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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공공서밋 2025] AI 전성시대 “원자력이 돌아왔다”

[AWS 공공서밋 2025] AI 전성시대 “원자력이 돌아왔다”

  • 기자명 미국 워싱턴=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6.1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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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24시간 무탄소 에너지원 수요 증가
워싱턴주 원전 호감도 75%로 상승, 韓 원전 관심도 ↑

밥 슈에츠(Bob Schuetz) 에너지노스웨스트 CEO는 AWS D.C 서밋에서  “동부 리치랜드 지역은 수십 년간 원자력에 75% 호의적이었던 반면, 서부 지역은 반대 입장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작년 조사에서는 주 전체가 75% 호의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밥 슈에츠(Bob Schuetz) 에너지노스웨스트 CEO는 AWS D.C 서밋에서  “동부 리치랜드 지역은 수십 년간 원자력에 75% 호의적이었던 반면, 서부 지역은 반대 입장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작년 조사에서는 주 전체가 75% 호의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원자력 전성시대’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급격하게 증가한 전력량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원자력 에너지 중요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를 겪은 미국에선 부정적이었던 원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빈 밀러(Kevin Miller) 아마존웹서비스(AWS) 글로벌 데이터센터 부사장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 2025’ 에너지 세션에서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예측할 때 사용하는 표준 측정 단위는 기가와트(GW)”라며 “AI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은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어서 복수 기가와트 규모의 증분 용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데이터센터가 메가와트(MW) 단위로 전력을 계획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GW 단위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1GW는 1000MW에 해당한다. 측정 단위가 1000배 증가한 셈이다. 1GW는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 세션에는 워싱턴주 유일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컬럼비아 발전소’를 운영하는 밥 슈에츠(Bob Schuetz) 에너지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 최고경영자(CEO)가 나와 원자력 수요 변화를 소개했다. 

◇ 원전 인식 변한 美, 기업들 러브콜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는 미국 원자력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다. 냉각수 상실로 노심이 부분 용융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됐고, 이후 30여 년간 미국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밥 슈에츠 CEO는 워싱턴주 내 원자력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 리치랜드 지역은 수십 년간 원자력에 75% 호의적이었던 반면, 서부 지역은 반대 입장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작년 조사에서는 주 전체가 75% 호의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동부에서만 국한됐던 긍정적 인식이 서부까지 확산됐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원자력 에너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AWS는 지난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업체인 X-에너지에 직접 투자했고,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함께 워싱턴주에 SM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리마일 원전 재가동에 투자하기로 했고, 구글도 SMR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1GW급)보다 훨씬 작은 규모(50~300MW)의 원자로로,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기존 원전보다 건설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수동적 안전 설계를 통해 운영자 없이도 자동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4시간 연중무휴로 일정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안정적인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 AI로 인한 전력 사용 증가, 원자력이 안정적

기업들이 원자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I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함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밀러 AWS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량이 AWS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며 “더 이상 작은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큰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620~1050TWh로 최대 2.3배 증가할 전망이다. 1TWh는 1000GWh(기가와트시)와 같으며, 약 33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슈에츠 CEO는 태평양 북서부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외에도 제조업 온쇼어링, 인구 증가 등으로 전력 사용 부하가 증가하고 있다”며 “워싱턴 동부는 사막 지역이지만 위도가 높고 태양 각도가 낮아 태양광 배치가 거의 없고, 풍력에 의존하는데 며칠씩 바람이 없을 수 있어 장기간 저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배터리를 발명하는 사람이 큰 부자가 될 것”이라며 현재 기술의 한계를 토로했다.

반면 원자력은 연중무휴 일정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밀러 부사장은 “204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8GW 이상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SMR 기술이 24/7 무탄소 기저부하 에너지 전달에 매우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노스웨스트는 기존 컬럼비아 발전소 용량 확대와 SMR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 1207MW 규모인 컬럼비아 발전소는 7억 달러를 투입해 200MW를 추가할 예정이며, SMR 프로젝트는 아마존이 초기 타당성 조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케빈 밀러(Kevin Miller) AWS 글로벌 데이터센터 부사장은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예측할 때 사용하는 표준 측정 단위는 기가와트(GW)”라며 “대형 AI 모델 훈련은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어서 복수 기가와트 규모의 증분 용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케빈 밀러(Kevin Miller) AWS 글로벌 데이터센터 부사장은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예측할 때 사용하는 표준 측정 단위는 기가와트(GW)”라며 “대형 AI 모델 훈련은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어서 복수 기가와트 규모의 증분 용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탈원전과 원전 확대 고민하는 韓

한국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악화됐고,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2022년 7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고, 같은 해 12월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1월에는 폴란드와도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I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도 원전 재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이버는 춘천에 이어 세종시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구축해 2023년 11월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카카오는 2024년 1월 가동을 시작한 데이터센터 안산에 이어 최근 남양주 왕숙으로 제2데이터센터 부지를 확정했다. 이처럼 앞으로 AI 수요로 인한 전력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자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202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1%가 원자력 발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35.9%, ‘현재 수준 유지’가 34.0%로 나타나 약 70%가 원전 확대나 유지를 지지했다.

정SMR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혁신형 SMR 'i-SMR' 개발을 추진해 2028년 건설 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밥 슈츠 CEO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모든 정부는 결국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한 경로에서 의견 차이가 있지만,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하기 위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밀러 부사장은 “에너지 안보는 많은 국가의 최대 관심사”라며 “에너지 부문과 기술 부문 간 강력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향후 더 많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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