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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디지털교과서 혁신 막는 심사기준

[기자수첩] AI 디지털교과서 혁신 막는 심사기준

  • 기자명 구아현 기자
  • 입력 2024.11.19 15:48
  • 수정 2024.11.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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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현 기자
THE AI 구아현 기자.

교육부가 교육 혁신으로 내세운 AI 디지털교과서(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 심사 기준에는 혁신을 고려한 흔적이 없었다. 지난 9월 24일 발표된 AIDT 1차 검정 결과에서 수학과 정보 과목에 출원한 발행사 대부분이 탈락했다. 이후 이의신청이 진행됐으나, 단 한 곳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IDT는 내년부터 초·중·고 수학, 정보, 영어 교과목 일부 학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AIDT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AIDT 심사 기준이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는 달리 유연하게 적용되길 기대했으나, 이의신청마저 모두 불합격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초등 수학의 경우 검정 합격률이 25%에 그쳤고, 이후 이의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2개 업체만 최종 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중등 정보 과목 역시 합격률이 15%에 불과해, 중·고등 정보 과목에서는 단 2개 업체만이 1차 검정을 통과했다.

업계에서는 심사 기준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AIDT 개발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심사기관마다 동일한 기준을 경고만 주고 통과시키는 경우도 있고, 아예 탈락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AIDT는 수정과 보완이 자유로운 디지털 형태로 제작된다. 디지털 교과서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지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내용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심사와 이의신청 과정에서는 디지털 교과서의 이러한 강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AIDT는 디지털 교과서임에도 서책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문제”라며 “수정이 바로 되는 디지털이라는 요소가 전형 고려되지 않았고, 보수적인 심사 관행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욕설 필터링 기술 심사에서는 “욕설 필터링을 적용했음에도 학생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나 욕설처럼 보이는 단어를 걸러내지 못해 감점됐다”는 사례가 있었다. 특정 사례만으로 기술 수준을 평가하면서 언제든지 필터링 업데이트가 가능한 디지털이라는 특성도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심사 기관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수학·정보를 심사한 한국과학창의재단(창의재단)이 심사를 너무 깐깐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과 심사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영어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심사를 했는데 초등 3~4학년은 1개 사를 뺀 모든 출원사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IDT 심사 기준은 혁신성보다는 안전성과 정확성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개발사들은 생성형 AI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 생성형 AI는 할루시네이션(환각) 등 잘못된 답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발자는 "초개인화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AI 기술이 이미 가능하지만, 심사 기준에서는 기본적인 기술만 넣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AIDT에 대한 교사들의 반대와 우려도 크다. 교사들의 선택 여부에 따라 AIDT 활용도가 결정되는데, 많은 교사들이 AIDT의 기술적 수준에 대해 의심을 표하고 있다. 일부 긍정적이었던 교사들도 AIDT 프로토타입을 보고 실망해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AIDT를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교육부의 과도한 욕심 때문에 급하게 AIDT를 추진한 점과 조치가 오히려 현장 반감을 높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AIDT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최근 교육부는 기존 AIDT 도입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2026년 이후 교과목 도입을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는 AI 기술을 적용한 에듀테크 도구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제미나이 AI 등 생성형 AI 기술이 교육 플랫폼에 적용돼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맞춤형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AIDT는 현재의 심사 기준과 보수적인 접근으로는 이러한 혁신 기술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AIDT가 학생과 교사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있는 교과서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다.

AIDT를 진정한 교육 혁신으로 만들려면, 유연하고 공정한 심사 기준과 함께 개발사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디지털이라는 특성을 고려하고 AI 기술과 콘텐츠의 질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AIDT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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