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단순히 답변만 주는 인공지능(AI)을 넘어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플랫폼 ‘넥서스’와 대형언어모델(LLM) ‘엑사원 4.0’으로 법무 검토, 금융투자, 헬스케어 등에서 전문가급 성과를 내고 있다.
임우형 LG AI연구원장은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AI 컨퍼런스 어텐션(ATTENTION) 2025’ 기조연설에서 “기존의 AI는 입력을 넣어서 단순하게 답을 준다든지 어떤 특정한 액션을 하고 끝난다”며 “하지만 AI 에이전트를 통해서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스스로 생성하고 최종 결과물들까지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에이전트 기술로 실제 산업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밝혔다. 넥서스는 변호사가 며칠 걸려 처리하던 데이터 라이선스 검토 업무를 자동화하고, 엑사원은 뉴욕증시에서 S&P500을 능가하는 투자 성과를 기록하며 AI의 전문 업무 처리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 넥서스, 변호사가 하던 데이터 라이선스 검토 자동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AI 에이전트 플랫폼 ‘넥서스’는 AI 학습용 데이터의 라이선스 검토 업무를 자동화했다. 넥서스는 각 데이터 라이선스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서브 데이터까지 추적해 전체 데이터셋을 검토한 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리스크가 있다’는 최종 결론을 제시한다.
임 원장은 “AI 개발 기업이 학습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일단 데이터양이 많고 그 안에 구성되어 있는 서브 데이터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이 업무를 사람이 직접 했다. 웹사이트나 문서를 일일이 확인해 라이선스를 검토하고,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변호사까지 투입해야 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임 원장은 “넥서스를 이용한 결과, 전문가가 기존에 하던 일에 비해 훨씬 더 방대한 양과 정확한 결과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엑사원, 뉴욕증시 ETF에서 S&P500 대비 좋은 성과
엑사원 4.0은 금융 분야에서 실전 성과를 입증했다. 2023년 11월 뉴욕증시에 ETF를 상장해 실제 펀드 운용에 나선 것이다.
임 원장은 “실제 운영은 크래프트 테크놀로지라는 스타트업이 진행하고 있고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AI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ETF는 S&P500을 벤치마크로 한 각종 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뉴욕 증시에서 S&P500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 상에서도 우리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잘 운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더욱 고도화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뉴욕증시 상장 전 종목을 대상으로 기업 정보 분석부터 전망 예측, 근거 제시, 투자 리포트 생성까지 자동화하는 AI다. 임 원장은 “뉴욕에 상장돼 있는 전 종목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기업 정보를 분석하고 기업에 대한 전망을 예측하며 이에 대한 근거를 만들고 리포트까지 생성하는 AI를 제작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영국 런던의 금융그룹과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적 우위도 강조했다. 임 원장은 “32빌리언(B) 사이즈의 모델에 대해서는 우리가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며 “글로벌로 봤을 때도 글로벌 톱 수준에 랭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 제조·의료 분야까지 확산되는 엑사원 활용
제조업에서는 강화학습 기반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생산 스케줄링을 자동화하고 있다. 제조 현장은 수많은 변수와 예외 상황이 발생하는 까다로운 영역이다. 임 원장은 “제조 AI는 예외 사항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면서도 “결국 AI로 짠 스케줄을 가지고 실제 운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소재 개발에서도 AI가 활약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의 협업을 통해 화장품 원료 소재의 효과를 실험 없이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이러한 예측 기반의 소재 개발을 통해서 굉장히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었고 더 좋은 소재를 발굴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진단 속도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암세포 발병 예측 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임 원장은 “기존에는 전문가들이 한 달 이상의 분석을 통해 확인해야 했던 암세포 발병 가능성을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며 “상당히 빠른 시간에 확인해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바이오기업 잭슨랩과 함께 알츠하이머 유전적 발병 과정을 밝히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AI연구원과 잭슨랩은 지난해 12월 MOU를 체결한 뒤 올해 3월 본격적인 사업협력 협약을 맺고 공동 AI 모델 개발에 나섰다. 두 기관은 엑사원에 잭슨랩의 알츠하이머 유전자 특성 정보와 생애주기별 연구 데이터를 학습시켜 질병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양 기관은 올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회인 ICML과 알츠하이머 분야 최대 학회인 AAIC에서 총 6편의 공동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초기 성과를 입증했다. 특히 기존에 버려지던 ‘불완전한 의료 데이터’까지 활용하는 ‘MOIRA’ AI 모델을 개발해 알츠하이머 진단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임 원장은 “LG AI연구원이 추구하는 AI는 전문가를 더 전문가답게, 일반인도 전문가처럼 만들어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한 생태계 확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