임 분야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김지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선 지역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표준화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난임 분야 AI 기술을 고도화해 환자가 어디서든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출산율 저하라는 국가 위기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24만 9200명)보다 1만 9200명(7.7%) 줄었다. 2016년엔 40만 6200명으로 40만 명을 웃돌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 7800명을 기록한 후 2020년 27만 2300명으로 지속 줄었다. 2022년엔 24만 9200명으로 25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0.06명 줄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의 저조한 출산율은 세계에서도 관심이 크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2023년 한 공중파 방송에서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고, 그해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사라지는가’라는 칼럼을 게재하며 한국 인구 감소 수치가 14세기 유럽 인구 절반가량을 사라지게 한 흑사병을 능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는 올해 2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 미디어 세션에서 “한국의 출산율은 0.7명 수준으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출산율 2.1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출산율 저하 문제의 해결책으로 난임 치료가 꼽히고 있다. 출산하고 싶지 않은 이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치료 확대가 실질적인 출산율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난임 시술 환자는 2018년 23.4명에서 2022년 27.3명으로 16.9% 늘었다.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22년 14만 458명으로 2018년(12만 1038명)보다 16% 증가했다. 결혼연령 증가, 스트레스, 환경 호르몬,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한 난임 환자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갈수록 늘어나는 난임 환자의 치료를 위해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와 각 지역과 병원의 표준화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AI와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난임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들의 심리적 치료까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지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은 “난임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동원 기자
김지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장은 “난임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동원 기자

-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방안으로 난임 치료가 꼽힌다. 난임 치료 전문가로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

“난임 치료는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 아니다. 단순한 의학적 개입이 아니라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일례로 난임은 정서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3년 전쯤 난임 환자들의 정서에 관해 설문했는데, 우울증 진단 척도가 심했다. 우울증을 겪는 환자 절반 이상이 중증 우울증이었다. 임신하고 출산을 하면 우울증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출산한 환자의 20%도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난임 치료 과정이 힘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의사는 환자와 동반자라는 인식을 안고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치료를 수행할 수 있게 서포터 개념으로 치료에 접근해야 한다. 정서적인 부분부터 실제 임신과 출산까지 모두 환자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신체와 심리 모두 건강한 치료가 될 수 있다.”

- 맞춤형 치료를 고도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난임 치료는 무엇보다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인 ‘트라이 앤 에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찾기 위한 시도를 줄여야 한다. 여기선 AI 개념이 중요하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AI의 장점은 지역과 환경에 상관없이 표준화된 치료를 하게 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은 명의를 원하는게 아니다. 어디서든 표준화된 올바른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궁극적인 최적의 치료를 제시하는데 조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도 마음 편히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난임 분야 AI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 현재 난임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AI 기술은 무엇이 있나.

“난임 치료 과정은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 즉 의사결정 과정의 연속이다. 의사결정 내용을 나무 모양(디시전 트리)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결과가 수천 가지로 나온다. 이중 환자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대표 사례가 난자와 정자 선별이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선 이 선별을 잘해야 한다. 현재 AI 기술은 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AI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배아 이식이라는 순리는 사람이 해야 한다. 사람이 A, B 중 고민할 때 이를 객관화 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AI 역할이다. 최근 AI 기술은 사람이 내린 점수와 유사한 수준으로 점수를 낼 정도로 발전했다. 기술 발전이 놀랍긴 하지만, 여전히 배아 선별은 연구원들이 합의한 내용으로 하고 있고, 의사결정이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경우 AI 도움을 받고 있다.”

- 난임 치료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안다. AI 관련 연구도 있나.

“디지털 트윈과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 난임 치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연구를 했다. 쉽게 말해 환자 생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치료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환자의 모든 정보를 다 데이터화한 다음 이를 디지털에 똑같이 만들어 검사 등을 한다. 이를 통해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사전에 검증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일례로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할 때 침습적인 검사가 이뤄진다. 배아 특정 세포를 채취해 유전적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것인데, 침습 방법을 이용하면 배아에 일부 손상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검사를 디지털 공간에서 하면 배아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이상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AI 기술이 사람을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면, 이 연구는 사람이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AI가 학습해 새로운 지표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재 개발은 완성한 상태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에 관한 관심이 높다. 이를 난임 치료에 활용할 수도 있을까.

“24시간 난임 환자와 소통하는 난임 특화 대화형 AI를 만들 수 있다. 난임 환자들은 궁금한 점도 많고 치료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다. 이 때문에 환자와 전화, 카톡 등을 통한 상담을 하고 있다. 이를 응용해 의사들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난임 특화 대화형 AI를 만들면 환자들의 질의에 보다 전문적인 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래도 환자들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불안하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찾아본다. 최근엔 따로 카톡 대화방 등을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서로 위로하고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정보가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난임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을 만든다면 환자들이 더 전문적인 정보를 알면서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sLLM을 구축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난임 분야 예산은 높지 않다. 생명의 위협과 관련된 질병보다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아서다. 이 분야에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 AI가 아니더라도 난임 분야 연구에서 계속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안다. 최근엔 PRP(자가 혈소판 풍부혈장) 치료를 활용한 난임 여성의 자궁 내막 개선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PRP는 정형외과나 스포츠 의학에서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고 재생을 돕기 위해 사용된 치료법이다. 환자의 혈액을 원심 분리해 혈소판이 농축된 혈장을 추출한 뒤, 이를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혈소판에는 조직 재생을 돕는 다양한 성장인자가 포함돼 있어, 손상된 부위에 주입하면 혈관 형성을 촉진하고 조직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난임에 응용한 결과 자궁 내막과 난소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자궁 내막이 얇아 착상이 어려운 경우, PRP를 자궁 내막에 주입하면 혈류 개선과 조직 재생을 통해 내막 두께를 증가시키고,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30% 이상의 환자에게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PRP는 조기 폐경이나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해 난자가 잘 생성되지 않는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난소에 PRP를 주입하면 혈류가 개선되고 난소 조직이 건강해지면서, 난자의 질과 수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이 치료는 시술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접근성이 좋아, 난임 환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 난임 치료 발전을 위해 차병원에선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인가.

“난임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 이유는 출산 연령이 늦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 연령이 빨라질 것으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 연령은 더 늦어질 수 있고 여러 환경 요인으로 임신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우리는 난자가 단 한 개여도 임신, 출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연구를 할 예정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난자 동결이다. 젊었을 때 난자를 잘 확보해 놓고 추후 필요할 때 해동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해동 이후 시술에 대한 기술력을 더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난자 동결로 100% 임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 디테일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공 난자나 자궁 등을 통해 누구나 임신을 원하면 다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싶다.”

- 끝으로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부의 잘못이 아니다. 여성의 잘못도 남성의 잘못도 아니다. 환자들은 난임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신의 잘못을 찾는다. 어떤 운동을 해야 좋은지,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좋은지 등을 찾으며 자책한다. 오히려 마음 편히 갖는 것이 더 치료가 좋다. 주치의에 대한 믿음을 갖고 함께 이겨내길 바란다. 주변에서 지원은 필요하다. 무엇보다 남편의 신뢰와 믿음, 지원이 필요하고, 직장에서도 도와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 난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고, 공무원들은 보장이 된다. 하지만 일반 직장에서 난임 휴가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난임은 단기 집중 치료라는 것이다. 해당 기간에 집중해야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가정과 직장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직장에 비밀로 하고 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건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면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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