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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특집] 박규병 튜닙 대표 “AI는 AI만의 세계가 있다”

[창간 5주년 특집] 박규병 튜닙 대표 “AI는 AI만의 세계가 있다”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4.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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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존, 실재하는 AI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
사람과 AI 일대일 대화, 앞으로 다수 챗봇과 대화로 바뀔 것
AI로 인한 일자리 위협 심각… 인식과 교육 바뀌어야

[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THE AI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AI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취재와 분석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에서는 국내외 AI 석학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러 전문가의 통찰과 비전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박규병 튜닙 대표는 “사람은 사람의 장점이 있고, AI는 또 AI가 주는 장점이 있다”며 “사람의 시선대로 AI를 생각해선 안 되고 AI는 AI만의 규범을 두고, 사람은 또 사람만의 규범을 둬 서로 다른 존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규병 튜닙 대표는 “사람은 사람의 장점이 있고, AI는 또 AI가 주는 장점이 있다”며 “사람의 시선대로 AI를 생각해선 안 되고 AI는 AI만의 규범을 두고, 사람은 또 사람만의 규범을 둬 서로 다른 존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튜링 테스트는 필요 없습니다. 인공지능(AI)이 사람과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AI는 AI만의 세계가 있고, 인간은 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박규병 튜닙 대표의 말이다. 그는 앞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AI가 반드시 사람 같아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는 AI가 잘하는 영역이 있고, 사람은 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만큼 일종의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가 사람과 같아야 한다는 인식은 지속 있었다. 대표 사례가 튜링 테스트다. 이 테스트는 앨런 튜링이 1950년 철학 저널 <마인드>에 게재한 ‘계산 기계와 지성’이라는 논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사람이 대화 상대가 컴퓨터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말한다면 지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분류법은 추후 튜링 테스트란 이름으로 여러 AI를 평가하는 방법이 됐다. 최근 등장한 챗봇 등도 모두 사람과 유사하게 대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심지어 사람 모습인 아바타로 만들어진 챗봇도 등장했다.

박 대표는 현재 AI 기술 발전 수준을 봤을 땐 더 이상 AI가 사람 같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AI가 이미 많은 부문에서 사람의 능력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챗GPT가 대표 사례다. 이 AI는 사람이 질문을 던지면 간단한 답의 경우 1초 내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생각을 하고 답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여기서 누가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의 답변이 느리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민 상담을 한다고 가정하면 AI는 빠르게 답을 하지만, 사람은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느껴지는 진심은 다르다.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진정 고민을 한 후 답을 하지만 AI는 형식적으로 답을 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AI한테 생각하는 일정 시간을 주고 답을 하라고 지시할 수도 없다. 박 대표는 “사람은 사람의 장점이 있고, AI는 또 AI가 주는 장점이 있다”며 “사람의 시선대로 AI를 생각해선 안 되고 AI는 AI만의 규범을 두고, 사람은 또 사람만의 규범을 둬 서로 다른 존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 발전 이후 사용자가 늘면서 AI와 사람을 다르게 보는 인식이 많아졌다”면서 “사용자는 과거보다 더 현명하게 AI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AI 활용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았다. 지금은 챗GPT와 같이 사람과 AI가 일대일로 대화하지만, 앞으로는 다수의 AI와 다수의 사람이 함께 대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튜닙은 자체 개발한 ‘디어메이트’ 플랫폼에서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이러한 환경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박규병 대표는 국내 자연어처리(NLP) 전문가로 불린다. 카카오의 AI 조직이었던 카카오브레인의 창립 멤버로 NLP 팀을 이끈 바 있다. 그와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튜닙이 운영하고 있는 디어메이트 플랫폼의 모습.
튜닙이 운영하고 있는 디어메이트 플랫폼의 모습.

-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AI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까지 우리는 AI가 사람과 같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AI 성능 평가를 할 때 사람과 비교하는 평가가 많았던 것이 대표 사례다. AI는 사람처럼 말해야 했고, 개발자들은 AI를 어떻게 하면 사람처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AI는 AI만의 세계가 있고 인간은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AI는 사람이 질문하면 즉각 답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사람 같지 않다고 좋아하지 않는 이도 있다. 반대로 사람은 AI처럼 즉각 답을 할 수 없다 보니 대화와 상담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도 생겼다.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람은 사람의 규범이, AI는 AI만의 규범이 있다. 사람이 AI를 닮을 필요도 없고, AI가 사람을 닮을 필요도 없다. AI가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사람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며 긍정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일반 소비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제는 AI가 실재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냥 기술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러면 질문이 바뀐다. ‘어떻게 하면 AI 시대에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AI는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창의적인 일까지 침범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건 AI가 못하겠지’라고 했던 디자인, 번역, 창작조차 시간문제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반복적인가’다. 반복되는 일이라면 대체된다. 반대로 질문을 잘 던지고, 맥락을 이해하고, 새로운 조합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그게 소비자가 준비해야 할 자세다.”

