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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특집] 김영국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장 “AI, 신약·농업·축산 전방위 혁신”

[창간 5주년 특집] 김영국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장 “AI, 신약·농업·축산 전방위 혁신”

  • 기자명 구아현 기자
  • 입력 2025.05.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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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설계 파트너로 활약
소 이미지만으로 체중 예측
농산물 유통 예측·환경제어

[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THE AI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AI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취재와 분석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에서는 국내외 AI 석학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러 전문가의 통찰과 비전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김영국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장. 
김영국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장. 

 “인공지능(AI)은 신약 개발, 작물 재배, 축산 등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영국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장이 한 말이다.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에서 진행 중인 연구들을 토대로 김 센터장은 “향후 1~2년 후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이 등장했듯 바이오 분야에서도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BIO-Foundation Model)’이라 불리는 대규모 사전학습 모델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에서는 AI-메디바이오와 AI-농생명바이오 분야 총 10여 개의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AI-메디바이오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전주기 플랫폼 개발, 단백질 기반 신약개발 AI 알고리즘 개발이 스마트팜 분야에서는 한우 체중 예측 모델, 생애주기 기반 정밀 사육 플랫폼, 의료용 대마 CBD(Cannabidiol, 칸나비디올) 예측 시스템, 농업용수 유량 예측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친환경 재배에서는 토양 데이터 기반 비료량 산정, 작물 상태에 따른 자동 관수 로봇 등이 개발되고 있다.

그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는 교수들은 “1~2년 후 특히 멀티모달 AI는 드론, 위성, 유전자 발현, 전기신호, 심지어 식물의 소리까지 통합 분석해 작물 스트레스 분석 및 내성 품종 개발에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며 “5년 후에는 AI 비용이 낮아져 공공재처럼 활용되고 에이전틱(Agentic) AI 기반의 자율 의사결정 시스템이 산업과 연구 전반에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신약 개발, 작물 재배, 축산 등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다. 그는 “신약 설계와 같이 복잡한 생체 정보 해석이 필요한 분야에서 AI는 설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한우의 이미지만으로 95% 이상의 정확도로 체중을 예측하는 모델, 사료·기후·유전체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사육 최적화 플랫폼, 작물 생장량과 기능성 성분 함량을 예측하는 기술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김영국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장과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 및 바이오AI융합학과 소속 교수(정상근·고영준 인공지능학과 교수, 이승환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 박종석·조영득 원예학과 교수)들이 참여했다.

- 의료 AI 분야에 AI 기술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신약개발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의 핵심 요소인 ADMET(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예측 AI 모델은 새로운 화합물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단기간에 검증해 후보 물질 선별 과정을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단축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와 같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는 인체 내 다양한 생물학적 작용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예측해 신약이 표적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할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AI 기술의 활용은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유망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그 작용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크게 향상하고 있다.

- 연구센터에서 진행 중인 AI 기반 신약 개발은.

“‘단백질 분해 유도제(PROTAC, PROteolysis TArgeting Chimera)’이라는 차세대 신약을 설계하는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PROTAC은 기존 약물처럼 단순히 단백질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단백질을 체내에서 제거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백질 간의 거리, 결합 가능성, 최적의 링커 구조 등을 계산해 설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AI는 복잡한 생체 정보와 화학적 구조 사이를 연결하는 설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물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질병에 적합한 정밀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한 문헌 자동 요약 및 PICO(환자·중재·비교·결과 지표) 추출 기술도 개발·활용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 연구자들을 위해 일종의 문헌 스캐닝과 지식 그래프가 결합한 형태로 연계 연구나 참고 자료를 추천해 주는 시스템이다.”

- 바이오AI 분야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나.

“AI-메디바이오와 AI-농생명바이오 두 트랙에서 10여 개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전주기 플랫폼 개발, PROTAC 설계 모듈, 가축 생육 정보 모니터링 플랫폼, LED 광제어 작물재배 시스템, 단백질(Protein) 기반 신약개발 Al 알고리즘 개발, AI 기반 농업용수 계측 및 적정 용수량 산정 플랫폼 개발, 딥러닝 기반 식물병 진단 시스템 등이 있다.”

- 주력하고 있는 농생명 연구 과제는.

“한우 체중 예측 모델과 생애주기 데이터 기반 맞춤형 사육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팜 분야에서는 의료용 대마 CBD 함량 예측 기술과 이를 이용한 광제어 시스템과 AI 기반 농업용 수로의 유량 예측 기술도 개발 중이다. 먼저 한우 이미지만으로 체중을 예측하는 기술은 2D나 3D 카메라로 한우를 찍은 이미지와 실제 측정한 체중 데이터를 딥러닝 모델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소의 이미지만으로도 95% 이상의 정확도로 체중을 자동으로 예측할 수 있다. 두 번째 플랫폼은 한우의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유전체 정보, 체중이나 근내지방도 같은 표현형 데이터, 유전자 발현 같은 오믹스 데이터, 그리고 사료나 기후 같은 환경정보까지 모두 모아서 관리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각 개체별로 최적의 사료 배합이나 급여량, 도축 시점까지 알려준다.”

