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THE AI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AI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취재와 분석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에서는 국내외 AI 석학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러 전문가의 통찰과 비전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AI)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챔피언’이 현장에 필요한 AI를 만들어가면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5년 이내 AI가 없으면 업무를 하지 못하는 시대가 옵니다.”
성인 교육 콘텐츠 시장에서 AI 관련 교육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성인 AI 교육 매출 비중이 1년 반 만에 5배 가까이 뛴 것만 봐도 개인들이 이미 AI를 배워 현업에 적용하려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조직 차원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AI를 비롯한 신기술은 이미 실무 현장에서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흡수하고 적용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기업 전체가 AI에 대한 재교육을 이행하는 데가 드물고 이러한 느린 조직의 변화 속도가 오히려 성인 교육 시장 수요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성인 교육 시장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 다르다. 시험이나 성적 중심이 아닌 실질적 성과와 효율 향상을 두고 교육 콘텐츠를 구매한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성인 교육은 자본재적 성격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들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그 이상 효용을 얻어야 교육을 선택한다”며 “AI는 이미 업무의 기본 도구가 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데이원컴퍼니는 성인 교육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패스트캠퍼스’, ‘콜로소’, ‘레모네이드’, ‘스노우볼’ 등 4개 사내독립기업(CIC)을 운영하고 있다.
AI 교육 수요가 높아지면서 데이원컴퍼니의 4개 CIC 가운데 AI 교육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는 패스트캠퍼스는 AI 관련 교육 강의를 월 20개 이상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AI가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AI를 일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직장인을 위한 700가지 AI 활용법이 한 달 만에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이에 대한 궁금증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일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중심에 있다고 봤다. “앞으로 AI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같이 모든 직장인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본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 교육에서도 분야별 AI 챔피언을 양성해 현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엑셀과 워드를 배워야 했고, 2008년대 초반 스마트폰과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영상 제작, 모바일 콘텐츠 학습이 폭증했다”며 “AI도 똑같은 사이클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민 대표를 만나 성인 교육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AI 기술이 성인 교육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AI 기술이 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 흐름을 전체적으로 3~4년 주기로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학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과거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처럼 생성형 AI의 등장은 전문가 중심 기술을 벗어나 일반 사람들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AI를 배워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교육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등장하고 있고, 이를 만드는 사람, 이를 활용하는 사람 등 모두가 AI를 알고 싶어한다. 마치 골드러시 시기에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 엄청난 이득을 본 것처럼 AI 교육 시장도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
- AI 분야 성인 교육에 대한 수요는 어떠한가.
“AI 교육 수요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기술 트렌드보다 빠르다. 과거 광고 콘텐츠나 모바일 콘텐츠 수요가 천천히 올라왔던 것과 달리 AI 관련 교육 과정은 도입 1년 남짓 만에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전에는 아무리 영상 시대의 교육 과정에 수요가 아무리 높아도 전체 매출의 30%를 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산업에 도입되기 전에 먼저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 콘텐츠를 선행 제작하고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자들이 AI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실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라 교육을 찾고 있다. 이 수요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서 증가하고 있다. 실무 현장에도 AI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답을 못 찾고 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콘텐츠들도 현장 활용을 예측해 기획하고 고민해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 데이원컴퍼니는 글로벌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AI 성인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인가.
“체감상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일본, 미국, 한국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AI를 업무에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 가장 높고 일반인들이 챗GPT를 능숙하게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실용적 활용이 부족하고 미국도 AI를 업무에 고도화해 쓰는 경우는 드물다.”
- 현재 개발 중인 AI 관련 교육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나.
