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에서 AI 기술 주권 확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팔란티어가 실제 전쟁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작전 우위를 입증한 가운데, 한국도 해외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방 AI의 무게를 진 기업이 있다. 제조 특화 AI에서 성과를 입증한 마키나락스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어텐션(ATTENTION) 2025’ 행사 중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팔란티어는 이미 미국 전쟁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런 기술은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 없다”며 “국방은 정말 소버린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키나락스는 팔란티어에 맞설 수 있는 한국형 국방 AI 기술을 개발해 기술 주권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국방은 ‘소버린 AI’ 절대적으로 필요, 작전 결심 체계 고도화 추진
마키나락스는 올해부터 국방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하는 ‘국방인공지능 무기체계용 MLSecOps 환경구축’ 사업의 수행업체로도 선정됐다. 총 2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국방지능데이터센터에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AI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는 국방이 마키나락스가 꾸준히 진행해 온 제조 산업처럼 AI 도입이 필요한 분야라고 밝혔다. 제조처럼 국방 분야 역시 근무 인력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실제로 군 인력이 줄면서 북방한계선(NLL) 모니터링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런웨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폐쇄망 환경에서도 AI 연구원들이 모델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표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AI 데이터 수집·정제부터 모델 실험 자동화, 배포 환경 구축, 성능 모니터링까지 국방 AI에 필요한 전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별도로 국방대학교와 함께 실제 전투 상황에서 작전을 AI로 효율화하는 작전 결심 체계 고도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윤 대표는 “전투가 일어나면 작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지금 방식은 너무 올드하다”며 “사람이 하나씩 작성하고 참모가 모아서 지휘관에게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데이터만 연결하면 AI가 1분 만에 해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또 “팔란티어는 이미 미국 전쟁에서 이런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런 기술은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 없다”며 “다른 영역은 몰라도 국방은 정말 소버린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 AI로 업무 영역 확장, 산업 형장 업무 효율성 ↑
마키나락스는 현재 도메인 특화 AI 기술의 두 축인 ‘도메인 특화 모델링 기술’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증 사례를 만들고 있다. 윤 대표는 “도메인 특화 AI 기술의 핵심은 실제로 범용 AI가 전문가로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며 “데이터를 의미화하고 지식을 주입해서 특화 AI가 활용되는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윤 대표는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이 가장 먼저 나타날 분야로 ‘도면 해석’과 ‘설비 자율 운전’을 꼽았다. “도면 해석 부분은 엄청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되는 영역”이라며 “AI 인지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문제들에서 검토 시간을 2~4배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비 운전 분야의 변화를 자율주행에 비유하며 설명했다. “과거 사람이 교대 근무하면서 모니터링을 보던 작업들은 AI를 통해 자율주행차 오토파일럿처럼 완전히 맡기지는 않지만 여유를 가지면서 모니터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한 사람이 하나만 운전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운전하면서 다른 작업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 점검과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윤 대표는 해외 풍력발전 회사 사례를 들어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외곽 지역에서도 USB 형태의 AI 장치를 꽂기만 하면 데이터 분석과 수리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 일본·유럽 진출 가속화… GPU 활용률 90% 목표
마키나락스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일본 진출을 본격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독일 로봇 기업 쿠카의 자회사가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윤 대표는 “해외 고객사가 많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이런 성과의 바탕에는 ‘런웨이’ 플랫폼이 있다. 런웨이는 복잡한 AI 개발 과정을 단순화해 누구나 쉽게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윤 대표는 “단 하나의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만드는 데도 거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리부터 데이터베이스 구축, 다양한 대형언어모델(LLM) 운영, 애플리케이션 개발, 권한 관리 체계 구성 등 수많은 작업이 필요한 기업들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간 플랫폼 개발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기능은 GPU 활용 최적화다. 각 기업이 어렵게 구축한 고가의 GPU를 낭비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윤 대표는 “고가 GPU 장비를 구축해도 활용률이 20~30%에 그치는 문제를 모니터링, 가상화, 스케줄링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며 “아직 수치적으로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연히 80~9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GPU를 여러 개로 나눠 쓸 수 있게 하고, 거대 모델 학습 시에는 여러 GPU를 합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런웨이는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활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도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 한촌설렁탕 등 프랜차이즈에서도 수요 예측 기반 재료 구매 최적화 등에 사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AI 경쟁력은 모델을 넘어 활용에 있다”며 “AI 성과를 빨리 경험할 수 있는 솔루션 확장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비재 산업도 좋지만 제조와 국방처럼 국가 산업 부흥에 기여할 수 있는 AI 스타트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