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용자 반발에 직면한 카카오가 결국 카카오톡 친구 탭 개편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29일 카카오톡 친구 탭을 기존 친구목록 형태로 되돌리고,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소식’ 메뉴로 분리해 4분기 내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이프카카오 25’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은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 구조로 전환했다. 기존 전화번호부식 친구목록은 사라지고,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과 게시물이 격자형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업무용 연락처의 프로필 변경 내역까지 봐야 하는 피로감”, “친구목록 찾기가 불편해졌다”, “광고가 친구 게시물과 섞여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온라인에서는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앱스토어 평점은 급락했다.
이번 원상복구 결정으로 카카오톡은 사실상 9월 23일 이전의 친구 탭 구조로 돌아가게 된다. 기존처럼 친구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정렬된 목록 형태가 복원되며, 프로필 사진과 상태메시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카카오는 친구들의 일상 공유 기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기존 피드형 게시물은 ‘소식’이라는 별도 메뉴로 분리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원할 때만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내역과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방식이다. 채팅방 폴더 기능, 메시지 수정 기능, AI 요약 기능 등 이번 개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능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카카오는 이와 함께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절차도 더욱 간소화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27일 숏폼(짧은 동영상)을 제공하는 지금탭 내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신설해 보호자가 카카오톡 안에서 바로 자녀의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은 카카오톡 지금탭에서 ‘숏폼’을 클릭하고 오른쪽 상단 설정 화면의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클릭하면 할 수 있다. 보호자는 본인 인증과 자녀 인증을 거친 후 가족관계증명서 파일을 첨부하고 보호조치를 적용할 서비스를 접수하면 된다. 다만 보호조치는 시작일로부터 1년간 적용돼 1년마다 접수를 갱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카카오는 보호조치 신청과 설정을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탭 계선 계획 외에도 여러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환경(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경청, 반영해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 내부에서는 원상복구 작업으로 개발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4분기까지 친구목록 원상복구 작업을 완료해야 해 개발팀이 고강도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개편 준비도 힘들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되돌리게 돼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래서 결정권자의 결정이 무척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 블라인드에는 “CPO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내부 직원의 주장이 올라왔다. 한국어 위키 서비스인 ‘나무위키’에도 홍민택 카카오 CPO와 관련한 문서가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