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친구탭 개편 등 이번 업데이트를 총괄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카카오 임직원을 대상으로 장문의 사내 공지를 했지만, 정작 직원과 이용자들을 향한 사과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홍 CPO는 카카오톡 첫 화면에 친구목록을 되살린다고 공지한 지난 29일 카카오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공지를 게재했다. 공지에는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진행한 배경과 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 사과는 없고 ‘지표 유지’ 강조
카카오는 지난 23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5’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특히 격자형 피드로 개편된 ‘친구탭’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결국 긴급 대책회의를 거쳐 친구목록을 기존 형태로 되살리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이전 버전으로 되돌아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년 만의 대개편이 일주일 만에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작 이를 총괄한 홍 CPO는 사내 공지를 통해 사과 대신 ‘지표 유지’를 언급하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사내 공지를 통해 친구탭 격자형 피드 도입 배경과 추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에도 앱 다운로드 수, 트래픽과 같은 지표는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지만, 업계와 이용자들은 이 같은 태도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지표가 유지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마치 업데이트가 성공적이었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5000만 국민이 사용하는 필수 앱이라 대체재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지표가 유지되는 것이지, 이용자들이 만족해서 유지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지표 유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용자들의 불만을 외면하는 태도”라며 “기업 C레벨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게 신기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업데이트 이후 앱마켓에는 1점 리뷰가 폭주했고, 라인과 네이트온 같은 대체 메신저의 신규 설치 건수가 각각 3배, 18배 급증하는 등 이용자 이탈 조짐이 뚜렷했다. 카카오 주가 역시 '이프 카카오 2025'가 진행된 23일 4.67% 하락한 데 이어 나흘간 10.69% 밀리며 6만원 선이 붕괴됐다.
◇ 실무진 반대 묵살하고 강행… 내부 반발도 거세
홍 CPO는 사내공지에서 이번 업데이트 방향을 ‘소셜 확장’과 ‘메신저 서비스 강화’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메신저의 본질을 잃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친구탭이 인스타그램 같은 격자형 피드로 바뀌면서 직장 동료, 거래처 등 공적 관계의 개인 정보까지 노출되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우려가 사전에 충분히 제기됐다는 점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 인증 게시글에 따르면, 실무진들은 반복적인 사용자 테스트(UT)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음에도 홍 CPO와 토스 출신 임원진이 이를 묵살하고 업데이트를 강행했다.
한 카카오 직원은 블라인드에 “개발자들이 우려를 전달했으나 오히려 조리돌림과 사내 괴롭힘으로 돌아왔다”며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용자들의 불만 폭주를 대응하느라 기존 직원들만 갈려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홍 CPO는 토스뱅크 출신으로, 카카오 내부에서 차기 대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현재 카카오톡, 카카오맵 등의 서비스 개발과 보완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그의 리더십과 이용자 중심 사고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어차피 이용자들은 떠나지 못한다’는 식의 오만함이 느껴진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계속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