- 현재 진행 중인 농생명바이오 융합 연구가 어떠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나.

“식물의 생장량과 기능성 성분 함량을 예측하는 기술은 향후 농산물 유통 및 수급 관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작물의 생장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스마트팜의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을 정밀하게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환경제어 연구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농업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 물, 노동력, 종자 등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농업 생산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 생산량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통 및 저장 체계와도 효과적으로 연계돼 국가 차원의 농산물 수급 관리가 한층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연구실에서도 원예학과 교수와 협업해 AI 기술로 식물의 이미지를 해석해 식물 생장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식물체에 포함된 기능성 성분의 함량을 실시간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품종 개발에서 AI가 어떻게 쓰이고 있나.

“품종 개발 과정에서는 우량한 계통을 선발하기 위해 유전자형 정보와 표현형 정보가 모두 활용되며 이 두 가지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량의 염기서열 정보를 기반으로 식물의 수량이나 수확시기를 예측하는 ‘유전체 선발(genomic selection)’ 기법에는 딥러닝 모델이 도입돼 예측 정확도와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표현형 분석 또한 과거에는 주로 육안 평가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고성능 센서를 통해 획득한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형질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센터의 원예학과 교수 한 분은 일시 수확형 과채류 품종을 개발하면서 AI 모델을 활용해 착과 집중도나 특정 시기의 수량을 이미지 기반으로 정밀 분석하고 있다. 대량 DNA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일시 수확에 적합한 게놈을 지닌 작물을 선별하는 데에도 AI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축산 분야에서도 AI는 품종 개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희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deepGBLUP’ 플랫폼은 딥러닝 기반으로 씨수소나 암소의 유전 능력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평가 방법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우수한 개체를 선발할 수 있다. 현재는 식물 육종 기업에서도 이 기술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약용 식물의 생화학적 성분 분석 연구에서 AI나 정밀 분석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 식물의 기능성 성분은 식물체 수확 후,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 액체 크로마토그래피(LC)나 기체 크로마토그래피(GC) 같은 고가의 장비를 활용한 파괴적 분석법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최근에는 이미지, 색상, 환경 데이터와 함께 일부 파괴적 데이터를 결합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식물체 내 기능 성분 함량을 예측하는 비파괴 분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고가의 영상취득 장비인 초분광 방식을 사용해 기능성분 함량을 예측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RGB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기능 성분함량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유기농법이나 친환경 재배법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나.

“토양 속에 함유된 양수분 함량은 흡광도 분석법이나 이미지 분석을 통해서 계측될 수 있다. 대상 작물의 양분 요구도를 사전에 입력하고 현재 토양의 양수분 값을 반영해 앞으로 비료를 얼마큼 추가로 주어야 하는지 계산해서 알려주는 AI 기술도 개발됐다. 작물의 위치와 상태를 이미지로 분석해 필요한 구역에만 물을 공급하는 관수 로봇도 개발됐다. 물 자원을 절약하면서도 효율적인 급수가 가능해졌다. 이 외에도 EC(전기전도도), pH, 수분, 온도 등 토양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예측·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작물의 생육에 최적화된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의사결정 알고리즘도 농업 현장에서 점차 확산하고 있다.”

- 충남대 바이오AI융합연구센터는 기업과의 산학협력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어떤 산업체 또는 기관과 협력 중인가.

“AI-메디바이오 분야에서는 신테카바이오, 칼리시, 라일락 등과 농생명바이오 분야에서는 유니아이, 티엔티리서치, 한기술, 에이팩, 퀀토믹 등과 협력 중이다. 기술이전도 일부 이루어졌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 대덕연구단지와의 협력은 어떤 것이 있나

“ETRI(전자통신연구원)와 우주농업 관련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AI 기반 생장 예측과 디지털트윈 플랫폼 개발이다. 우주환경 조건에서 식물생장과 관련된 연구로 상추, 베이비 채소, 청경채, 케일 등의 엽채류를 대상으로 저압조건(100, 66, 33 kPa)이 식물의 광합성과 생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우주환경에서 식물의 광합성 촉진을 위한 엘리시터 처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TRI는 이러한 우주환경 조건을 모사하고 이를 디지털 트윈화해 우주농업의 다양한 환경조건을 모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AI 기반의 식물생장 예측 기술과, 물질 순환 모델 등이 탑재될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전국 최초의 AI 바이오 융합분야 교육과 연구가 결합된 CNU-KRIBB AI 바이오 융합기술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이 연구원을 주체로 공동대학원(석·박사과정) 및 공동연구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 멀티모달 AI의 농생명 적용 사례와 전망은.

“멀티모달 모델은 이미지, 수치, 센서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결합해 보다 정밀한 예측과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AI 기술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 상태 모니터링, 로보틱스, 수확량 예측, 자원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드론이나 위성을 통해 수집한 작물의 시각적 데이터와 pH, 수분 등 토양 정보를 결합하면 작물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병해충 발생을 사전에 예측해 대응할 수 있다. 농업 로봇의 경우에도 시각 센서, 온도·습도 센서 등 다양한 입력 데이터를 활용해 작물 상태를 분석하고 필요한 비료나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향후 멀티모달 모델이 특히 주목받을 분야는 작물 스트레스 분석과 내성 품종 개발이다. 이미지, 유전자 발현 변화, 식물체의 전기 신호, 심지어 소리 데이터까지 융합한 AI 기반 진단 모델을 통해 작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유전체 빅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품종을 보다 효율적으로 선별하고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멀티모달 AI 기술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업 생산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로 활용될 것이다.”