- 아이들의 교육 방향도 바뀌어야겠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좋은 대학 가는 것’에 너무 집중돼 있다. 그런데 그건 AI 시대에 의미가 없다. 지식을 외우고, 문제를 잘 푸는 건 AI가 더 잘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건 해석력이다. 아이들이 정보를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다. 창의성도 반복에서 나온다. ‘많이 해봤더니 안 해본 걸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진짜 창의성이다. 그것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미래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 AI 기술이 앞으로 일상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나.

“AI는 점점 더 사람 가까이 들어오게 된다. 지금은 컴퓨터나 앱에서 만나지만, 조만간 집 안에 AI 스피커나 AI 가전이 한 대씩은 있을 것이다. 꼭 로봇일 필요는 없다. 단순한 대화형 기기라도, AI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올 수 있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3년 이내에 대중화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엔 기술뿐 아니라 사람들의 태도 변화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 AI 기술로 기대하고 있는 시장이 있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과거에 AI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인식됐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놀기 위해 AI를 쓰고 있다. 이미 구형 모델 기반인데도 매달 1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생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생산성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로도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출시한 디어메이트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AI와 함께 놀고, 놀면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게 진짜 문화적 변화다.”

- 디어메이트 플랫폼도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디어메이트는 처음엔 ‘사람과 챗봇의 1대1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지금은 이 구조가 한계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새롭게 시도한 게 다대다 구조다. 예를 들어 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이 먼저 글을 올리면, 챗봇이 그 글에 반응하거나 요약하고, 또 다른 사람이 댓글을 단다. 챗봇도 댓글을 단다. 그 댓글에 또 챗봇이 대댓글을 다는 거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람과 챗봇, 챗봇과 챗봇이 동시에 대화하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말동무 수준이 아니라, SNS나 포럼처럼 정보와 감정이 뒤섞인 집단지성의 장이 된다. 이런 구성이 실제로 재밌고 신선하다.”

- 사용자가 직접 챗봇을 만들어 플랫폼에서 논다고 보면 되나.

“맞다. 단 우리는 자신의 챗봇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타 서비스들과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핵심은 ‘내가 만든 챗봇이 내 분신처럼 사회 안에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내가 부캐로 만든 챗봇이 다른 사람 글에 댓글을 달면, 그 챗봇의 이름이 그대로 뜬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나다. 본캐와 부캐가 뒤섞이면서, 하나의 새로운 소셜 구조가 형성된다. 이건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커뮤니티에 대한 실험이다. 사람들이 AI를 통해 자기 자신을 확장하고, 그 속에서 놀고, 반응하고, 관계를 맺는다. 내 챗봇이 글을 작성하면 포인트를 주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 플랫폼에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이 있나. 소통은 어떻게 하나.

“보통 글로벌 서비스를 하려면 다국어 지원이 당연하지만, 여전히 콘텐츠 자체는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서비스는 다른 언어를 유튜브 자막처럼 자동으로 처리한다. 핵심은 미국인이 영어로 말해도 한국 사용자에겐 한글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대의 상황도 그렇다. 우리가 외신 기사를 볼 때 한국어로 보고 싶으면 영어를 번역해 달라고 시스템에 요청한다. 우리는 그것이 반대로 돼 있다. 영어로 말해도 한국 사용자에겐 한국어로 보이게 설정돼 있다. 사용자가 어떤 언어로 글을 올리든, 플랫폼 설정 언어에 따라 자연스럽게 번역된 글이 보인다. 댓글도, 대화도 마찬가지다. 실제 플랫폼을 이용하다보면 단순히 번역 툴을 넣는 것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언어장벽을 느끼지 않는 설계, 그 자체가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다.”

- 일부 사용자가 자극적 콘텐츠를 챗봇에 반영할 수 있는 문제도 생길 것 같다.

“현실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욕망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그것을 숨기려 든다는 거다. ‘우리는 건전한 AI 서비스입니다’라고 포장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감추지 않는다. 숨겨도 사람들의 욕망은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숨기기 보단,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을 통제하는 선을 만들었다. 일종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 있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 보았다. AI와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선 이런 민감한 부분까지 포함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LLM 경쟁이 화두지만 한국이 LLM 경쟁에 뛰어들기엔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LLM은 돈 싸움이다. 미국, 중국, 유럽에서 수조 원 단위로 투자하면서 이미 시장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이 그 경쟁에 뛰어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네이버도 하고 있지만 성과가 쉽지 않다. 우리도 해야 한다는 의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할 때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우리가 더 싸고 더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뭘까’ 이런 쪽으로 특화 전략을 짜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방식으론 이길 수 없다.”

- 정부 주도의 AI 개발, 효과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정부가 뭔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시도는 항상 실패 확률이 높다. 정부는 민간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치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결국 영리 기업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걸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LLM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만들어놓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존재이지, 주도자가 되어선 안 된다.”

-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쓰나미 같은 변화 속에 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해고가 일어나고 있고, 대기업조차 AI를 도입하며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이건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특히 직업을 가진 사람들, 또는 이제 사회로 나가는 청년들이 가장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일을 AI보다 더 잘할 수 있는가’다. 반복은 대체된다. 질문하고, 조합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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