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 4.0’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대형언어모델(LLM)로 평가받았다. AI 벤치마킹(benchmarking) 전문기업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시된 엑사원 4.0은 오픈AI의 GPT-3.5보다 5배 높은 지능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영국에 기반을 둔 AI 모델 성능 평가 전문기업이다. 전 세계 주요 LLM들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독립적인 벤치마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학, 과학, 코딩 등 10개 분야에서 모델들의 지능 지수를 평가한다.
◇ 한국 모델, 글로벌 AI 경쟁에서 두각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평가에서 LG AI연구원의 엑사원 4.0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모델 중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 미스트랄(Mistral)의 미디엄 3.1 모델을 제치고 달성한 성과다. 미스트랄의 모델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지능적인 모델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22개 LLM 순위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13개, 중국 기업들이 6개를 차지했다. 나머지 3개 모델만이 다른 국가에서 개발됐는데, 한국에서는 엑사원 4.0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한국이 AI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은 제3의 축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참고로 LG AI연구원의 엑사원 4.0은 2일(현지시각) 기준 글로벌 AI 성능 분석 전문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지수에서도 글로벌 순위 20위를 기록했다. 이 역시 미국과 중국에서 개발한 모델을 제외하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 자금·컴퓨팅 파워 격차에도 기술 경쟁력 입증
LG AI연구원이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상당한 기술적, 재정적 한계를 극복한 결과로 풀이된다. AI 모델 개발에는 대규모 훈련 데이터셋, 최첨단 알고리즘, 컴퓨팅 용량이 필요하다. 특히 모델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미국은 수년간 엔비디아와 AMD 등이 제조하는 최신 GPU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자금 조달 규모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 프랑스 미스트랄은 지난 9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등의 투자로 17억 유로를 조달했지만, 이는 오픈AI가 8월 조달한 83억 달러, 클로드 모델을 개발한 앤트로픽이 9월 조달한 130억 달러에 비해 상당히 적은 규모다.
미칼 힐스미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최신 AI 모델과 경쟁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최소 10개 기업이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반면, 다른 모든 국가를 합쳐도 몇 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LLM 경쟁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보았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등 국가에서 자국어 LLM 개발에 나서고 있어서다.
힐스미스 CEO는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의 업스테이지 AI, LG, 프랑스 미스트랄 등의 최근 모델 출시는 미국-중국 경쟁 구도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I 연구기업 에포크 AI의 장 스타니슬라스 드냉 선임연구원도 “가장 강력한 범용 모델에서는 미국과 중국, 특히 미국이 지배적”이라면서도 “특정 작업에 특화된 소형 모델에서는 다른 국가 기업들도 경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중국과의 격차가 크지만 대한민국은 제프리 힌턴과 요슈아 벤지아를 보유한 캐나다를 크게 앞선 3위를 기록했다”며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내년도 AI 예산 10.1조원을 투입하고,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중 30조원을 AI 투자에 배정할 예정”이라며 “과기정통부는 올해 KIF, AI혁신펀드, 우본 펀드를 통해 조성하는 AI 펀드는 7천억원 규모고 2030년까지 조성할 AI펀드는 4.3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또 “이 자금은 산업AX, 공공AX, 지역AX로 투자돼 AI for S&T를 통한 과학기술 혁신을 만들고,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진정한 AI G3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