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카카오가 ‘AI 일상화’를 무기로 AI 강자 후보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픈AI와의 협업과는 별도로 자체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AI 기술을 일상에 녹이려는 네이티브 전략에 힘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24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개최한 ‘이프 카카오(if kakao25)’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AI 기술 성과와 네이티브 성과를 공개했다. 전날 오픈AI의 챗GPT 서비스를 카카오톡에 도입하는 ‘일상 AI’ 비전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에는 단순한 AI 도구 활용을 넘어 조직 전반의 혁신, 자체 모델 개발, 안전성 확보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
◇ AI 네이티브로 조직 DNA 변화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년간의 AI 네이티브 전환 성과를 발표했다. 개인 및 소규모 팀 중심의 AI 실험부터 시작해 조직 기반 확산, 기업 차원의 AI 네이티브 전환까지 3단계로 나눠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1명의 개발자가 AI 툴을 활용해 일주일 만에 풀스택 앱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사내 해커톤에 바이브 코딩을 도입한 결과, 참가자들이 10시간 만에 아이디어를 최소 기능 제품(MVP)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이 해커톤은 기존에는 개발자와 기획자만 참여할 수 있었지만, AI 도입 후 모든 직원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가한 75개 팀 중 15%가 비개발자로만 구성됐다. 이들은 아이디어만으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100여 명이 참여한 ‘AI 마일리지 프로그램’에서는 커서(Cursor),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등 다양한 AI 툴을 자유롭게 활용한 결과, 98%가 개발 리드타임 단축을, 89%가 프로젝트 품질 향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검증 시스템 ‘Olive’에서는 평균 50~100%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카나나 모델로 자체 AI 역량 강화
카카오는 자체 개발 카나나(Kanana) 모델의 진화를 통해 독자적 AI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김병학 성과리더는 “롱컨텍스트 처리, 멀티모달 이해, 추론 능력, 외부 도구 활용 능력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 언어모델 라인업을 완성한 카카오는 3개월 만에 수학, 코딩 등 고난이도 문제 해결 능력을 개선한 카나나-1.5를 공개했다. 현재 개발 중인 카나나-2는 복잡한 지시 수행, 툴 사용, 다국어 확장, 환각 없는 답변 능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시를 따르는 ‘명령 수행(Instruct)’ 모델과 깊게 생각하는 ‘추론(Reasoning)’ 모델을 통합해 카카오 서비스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언어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모든 크기의 모델에 ‘MLA(Multi-Head Latent Attention)’ 기법을 적용해 긴 입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대규모 모델에는 ‘MoE(Mixture of Experts)’ 구조를 도입해 높은 효율성을 구현하고 있다.
생태계 확장도 추진한다.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반 개방형 플랫폼 ‘PlayMCP’와 마켓플레이스 ‘PlayTools’를 통해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한다. 사용자들은 카카오톡 내 챗GPT를 통해 자연어 대화만으로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앤트로픽(Anthropic) 클로드(Claude)에 PlayTools를 공식 커넥터로 등록하는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 안전한 AI 구현을 위한 체계화
카카오는 기술 발전과 안전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상호 AI Quality & Safety 성과리더는 “초거대 언어모델의 구조적 특성상 정보 손실, 유해 정보 추출, 악의적 이용 가능성 등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 대응책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수립한 ‘카카오 AI 세이프티 이니셔티브’는 AI 모델 전 생애주기의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다. 2018년 국내 기업 최초로 제정한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개정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다. 올해 7월에는 카나나-1.5의 안전성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기술적으로는 한국어와 문화적 맥락에 특화된 자체 AI 가드레일 모델 ‘카나나-세이프가드’를 개발했다. 카카오의 AI가 윤리적 가치를 위반하는 위험한 출력을 생성하지 않도록 사전 방지하는 핵심 기술로, 현재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AI 서비스에 탑재된다. 이 모델은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소스로 공개돼 AI 안전이 공공의 가치임을 강조했다.
국제 협력도 활발하다. AI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글로벌 AI 안전 표준 수립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 유니세프(UNICEF) 등 UN 기관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AI 안전연구소와 협력해 안전성 평가, 데이터 구축, 기술 개발 등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