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이 국정 혼란과 정책 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 도입을 앞두고 교과목 축소, 교과서 지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추진 등 여파로 업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AIDT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AIDT가 교과서로서 지위를 잃으면 개발사들은 투자비 회수조차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으로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추진 등 국정 혼란이 지속되며 AIDT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에듀테크 관계자는 “AIDT 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나 방향성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며 “교과서의 지위를 잃고 단순한 교육자료로 전환될 경우, 시장 내 경쟁이 과열되고 투자비 회수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 AIDT, 교과목 축소 이어 교육자료 되나
앞서 AIDT 교과목 축소로 인해 개발 업체는 한번 혼란을 겪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AIDT 도입 로드맵 조정안’에 따르면, 내년 초3~4, 중1, 고1에는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AIDT가 도입된다. 하지만 2026년으로 예정됐던 초등학교 사회·과학, 중학교 과학 과목 도입은 1년 연기됐으며,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 도입은 취소됐다.
AIDT 교과목 축소로 인해 혼란을 겪는 개발사들도 적지 않다.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내년 국어·기가 AIDT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했지만, 정책 변경으로 도입이 취소되어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은 사회·과학 도입이 연기되며 프로젝트와 인력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고 교육자료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AIDT가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고 문해력 저하 및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낳는다며, 교육 참고자료 수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교과서 지위를 잃게 되면 학교가 AIDT를 채택할 의무가 사라지며,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교육자료로 전환될 경우 학교가 의무적으로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AIDT 예산이 1조 원 규모로 설정돼 있지만 교육자료로 전환될 경우 예산 확보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만약 교육자료로 전환될 경우 업계에서는 교육자료 구매를 위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육자료로 전환된다 해도 학교가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사업은 좌초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디지털 학습자료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업계들은 AIDT가 교과서의 지위를 잃고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양질의 개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AIDT가 교육자료로 전락하면 앞으로 양질의 개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AIDT에 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이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IDT 낮은 합격률, 비용 문제도 산재해
AIDT 검정 합격률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초등 수학 과목의 AIDT 합격률은 25%, 중·고등 정보 과목에서는 단 2개 업체만 통과해 15%에 불과하다.
AIDT 검정에 참여한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현재 AIDT 교과서 검정 합격률이 수학의 경우 최하 15%에 불과해 개발사 입장에서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소규모 투자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한 권당 몇십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인데 이렇게 낮은 합격률과 불확실한 정책 속에서는 누가 선뜻 투자에 나서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현재 검정에 합격한 AIDT에 대한 가격과 클라우드 비용 부담 주체 역시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현재 AIDT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클라우드 비용 부담 여부와 구독료 수준 등 핵심 사안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클라우드 비용을 정부가 부담할 것인지, 교육청이 디지털 교과서 예산을 배정해 구독료를 지원할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 입장에서는 계획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 국정 혼란, AIDT 교육 로드맵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탄핵 추진으로 인한 교육 로드맵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AIDT 교육 정책을 이끌어 온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계엄 사태로 인해 다른 국무위원들과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무엇보다 업계들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업 진행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D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AIDT 정책이 혼란에 빠져 있어 사업의 불확실성이 사업 진행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현재로서는 AIDT와 교육자료 양쪽 모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은 AIDT의 교육자료 전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육자료 전환은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역행”이라며 “정부는 AIDT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 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제 서울교대 교수는 “AIDT의 성공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며 “AIDT가 교과서로서든 교육자료로서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선생님들이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