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융합혁신대학원 학생들의 연구가 세계 톱 학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가 부족한 현실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인간의 시각 대신 정교한 3D 시각화를 시도하고 대형언어모델의 지능을 끌어올리는 연구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으며 국내 인공지능(AI) 연구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 이수빈 “학생들과 연구하는 기쁨 계속 누리고 싶어”
이수빈 성균관대 박사과정 학생은 최근 세계 최대 컴퓨터 비전 학술대회인 CVPR 2025에서 구두 발표(Oral Presentation)자로 무대에 올랐다. 전 세계 수천 편의 논문 중 상위 논문만이 선택받는 자리다.
이수빈 학생은 소수의 데이터만으로도 라벨링 되지 않은 비디오를 분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Few-Shot Action Recognition(FSAR)’ 분야 연구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의료·보안 등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기존 FSAR 방식은 동작의 시간 축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비디오 간 정합 과정을 요구했지만, 이는 연산 비용이 크고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환경에서는 동작의 시작과 끝이 불명확하거나 길이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기존 방법으로는 적용이 쉽지 않았다.
이수빈 학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디오 정합 과정 없이도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매칭 전략을 탐구했다. 그 결과 제안한 방법은 다양한 FSAR 벤치마크에서 기존 기술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으며 계산 비용도 크게 줄이는 결과를 냈다. 그는 “앞으로는 이러한 효율적 모델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 목표에 대해 그는 “대학 교수로서 연구실을 운영하며 차세대 연구 인재들을 양성하고 싶다”며 “논문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연구의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며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AI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 조경수 “한 장의 사진으로도 반려견을 다시 만나다”
조경수 UNIST 박사과정 학생은 단일 이미지로 반려견의 3D 모델을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기존에는 다양한 각도의 사진이나 스캔 장비가 필요했지만 그는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반려견의 애니메이션이 가능한 정교한 3D 모델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컴퓨터비전 분야 최고 권위 저널 중 하나인 ‘국제컴퓨터비전학술지(IJCV) 2025’에 게재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 연구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확장해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조경수 학생은 “누구나 가진 사진 한 장만으로도 소중한 반려견을 디지털로 되살려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다른 전공 연구자들과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이 연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연구를 콘텐츠 제작이나 반려동물 헬스케어 같은 실제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정민 “문화유산 진단 문제를 AI로 해결할 것”
이정민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 AI 이미징 전공 학생은 RGB 이미지와 X-Ray 이미지를 융합해 사물의 내외부를 동시에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컴퓨터비전 분야 권위 학회인 ‘ICCV 2025’에 채택됐다. 겉만 보는 기존 3D 모델과 달리 외부와 내부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의료 영상, 산업 설계, 문화재 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제안한 InsideOut 프레임워크는 3D Gaussian Splatting(3DGS) 기술을 응용해 RGB와 X-Ray 데이터를 정밀하게 정합·융합하는 방식이다. 실제 연구 과정에서 유물 복제품, 의료 모형 등 자체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색상 전달과 세부 디테일 보존을 위한 새로운 손실함수와 매칭 전략을 고안했다.
문화유산 보존과학을 전공하던 그는 AI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학제 간 융합 연구의 성과를 체감했다고 말한다. “비전공자도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과과정 덕분에 AI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특히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이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과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현재 개발한 프레임워크를 더욱 고도화해 다양한 유물에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확보하고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문화유산 분석·진단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종합 솔루션을 만들어 보존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실질적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 주찬양 “韓 의료 AI 국제 경쟁력 높일 것”
주찬양 한양대 ERICA 인공지능융합학과 박사과정 학생도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적인 자연어처리 학회 ‘ACL 2025’에서 Prediction-Augmented Generation(PAG)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PAG는 대형언어모델(LLM)의 추론 능력을 추가 학습 없이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의료 진단 같은 신뢰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안정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LLM은 자유로운 생성에는 강하지만 추론과 정확성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했다”며 “PAG는 예측 모델의 결과를 단순히 복사하는 게 아니라 언어모델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만들어 더 나은 답변을 내놓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찬양 학생은 “앞으로는 PAG를 확장해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신뢰성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국내 의료 AI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은 AI대학원의 장점을 다각도의 연구 지원과 학제 간 협력 환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빈 학생은 “뛰어난 동료들과 협력하면서 여러 문제 해결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경수 학생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논문을 완성하게 됐고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의 확장성을 체감했다”고 덧붙었다. 이정민 학생은 “비전공자도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과과정과 산학협력 프로젝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주찬양 학생은 “장학제도, 자율 연구 프로젝트, 학회 교류 기회 등 다각도의 지원 덕분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