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공지능(AI) 기업인 LG AI연구원이 미국의 세계적 생명과학 연구기관인 잭슨랩과 손잡고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양 기관은 올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회인 ICML과 알츠하이머 분야 최대 학회인 AAIC에서 총 6편의 공동 연구논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AI 기술이 글로벌 의료 연구 분야에서 인정받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 ‘불완전한 의료 데이터’ 활용 AI 기술 개발
LG AI연구원과 잭슨랩이 개발한 핵심 기술은 기존에 버려지던 ‘불완전한 의료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이다. 일반적으로 의료 연구에서는 일부 검사 결과가 누락된 환자 데이터를 분석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MOIRA’라는 AI 모델은 이런 불완전한 데이터도 학습에 활용해 알츠하이머 진단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또 다른 성과는 혈액 속 세포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세포들을 한 덩어리로만 분석했지만, 연구진은 세포 종류별로 나눠서 분석한 뒤 다시 종합하는 2단계 방식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높은 정확도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고 AI 학회인 ICML에서 이 두 기술이 인정받아 논문으로 발표된 것은 한국 AI 기술력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 실험 쥐부터 인간까지, 포괄적 알츠하이머 연구 성과
이번 공동연구의 특징은 실험실의 쥐 연구부터 실제 인간 환자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AAIC에 발표된 4편의 논문은 이런 통합적 접근의 결과물이다.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행동 변화를 AI로 분석했다. 특히 암컷 쥐가 수컷보다 더 뚜렷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기름지고 단 음식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향후 알츠하이머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 대상 연구에서는 뇌 조직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뇌세포 종류를 찾아냈다. 또한 유전자 정보만으로도 알츠하이머 관련 인지능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미 알려진 알츠하이머 관련 생체지표들을 AI가 스스로 재발견해내며, 딥러닝 기술의 의료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한국 AI 기술, 글로벌 정밀의학 연구 주도
LG AI연구원과 잭슨랩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치료제 개발 단계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잭슨랩 본부에서 만난 양측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료 타겟이 될 수 있는 유전자들을 선별하고 검증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잭슨랩은 향후 이들 유전자를 대상으로 실제 동물 실험과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AI 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한국 AI 기술이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한국 AI 기업이 세계적 연구기관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와 생명과학 전문 지식, 그리고 대규모 AI 모델 분석 능력을 결합해 조기 진단부터 근본 원인 규명, 신약 개발까지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양 기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AI 기반 정밀의학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