- 농생명 바이오 분야는 향후 AI로 인해 어떤 변화와 도전을 맞을 것으로 보나.

“노동력 부족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노지, 하우스 재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AI 기반 정밀 관수, 자원 최적화, 저장·유통 효율화 등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또 로봇과 AI 기술을 접목해 노동력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스마트팜 환경 관리 의사결정 시스템 고도화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가 AI 기술의 발전 또는 농생명바이오 융합 분야에 어떠한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나.

“우리 연구실은 원예학과 교수진과 협력해 스마트팜 수직농장의 식물 생산 분야에서 AI 기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AI 기술과 농생명 분야의 융합적 접근에 있어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를 활용해 식물 이미지를 분석해 생장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식물체 내 기능성 성분의 함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은 작물 생산의 정밀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중장기 생산량 예측이 가능해져 유통과 저장 시스템과 연계돼 국가 차원의 농산물 수급 관리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축산 분야에서는 한우의 체형 영상 기반 표현형 예측 시스템과 생애주기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생산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 물, 사료 등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생산성과 품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 향후 1~2년 내에 바이오 분야에서 AI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나.

“향후 1~2년 내 바이오 분야의 AI 기술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본질적인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대형 언어 모델(LLM)이 등장했듯 바이오 분야에서도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BIO-Foundation Model)’이라 불리는 대규모 사전학습 모델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델은 방대한 바이오메디컬 데이터를 학습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구조 예측, 분자 간 상호작용 분석, 유전자 변이 해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것이다. 둘째, 멀티모달 AI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될 것이다. 텍스트, 이미지(조직 슬라이드, 현미경 영상), 3D 분자 구조 등 서로 다른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면서,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복합적인 연구 가설 설계가 한층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정교한 설계 파트너’로 진화할 것이다. 현재는 후보 물질을 제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는 약물의 체내 작용 경로와 생리적 반응을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최적의 분자 조합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차세대 신약 설계 분야에서는 AI가 단백질 간 거리, 결합 부위, 화학적 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연결 구조를 자동 설계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 그렇다면 5년 후 AI 기술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AI 기술의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져 공공재처럼 널리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여러 AI가 협력해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기반 자율 의사결정 시스템이 연구·산업 전반을 자동화하게 된다. 설명 가능한 AI가 특히 중요해진다. 특히 신약 설계와 같이 정밀하고 고도화된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AI가 단순히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넘어서 그 근거와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AI가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단독으로 동작하기보다는 생명과학, 화학, 기계공학 등 도메인 지식과 융합돼야 신약 설계와 같은 복합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타 분야 교수들과 협업해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융합형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 향후 5년간 농생명 바이오 분야가 AI로 인해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이에 준비 중이거나 특별히 주목하시는 연구 주제가 있나.

“농생명 바이오 분야 중 스마트팜 영역에서는 온실의 복합환경제어 기술이 핵심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대규모 스마트팜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이 도입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장 적용성도 높다. 하지만 중소형 스마트팜의 경우 고가의 제어 시스템 도입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유연한 제어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희는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저비용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작물의 생리 특성과 환경 반응에 대한 이론, 그리고 상위 5% 스마트팜 농가의 1년 치 환경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작물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제어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최소한의 데이터 입출력과 제어 통신만으로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중소형 스마트팜에서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실제 현장 적용까지는 기술적 과제와 현실적 장벽이 존재하지만 AI 전문가, 제어 시스템 엔지니어, 작물 생리 전문가 간의 융합적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 AI 기술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사회적 격차도 야기된다. 현재 수요자들이 준비할 점은.

“기술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획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문제 정의와 AI 결과 해석 능력이 핵심이 될 것이다. 오픈AI에서 발표한 ‘AI 발전 5단계(챗봇-추론-에이전트-혁신가-조직)’ 로드맵만 봐도 인간이 직접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AI가 만든 해결책을 검증·보완하는 프로세스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데이터 리터러시와 분야별 맞춤형 AI 교육이 확산해야 한다. 도메인 전문가가 AI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AI와 진정한 협업이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이오 AI 융합 연구는 단순히 생명과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는 수준을 넘어, 생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센터는 의료와 농생명 분야에서 AI 기술의 실질적 응용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건강, 식량,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AI가 이제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연구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AI와 바이오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적 사고를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과학, 생명과학, 의학, 농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열린 자세로 협업할 수 있는 연구 문화 조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연구 성과가 실제 사회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 정부의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며 기초 연구에서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더불어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의 윤리적 측면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의료와 같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AI의 판단 근거가 투명하고 설명 가능해야 하며 사회적 신뢰 확보가 핵심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이러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역시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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