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융합혁신대학원생들의 연구가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상 인식·공간 지능 분야에서 학문을 넘어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대학원생들을 만나봤다.
◇ 김지환 “비디오 속 인간 행동, AI가 읽어내”
김지환 학생은 성균관대 박사과정에서 진행한 논문을 바탕으로 최근 삼성리서치에 취업해 산업 연구원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김지환 연구원은 박사과정 시절 비디오 속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탐지하는 ‘Temporal Action Detection(TAD)’ 연구를 수행해 인공지능 분야 최상위 학회 중 하나인 ‘ICCV 2023’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AI 모델이 단순히 이미지를 분류하는 수준을 넘어, 시간적 맥락 속에서 사람의 행동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라며 “현실 세계의 복잡한 행동을 더 잘 이해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 학생은 2020~2023년 IITP 비가시 영역 복원 과제도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는 벽이나 물체에 가려 보이지 않는 영역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RGB 레이저 빔, RF 센서, 사운드 센서 등 3가지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는 세계 최초의 멀티모달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분야였고, 특히 여러 센서를 결합한 연구는 처음 시도되는 만큼 데이터 확보가 가장 큰 과제였다”며 “프로젝트 리더로서 터틀봇을 활용해 물체를 자동 이동시키고, 데이터 수집 과정을 자동화해 대량의 실측 데이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3개 연구실 20여 명 연구원과 협업한 경험은 산업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두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김지환 학생은 삼성리서치에 합류해 산업 연구원으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대학원에서 배운 문제 해결 경험이 실제 산업 연구로 이어졌다”며 “비전 생성형 AI 연구의 강점을 살려 앞으로는 피지컬 AI 분야 연구자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강토 “대마 적정 수확 시기 AI로 예측”
강토 충남대 AI융합혁신대학원 바이오AI융합학과 석사과정 학생은 딥러닝 기반 대마의 적정 수확 시기를 AI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는 재배 경험에 의존하거나 현장 실험을 반복해야 했지만 강토 학생은 위성 영상과 기상 데이터, 생육 정보를 결합해 모델을 학습시켜 수확 적기를 정밀하게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대마는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라는 성분이 가장 높은 시점에 수확을 해야 가치가 극대화된다. 숙련된 재배자가 대마 재배에서는 꽃 표면의 작은 수지 결정(트라이콤) 색깔과 꽃잎의 변색 상태를 관찰해 수확 시기를 정해왔지만 이는 주관적이고 비효율적이었다. 이 연구는 관련 특허 등록과 SCI급 논문 성과로 이어져 학문적·산업적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 연구는 최근 AI 융합 농업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돼 데이터 기반 스마트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토 학생은 AI대학원에서의 학제 간 융합 경험이 연구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농업학, 데이터 과학, AI 모델링을 함께 다룰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며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실 연구가 곧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그는 “농업 AI 전문가로 현장과 직접 연결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을 개인 단위로 수행하는 독립적인 분석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박진휘 “2D 영상에서 3D 구조를 정밀하게 추론”
박진휘 연구자는 깊이 인식 분야를 연구해 기존 산업과 연결했다. 그는 GIST 박사과정에서 기하학을 토대로 한 하이퍼볼릭 표현 학습이라는 계층적 구조를 활용해 2D 영상에서 3D 구조를 정밀하게 추론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산학 과제로 한국조선해양과 협력해 선체 표면에서 수직으로 튀어나오거나 들어가는 면외 변형을 실시간 예측하는 시스템(최종 오차 약 1mm)을 구현했다. 아울러 자율주행·로보틱스·확장현실(XR) 등으로 산업 융합 가능성을 보였다. 이 연구는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과 ‘퀄컴 이노베이션 펠로우십 코리아’를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ICCV 2025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돼 오는 10월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가 이러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AI대학원에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수학적 기초 연구와 실제 AI 구현을 동시에 훈련할 수 있었던 교육 과정이 큰 자산이 됐다”며 “학문적 호기심을 산업 적용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점이 연구자로서의 시야를 넓혀주었다”고 강조했다.
박진휘 연구자는 GIST 박사 졸업 직후 중앙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학계에서 새로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깊이 인식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푸는 것을 넘어, 인간이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모사하는 것”이라며 “로봇·의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 및 산업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해 도메인 특화형 AI를 체계적으로 개발·검증하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어 그는 “3D 콘텐츠 생성과 실세계 이해를 아우르는 기반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며 “학제 간 협력의 허브가 되는 연구실을 만들어 교육-연구-산학이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심대열 “글로벌 무대에서 AI 연구, 산업으로 확장”
현재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GenAI팀의 기술 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는 심대열 연구원은 한양대 박사과정 시절 음성신호처리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주목받았다. 그는 2021년 하반기 삼성그룹사의 온라인 컨퍼런스 솔루션인 ‘Knox Meeting’을 위한 실시간 음성 품질 향상(Real-time Speech Enhancement) 모델을 개발해 실제 제품에 탑재했다.
그는 “AI 분야는 여러 도메인에서 새로운 기법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며 “전공분야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좋은 성과들도 꾸준히 주시한다면 융합을 통해 전공분야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심 연구원은 한양대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아마존웹서비스를 거쳐 현재는 구글에서 APAC 지역 주요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구글의 생성형 AI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장준혁 한양대 교수님의 ASML 랩에서 음성신호처리의 기본부터 최신 연구까지 깊이 있게 접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을 활용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우수한 동료들이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S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경험과 AWS에서 고객사와의 접점 속에서 다양한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리드했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산업에서는 다양한 예외의 경우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연구와 큰 차이점”이라며 “구글 딥마인드는 제품팀과 연구조직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개발조직에서 연구결과를 확장하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동료들에게 모든 면에서 배우고 있다”며 “좋은 연구를 통해 AI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