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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AI 현장] 물리적 시제품은 옛말… 애플·다쏘시스템이 만든 ‘제조 혁신’

[더AI 현장] 물리적 시제품은 옛말… 애플·다쏘시스템이 만든 ‘제조 혁신’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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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프로와 다쏘시스템 버추얼 트윈의 만남
2D 모니터 한계 극복… 실물 크기로 설계 검증
한국·중국 공장, 같은 3D 모델 보며 동시 회의

백강민 다쏘시스템코리아 카티아 인더스트리 프로세스 컨설턴트가 애플 비전프로를 착용하고 ‘3D 라이브’를 시연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백강민 다쏘시스템코리아 카티아 인더스트리 프로세스 컨설턴트가 애플 비전프로를 착용하고 ‘3D 라이브’를 시연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경보음이 울리고 로봇 팔이 멈췄습니다. 비전프로를 쓰면 고장 난 부분이 붉은색으로 보입니다.”

14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옥에 위치한 다쏘시스템코리아 3D익스피리언스센터. 애플 비전프로를 쓴 백강민 다쏘시스템코리아 카티아 인더스트리 프로세스 컨설턴트가 허공에 뜬 로봇에 다가가자, 화면에 고장 지점과 로봇 팔이 다시 움직일 ‘예상 경로’가 나타났다.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이 애플과 손잡고 만든 제조업용 앱 ‘3D 라이브’의 첫 국내 시연이다.

◇ 설계 데이터를 실물 크기로… “2D 화면의 한계 넘는다”

다쏘시스템은 40년간 제조업체들에게 3D 설계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온 기업이다. 12개 산업 분야에서 37만 고객이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으로 자동차, 항공기, 산업 기계 등을 설계한다. 문제는 아무리 정교한 3D 모델을 만들어도 결국 2D 모니터로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현진 다쏘시스템코리아 3D익스피리언스센터장은 “3D로 설계했는데 2D 화면에서 소비되니 실제 같은 현실감을 느끼기 어렵다”며 “첫 번째 물리적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전까지는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고, 시장 출시도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3D 라이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쏘시스템과 애플이 함께 개발한 앱이다. 다쏘시스템 플랫폼의 설계 데이터를 애플 비전프로로 불러와 실물 크기로 공간에 띄운다. 5미터짜리 자동차는 5미터 그대로, 항공기 엔진은 실물 크기 그대로 눈앞에 나타난다. 사용자는 손동작과 시선만으로 모델을 돌려보고, 부품을 확대하고, 설계를 수정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버추얼 트윈을 포토리얼리즘 수준으로 렌더링해서 보여주고, 가상 환경에서 설계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며, 원격에서도 팀 간 협업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종이 매뉴얼부터 로봇 수리까지… 공장 현장이 바뀐다

백 컨설턴트의 첫 번째 시연은 공장 현장에서의 활용 사례였다. 비전프로 화면에는 부품과 나사 사용법, 내부 부품 분리 순서가 3D 애니메이션으로 단계별로 나타났다. 실제 동작처럼 구현돼 작업자가 따라하기 쉽다. 김 센터장은 “기존 작업 현장은 여전히 종이 작업지시서를 쓰기 때문에 변경 내용이 즉시 반영되지 않거나 도면이 직관적이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전프로를 착용하면 버추얼 트윈 공간에서 내부 부품 수리 등의 방법을 교육할 수 있다. /김동원 기자
비전프로를 착용하면 버추얼 트윈 공간에서 내부 부품 수리 등의 방법을 교육할 수 있다. /김동원 기자

작업자가 자주 실수하는 단계는 자동으로 기록돼 교육 자료를 개선하는 데도 쓸 수 있다. 베테랑 직원이 퇴사해도 VR 교육 콘텐츠로 노하우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시연에서는 생산 라인의 로봇 팔이 실물 크기로 나타났다. 경보음과 함께 로봇이 멈추자 고장 부위가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로봇이 다시 움직일 때의 예상 경로도 화면에 나타났다. 작업자는 이를 보고 어느 위치에서 수리하는 게 안전한지 판단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손을 뻗어 고칠 수 있는 높이인지, 로봇 쪽으로 접근할 때 안전한 동선인지, 로봇이 다시 움직일 때 충돌 위험이 없는지를 미리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장에서 대형 설비가 고장나면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춘다. 숙련된 엔지니어가 현장에 가서 문제를 파악하고 수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든다. 김 센터장은 “버추얼 트윈으로 위험 요소를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어 신규 인력이 반복적으로 대응 절차를 익히고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다쏘시스템코리아 3D익스피리언스센터장은 “버추얼 트윈으로 위험 요소를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어 신규 인력이 반복적으로 대응 절차를 익히고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김현진 다쏘시스템코리아 3D익스피리언스센터장은 “버추얼 트윈으로 위험 요소를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어 신규 인력이 반복적으로 대응 절차를 익히고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기자

◇ 비행기 좌석마다 온도 다르다… “프로토타입 비용 대폭 절감”

마지막 시연은 항공기 내부 설계였다. 백 컨설턴트가 비전프로를 쓰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앉자 주변 공간이 펼쳐졌다. 좌석 간격을 확인하고, 창문을 여닫고, 다리를 뻗을 공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실제 탑승객의 시점에서 설계를 검토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탑승자가 체감하는 요소를 즉시 비교하고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제조사들은 그동안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레이아웃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버전의 목업(실물 모형)을 제작해야 했다. 한 번 만들 때마다 수억 원이 든다. 이 작업을 가상 환경에서 진행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장면이 이코노미석으로 바뀌자 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 펼쳐졌다. 객실 내 공기 흐름이 색깔로 표시됐다. 에어컨 바람이 잘 도는 좌석은 파란색, 환기가 안 되는 자리는 빨간색으로 구분됐다. 김 센터장은 “어느 좌석이 제일 덥고 추운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비전프로를 착용하면 버추얼 트윈 공간에서 비행기 내부 디자인을 쉽게 바꿀 수 있다. /김동원 기자

와이파이 전파가 객실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도 선으로 시각화됐다. 전파가 약한 구간이 선명하게 보였다. 설계자는 이를 보고 신호가 끊기지 않게 와이파이 장비를 어디에 추가 설치할지 결정할 수 있다. 기내 조명의 밝기 분포, 소음이 큰 좌석과 조용한 좌석의 위치도 색깔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항공기 프로토타입을 사양별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상상 이상”이라며 “이제 가상 환경에서 실제 경험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점검, 직원 교육, 사용자 가이드, 체험형 마케팅까지 모두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3D 라이브를 통해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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