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5년간 AI 기술은 상상 그 이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와 영상까지 창작해 내는 생성형 AI 기술은 예술의 영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창의적 감각으로 AI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킨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THE AI는 창간 5주년을 맞아, AI 예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AI와 예술이 만나 만들어낸 새로운 물결, 그 중심에 선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5년후 AI는 도구를 넘어서 실질적인 공동 창작자로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정말로 공동 창작자로서 역할을 다 한다면 엔딩크레딧에서 AI모델이 인간 창작자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게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공지능(AI)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김땡땡(본명 김경래) 작가의 말이다. 그는 AI가 5년 후 예술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할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AI 정상회의인 '파리 AI행동정상회의'(AI Action Summit)에서 작품을 전시한 아티스트다. 당시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12인의 AI 아티스트 전시회인 ‘Artists 展 : 미래의 결, 한국성’이 열렸다.
전시회를 통해 국내 AI 아티스트 12인들은 국제 과제인 기후 위기, 전쟁, 경제난, 기아 등 사회 문제 해결과 치유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저마다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땡땡 작가는 이날 진행된 전시회서 작가가 속한 팀 ‘AI매직’이 제작한 ‘에그(EGG)’와 ‘더 가디언(The Guardian)’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을 전시했다.
김땡땡 작가가 예술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게 된 계기는 AI가 이상적인 협력자이자 훌륭한 창작 파트너로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화하는 데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표현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며 “방법을 찾던 중 발견한 AI는 제가 원했던 작업을 도와주는 이상적인 협력자이자 훌륭한 파트너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상상 속으로 구상했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과 기억의 조각들을 실제로 화면 위에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했다”며 “AI는 처음에는 새로운 붓이자 렌즈였고 지금은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열어줬다”고 강조했다.
김땡땡 작가는 AI 예술 분야에서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미지 생성부터 영상 소스 생성, 더빙 등 제작 과정을 포함해 이것들을 조합하고 조율하는 부분까지 AI를 활용할 수 있다”며 본인은 “초기 브레인스토밍 단계부터 GPT 기반의 언어모델로 스케치하고 미드저니(Midjourney) 등을 사용해 키비주얼을 만들고 소라(Sora), 하이루오(Hailuo) 등을 활용해 장면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AI 작품을 직접 제작해보니 느낀 장점으로는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과거 불가능했던 창작의 스케일과 상상력의 한계를 AI를 활용해 뛰어넘을 수 있었다”며 “인간이 직접 표현하기 어려웠던 시각적·감정적 표현을 훨씬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까진 감정의 깊이나 인간적인 미묘함, 이야기의 유기적인 흐름과 같은 영역에서는 아직도 인간의 직관과 판단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며 “저는 이 기술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가진 한계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기술적 한계 중 일부는 분명히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육체를 가진 필멸자로서 인간이 가진 정서적 결이나 맥락의 심층적 해석은 AI의 기술적 발전만으로는 온전히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오히려 AI와 인간 창작자가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협력의 형태로 발전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AI가 발전하며 예술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김땡땡 작가는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무한한 표현 가능성을 얻었고 예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며 “좀 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예전보다 쉽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계의 문이 더욱 활짝 열려 창의적이고 신선한 작품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다만 예술가들과 작품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고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작품들로 인해 가치가 해석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AI 아티스트에겐 프로프트 입력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에그 제작 당시 오직 프롬프트만으로 영상을 생성해야 했는데 정말 많은 프롬프트를 써봤다”며 “이를 통해 특정한 감정적 키워드를 통해 AI가 만들어낼 결과물의 감성적 톤을 결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AI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저작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저작권 문제와 더불어 창작의 독창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모델이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작품을 만들다 보니 원본과의 관계나 창작물의 윤리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나 AI가 지나치게 상업적 방식으로 남용되는 문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문제들은 창작자 뿐 아니라 플랫폼과 수용자, 정부 등 모두의 협력과 지속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AI 예술이라는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에 대해 김땡땡 작가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단순 도구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창작의 진정한 힘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AI 창작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우리는 무엇을 표현하고, 왜 그것을 표현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