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 구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의 최종 발표평가를 거쳐 정예 5개 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가 AI 주권 확보를 목표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의 독자적 AI 모델 개발을 핵심으로 한다.
최종 선정된 5개 팀은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컨소시엄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은 범국민 AI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산업 확산을 위한 옴니(Omn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텍스트·음성·이미지·비디오를 통합 이해하는 단일 모델을 구현해 국민 누구나 활용 가능한 AI 플랫폼과 에이전트 마켓을 구축할 목표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에는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 트웰브랩스, 서울대 산학협력단, KAIST, 포항공대 산학협력단, 고려대 산학협력단,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참여한다.
업스테이지 정예팀은 글로벌 수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Solar WBL’을 개발하고 법률·금융·의료 등 B2B 서비스 확산을 통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예정이다. 해외 AI 인재 유치를 위한 정부 지원도 연계해 활용할 계획이다.
업스테이지 정예팀에는 업스테이지와 노타, 래블업, 플리토, 뷰노, 마키나락스, 로앤컴퍼니, 오케스트로, 데이원컴퍼니, 올거나이즈코리아, 금융결제원,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 KAIST가 참여한다.
SK텔레콤 정예팀은 차세대 트랜스포머 기반 AI 모델로 ‘K-AI 서비스’를 구현한다. 국민 AI 접근성과 산업별 적용 확대를 양축으로, 제조·게임·로봇 등 핵심 산업에 초거대 AI를 적용한다.
SK텔레콤 정예팀에는 SK텔레콤과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라이너, 셀렉트스타, 서울대 산학협력단, KAIST이 참여한다.
NC AI 정예팀은 도메인 특화형 멀티모달 모델과 ‘도메인옵스’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 AI 전환을 주도한다. 글로벌 최고 성능 200B급 독자 대규모 언어 파운데이션 모델 패키지 개발, 독자 LLM 기반 통합 멀티모달 인지 생성 파운데이션 모델 패키지 개발도 목표로 한다. 제조·콘텐츠·공공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AI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NC AI 정예팀에는 NC AI와 고려대학교, 서울대, 연세대학교,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에이아이웍스,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 HL로보틱스, 인터엑스, 미디어젠, 문화방송, NHN이 참여한다.
LG AI연구원 정예팀은 ‘K-EXAONE(엑사원)’이라는 글로벌 최고 수준 AI 모델을 개발한다. 고성능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풀스택 생태계를 조성한다. LG AI연구원 정예팀에는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과 LG 유플러스, LG CNS, 슈퍼브AI, 퓨리오사AI, 프렌들리AI,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에이드, 한글과컴퓨터,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참여한다.
이번에 선정된 정예팀에게는 AI 모델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GPU, 인재 등 다양한 자원 지원이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데이터 지원은 △공공기관 보유 고품질 데이터 공동구매(100억 원 규모) △방송영상 학습용 데이터(200억 원) △팀별 특화 데이터 구축·가공 지원(팀당 28억 원)으로 구성된다. 데이터 제공기관에는 국가기록원, 국사편찬위원회, 통계청, 특허청, 한국문화정보원 등이 포함돼 있으며, AI 개발에 적합한 전문서적, 시험문제 등도 제공될 계획이다.
GPU 지원은 총 1576억 원 규모의 임차 사업으로 구성된다.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이 공급사로 선정돼 향후 11개월간 GPU 자원을 타 기업에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해당 두 기업이 포함된 정예팀은 올해 직접적인 GPU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반면 업스테이지, NC AI, LG AI연구원 정예팀은 사업 계획에 부합하는 수준의 GPU 자원을 지원받게 된다. 2025년 기준 B200 512장 또는 H100 1024장 수준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재 분야에서는 ‘업스테이지 정예팀’이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팀이 유치하고자 하는 해외 연구자의 인건비 및 연구비를 매칭 방식으로 지원한다. 잔여 예산은 추후 별도 공모를 통해 국내 다른 기업들의 해외 AI 인재 유치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정예팀들이 세계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인프라, 데이터, 인재 등 필수 요소를 종합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업은 단순 개발을 넘어 우리나라 AI 기술 자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중복 참여 기관·기업, 특정 대기업 의존 우려도
이번에 선정된 5개 정예팀에는 일부 연구기관과 기업이 복수 팀에 중복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NC AI 세 팀에 참여하며 기술·인재 측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대 역시 네이버클라우드, NC AI 두 팀에 이름을 올렸다.
또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팀뿐 아니라 정부 GPU 임차 사업의 공급사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 두 기업은 추경 예산을 통해 확보한 GPU 자원을 향후 11개월간 다른 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하나의 기업이 개발과 인프라 공급을 동시에 맡는 구조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 AI 사업이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대기업 위주의 선정 결과 자체가 불공정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자연스럽게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모델은 있는데 쓸 곳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글로벌 AI 3대 강국 G3는 아니지만 미스트랄 AI처럼 자국 스타트업이 자체 LLM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진입했다”이라며 “중국처럼 10년간 스타트업 기반의 생태계를 차근차근 키워온 사례를 한국도 참고해야 한다” 강조했다.
정부는 8월 중 5개 정예팀과 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업비 심의·조정, GPU 및 데이터 지원도 병행되며 연말 1차 평가를 통해 5개 팀을 4개로 압축하는 평가도 예정돼 있다.
◇ “국가 AI컴퓨팅센터만 남았다”
이제 관심은 2조5000억 원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로 향하고 있다. 두 차례 유찰 끝에 재공모를 앞둔 이 사업은 향후 국내 AI 인프라 전략의 향방을 가를 최종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공모 실패 원인에 대해 민간의 의견을 듣고 이를 재검토 중이다. 민간 참여 유인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구조, 운영권, GPU 자산 소유 방식 등을 전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SDS도 3차 공모에 참여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사업 추진을 재점화 시켰다. 이정헌 삼성SDS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24일 진행된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도 이날 “정부 주도 AI 사업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정부가 준비 중인 재공모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며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방안이 구체화되면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8월 중 개선된 조건으로 3차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민간의 실질적 참여 권한과 리스크 분담 구조가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 사업 성패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