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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영석 이노크라스 대표 “모든 암 환자가 맞춤 치료 받는 시대 온다”

[인터뷰] 주영석 이노크라스 대표 “모든 암 환자가 맞춤 치료 받는 시대 온다”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6.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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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유전체 분석으로 개인맞춤형 암 치료
“10년 후엔 엑스레이 찍듯 유전자 검사”
올 연말 미국 메디케어 승인 임박

주영석 이노크라스 공동대표는 “성인 사망 원인의 절반이 암”이라며 “모든 암 환자가 정밀 진단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주영석 이노크라스 공동대표는 “성인 사망 원인의 절반이 암”이라며 “모든 암 환자가 정밀 진단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위암 3기 진단을 받은 A씨. 의사는 수술로 떼어낸 암 조직 일부를 특별한 곳에 보냈다. 며칠 후 결과지에는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약물은 효과가 있을 것이고, 저 약물은 듣지 않을 것입니다.” A씨의 암세포만을 위한 맞춤 처방전이었다.

이것이 바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맞춤형 암 치료다. KAIST 출신 창업가가 이끄는 유전체 분석 기업 이노크라스가 기존 암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현장이다.

과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위험 유전자 때문에 예방적 절제술을 받아 화제가 됐지만, 이제는 치료 단계에서도 각자의 유전자에 맞는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졌다. 주영석 이노크라스 대표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 2025’ 기간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성인 사망 원인의 절반이 암”이라며 “모든 암 환자가 이런 정밀 진단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크라스는 2019년 설립된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으로, 현재 암과 희귀질환의 전장유전체 분석을 임상급으로 제공한다. 미국, 홍콩, 한국, 일본 4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 연말 미국 메디케어 승인을 앞두고 있다.

◇ “유전체를 통째로 보니 숨겨진 답이 보였다”

그렇다면 이노크라스의 기술은 기존 유전자 검사와 무엇이 다를까. 지금까지의 유전자 검사는 마치 사전에서 특정 단어만 찾아보는 것과 같았다. ‘타겟 패널 시퀀싱’이라 불리는 기존 방법은 이미 알려진 몇십 개 유전자만 선별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암은 훨씬 복잡했다.

이노크라스가 사용하는 ‘전장유전체 분석’은 말 그대로 사람의 유전체 전체를 읽어내는 기술이다. 한 사람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면 약 100기가바이트(GB)의 방대한 데이터가 나온다. 과거에는 이런 분석에 수십억 원이 들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1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 대표는 “기존에는 알려진 돌연변이만 선별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 저희가 쓰는 전장유전체 분석은 유전체를 그냥 전체를 다 봐버리는 것”이라며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찾아낼 수 있고, 알고 있었지만 알아내기 어려운 것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검사는 25년 전에는 1000억, 15년 전에는 100억 정도가 들었는데 지금은 기존 검사보다 비싸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노크라스는 전장유전체 기술을 바탕으로 3가지 핵심 제품을 만들었다. 대표 제품은 ‘캔서비전’이다. 수술로 떼어낸 암 조직을 직접 분석해 ‘어떤 약물을 쓰게 되면 이 사람한테 잘 듣겠는가, 반대로 어떤 약물을 쓰게 되면 안 듣겠는가’를 알려준다. 잘못된 약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 다른 제품은 ‘MRD비전’이다. 암 수술 후 재발을 걱정하는 환자들을 위한 기술이다. 암세포가 파괴되면서 혈액에 떠다니는 암 DNA를 분석해 CT나 MRI로는 발견할 수 없는 미세한 잔존암을 찾아낸다. 주 대표는 “혈액을 시퀀싱했는데 거기서 암 유래 DNA가 나왔다면 암이 몸에 있는 것”이라며 “디지털 신호라서 이미징보다 훨씬 분명한 데이터를 준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제품은 ‘레어비전’이다. 희귀질환 진단에 특화한 제품으로, 기존 검사로는 원인을 찾기 어려운 희귀질환의 유전적 배경을 밝혀낸다.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적 원인이 명확한 경우가 많아 전장유전체 분석의 효과가 크다. 환자와 가족들이 수년간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 모를 증상에 시달리다가 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 AI가 200년 된 의학 관습을 뛰어넘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도 실제 병원에서 사용하려면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이노크라스가 제품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기술적 도전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바로 200년 넘게 사용돼온 병원의 표준 보존법인 ‘포르말린 고정’이었다.

수술로 암 덩어리를 떼어내면 병리의사가 진단을 위해 포르말린에 담가 보존한다. 문제는 포르말린이 독성 화학물질이라 DNA를 손상시킨다는 점이었다. 주 대표는 “DNA가 다 손상받아서 시퀀싱하면 노이즈가 많이 나온다”며 “있는 것도 안 보이고 없는 게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포르말린 고정 조직으로는 전장유전체 시퀀싱이 어렵다’는 게 의학계 통념이었다. 이노크라스는 AI 모델을 개발해 이 노이즈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주 대표는 “첫 번째로 AI 모델을 쓴 것이 여기서 나오는 노이즈를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영석 대표는  “진단 서비스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첫 단계”라며 “환자가 동의하면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서 더 많은 환자가 새로운 치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주영석 대표는  “진단 서비스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첫 단계”라며 “환자가 동의하면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서 더 많은 환자가 새로운 치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 1만 케이스 데이터로 만드는 AI 의사

이노크라스는 현재까지 1만 케이스 이상의 암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다. 전 세계 공개 데이터가 약 10만 건인 점을 고려하면 단일 회사로는 상당한 규모다. 특히 삼성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 병원과 협력해 의료정보가 결합한 고품질 데이터를 구축했다.

올해 9월에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캔서 인텔리전스’라는 플랫폼 구축이다. 환자가 동의하면 자신의 데이터를 올려서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 대표는 “진단 서비스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첫 단계”라며 “환자가 동의하면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서 더 많은 환자가 새로운 치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10년 내 의료계 전반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병원 가면 엑스레이 찍듯이, 마음에 들면 시퀀싱 해보자는 식의 의료 시스템으로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전체를 보는 의학은 완전히 다 바뀔 것”이라며 “특히 희귀질환이나 암을 보는 의학은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이노크라스는 미국, 홍콩, 한국, 일본 4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 연말 미국 메디케어 승인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지금까지 80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해 추가 대규모 펀딩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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