“분야별로 다양하다. 현재 한 달에 약 20개의 AI 기반 교육 콘텐츠를 새롭게 런칭하고 있다. 그 안에는 의료, 법률 등 도메인 전문가를 위한 AI 교육, 일반 직장인을 위한 생산성 향상 교육, 개발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 중심의 교육 등 세 가지 축으로 분류된다. 엔지니어링 관련 교육 수요가 가장 크다. 기업들이 AI 환경을 빠르게 도입하면서 개발자 중심의 수요가 매우 긴급하고 실질적이다. 동시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메인 전문가를 AI에 적응시켜 ‘AI 챔피언’으로 육성하려는 흐름도 매우 활발하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는 법무 계약서 검토 업무처럼 반복적이고 패턴화된 업무를 AI로 처리하면서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 AI 시대의 교육 모델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성인 교육은 더 빠르고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는 지금껏 기술이 도입돼 교육이 변화해 온 과정과 유사하다. 교육 기업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기업은 사람들의 요구를 파악해서 즉각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측은 조심스럽지만 AI는 당분간 강력한 보조 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앞으로 4~5년 안에 지금 컴퓨터 없으면 일을 못 하듯 AI 없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
- 데이원컴퍼니는 AI 기술을 기업 내부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챗GPT 같은 일반적인 AI 서비스를 각 업무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 B2B 서비스로 ‘스킬 매칭’이라는 인사관리(HR)용 서비스를 AI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스킬 매치’에 AI를 적용해 채용공고 17만 건을 분석하고 직무별 기술 스택과 수준을 정리해 평가 문항을 자동 생성하게 했다. 기존엔 수억 원이 들던 직무 진단 도구를 AI로 저비용·고효율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가 만든 문항은 전문가가 검토 후 활용된다. 스킬 매칭은 기업에 직원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 교육까지 제공하고 있다.”
- 미래 성인들이 갖춰야 할 핵심 소양은 무엇인가.
“결정하는 능력이다. 결정하려면 좋은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본인이 원하는 깊이 있는 답변인지 스스로 기준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기준을 만들 수 있으면 타인에게 일을 잘 맡길 수 있고 결과물에 대해 적절한 평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턴에게 일을 줄 때 어떤 수준의 결과물을 기대하는지 기준이 있어야 효과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AI 시대에는 이런 기준 설정 능력과 논리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그 결과가 유의미한지 판단하려면 결국 사람이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으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수정 요구를 정확히 한다. 앞으로는 누구나 각자의 업무에서 의사결정자가 돼야 하는 시대이기에 좋은 기준을 세우고 요구하는 능력이 핵심 소양이 될 것이다”
- 향후 1~2년 안에 AI 기술로 인해 성인 교육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신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학습을 해야 되는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AI 활용 교육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미 증가세에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AI 인프라 도입을 위한 기술 교육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PC가 도입되면서 엑셀과 워드를 배워야 했고, 2008년대 초반 스마트폰과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영상 제작, 모바일 콘텐츠 학습이 폭증한 것처럼 AI도 똑같은 사이클 위에 있다. 대기업, IT 중심 회사부터 AI 도입이 시작됐고 제조업 말단까지 확대되기까지는 약 5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는 전 국민, 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I 관련 교육 수요가 꾸준히 존재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 5년 이후 AI 교육 수요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AI 교육 수요는 약 4~5년간 유지될 것이라 본다. 사실 기술 영역에서 4~5년을 바라보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마켓 리포트조차도 월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기술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대한 빠르게 시장 반응을 보려고 노력한다. 이후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처럼 AI가 아닌 다른 트렌드로 전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거 머신러닝에서 온라인 마케팅, 영상 제작, 재테크, 개발자 취업 콘텐츠로 교육 트렌드가 이동해 왔던 것처럼 AI 이후 새로운 트렌드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 이후의 교육 모델은 신중히 지켜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I가 커다란 변화이긴 하지만 과거에도 있었던 커다란 변화들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변화는 아니다. 이에 과거의 사례들 속에서 충분히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데이원컴퍼니도 이러한 태도로 움직이고 있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도 과거 기술 변화들이 어떻게 산업 전반에 침투해 왔는지를 되짚어보면 지금 AI가 어떤 영향을 줄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