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개발사업에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과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수주 경쟁에 나섰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중순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공고했다. 오는 2034년까지 전자전기 4대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사업규모는 1조7775억원이다. 방산업체가 주관으로 설계부터 체계 통합까지 진행한다.
입찰에 앞서 KAI(한국항공우주)와 한화시스템 컨소시엄과 대한항공과 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는 오는 9월 초까지 제출이며 사업자 선정은 10월 예정이다.
◇ 전자전기가 대체 뭐길래
이 사업은 항공기에 전자기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임무 장비를 탑재해 주변국의 위험 신호를 수집 및 분석 후 전시에 전자공격(Jamming)을 통해 적의 방공망과 무선지휘통신체계를 마비시키거나 교란하는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전자전기는 군사작전이 시작될 때 우선적으로 투입해 적의 눈과 귀를 가려놓고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아군 전력의 생존성과 작전효과를 높일 수 있어 현대 전장의 필수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자전기 전력화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며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은 독일·스페인 연합, 터키, 일본 등이 있다. 방사청은 지난 2023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전자전기를 도입하기 위한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했고 지난 6월 체계개발기본계획을 본격 심의·의결했다.
양 컨소시엄의 사업 주관은 각각 KAI와 LIG넥스원이 맡았다.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에서는 KAI가 항공기 설계와 개조를 맡고 체계 통합과 감항 인증을 진행한다. 이어 한화시스템이 전자전 장비를 개발한다.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기 개조를 맡고 LIG넥스원이 전자전 장비를 개발할 예정이다.
◇ KAI는 전자전 항공기, LIG넥스원은 전자기전 무기에 강해
KAI는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이 국내 기술로 전자전 항공기를 개발할 수 있는 유일 컨소시엄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전기의 개발 성패는 항공기 설계와 통합 능력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지난 30여년 간 KT-1, T-50, 수리온, LAH, KF-21 등 국산 항공기 5개 기종과 20여 종의 파생형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체 구조와 공력 특성을 고려하고 전자파 간섭과 고출력 재밍에 따른 최적의 설계를 적용하고 인터페이스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시스템은 재밍신호 생성기와 위상배열 안테나, 고출력 송출장치 등 전자전 핵심 장비 개발 능력을 보유한 업체”라고 강조했다.
LIG넥스원은 국내 전자기전 기술 발전을 주도한 국방과학연구소와의 47년간의 협업을 통해 축적해온 기술력을 강조했다. LIG넥스원은 육·해·공 영역의 전자기전 무기체계를 개발해 왔으며, 한국군에 유일하게 납품해온 업체란 점을 내세웠다. 아울러 지난 2023년 말레이시아(FA-50 RWR)와 지난해 페루(해군 함정용 종합 솔루션)와의 계약을 예시로 글로벌 전자전 주요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기술력 우위 확보로 수주해낸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업에 나선 대한항공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군용민항기를 개조·감항인증(항공기 안전성 검증 절차) 실적을 갖춘 국내 유일 기업”이라며 “해상초계기, 무인기 등 감항인증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미군 항공기 3700여 대를 출고한 실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