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의료에 활용한 국내 의료AI 업체들이 지난 2분기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특히 국내 의료AI 1세대인 루닛과 뷰노의 성적표가 크게 두드러졌다. 루닛은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적자폭도 확대됐으며 뷰노는 매출 성장과 더불어 적자를 크게 개선했다. 셀바스AI는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했다.
◇ 해외 사업 비중 늘리며 매출 개선
국내 의료AI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해외 사업을 늘리며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루닛은 자회사 볼파라(Volpara)의 북미 네트워크를 통해 북미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루닛의 해외 매출 비중은 92% 수준으로 전년(83.9%) 보다 8.1%p 상승했다.
루닛은 오는 2027년을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았지만, 매출이 늘어남에도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루닛은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의 2027년 흑자전환 목표는 순항 중”이라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루닛의 영업손실은 78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루닛은 흑자전환의 원년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초 예상한 흑자전환은 지난해였지만 당시 올해로 미뤘고, 올해에는 2027년으로 한 차례 더 연기했다.
루닛과 더불어 국내 의료AI 투톱으로 꼽히는 뷰노는 올해 45%의 매출 성장과 적자 폭을 대폭 개선했다. 뷰노의 올해 영업손실은 1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31억4700만원) 대비 95% 감소했다.
뷰노의 실적 개선은 심정지 발생 위험 감시 솔루션인 ‘뷰노 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가 주도했다. 무엇보다도 딥카스의 하반기 해외 진출이 본격화가 예정돼 있다. 딥카스의 미국 FDA 승인은 연내에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앞서 상반기에 확보한 유럽 CE MDR 인증을 통한 유럽 진출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뷰노는 올해 4분기 연내 분기 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과 관련된 12종의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FDA에서 7건의 인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특허청(USPTO)로부터 AI 뇌혈관 질환 분석 기술에 대한 특허도 획득했다. 일본에서는 마루베니 그룹의 자회사와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했다. 현재 제이엘케이는 의료 영상 AI 솔루션 6개(JLK-CTP, JLK-PWI, JLK-NCCT, JLK-FLAIR, JLK-DWI, JLK-GRE)에 대해 일본 인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딥노이드 또한 올해부터는 일본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 2월 딥노이드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딥노이드는 일본 시장을 ‘AI 기술 검증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규제 시장에서 검증 후 일본 대학병원 등과 협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베트남과도 협업을 진행해 베트남 의료 시장서 의료 AI 솔루션을 통합한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북미, 호주, 유럽을 중심으로 지속적 매출 발생 가능한 수익모델 전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뷰노에서 인수한 VunoMed LungCT를 통해 분기 1억원 규모의 구독형 매출 확보했고 독일, 스페인 등 구독형·종량제 매출 유럽에서 개시했다. 호주에서는 지난달 국가폐암검진 시작과 함께 영상센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코어라인소프트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며 대형 영상 센터 그룹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코어라인소프트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4%로 전년 동기(37.5%) 대비 2.9%p 늘었다.
◇ 의료AI 기업들의 체질 개선 실패… 지속되는 적자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기술력과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에는 여전히 실패하며 만성적인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 기자의 취재 결과 높은 인건비와 연구개발(R&D) 등 높은 고정지출이 큰 이유로 파악된다. 특히나 새로운 기술이나 기기들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의 여러 절차와 긴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체질 개선은 점점 늦춰지고 있다. 특히나 규모와 시장이 작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의 판로 개척이 필수 아닌 필수로 꼽히며 투자해야되는 비용 부담은 늘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체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R&D 비용과 인건비, 제한적인 국내 시장, 복잡한 규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규제 개선이나 의료 보험 수가 체계 정비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딥노이드는 현재 의료AI 뿐 아니라 보안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셀바스AI는 음성 인식 기반 AI 기술을 활용해 의료 기록 자동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전개할 뿐 아니라 고객서비스·금융·교육·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