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은 전기나 인터넷처럼 사회 전반을 변혁시킬 범용기술일까, 아니면 곧 꺼질 기술 거품일까”
사야시 카푸르(Sayash Kapoor) 프린스턴대 연구원이 용산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서울 AI 정책 컨퍼런스 2025(SAIPCON 2025)’에서 이같이 말하며 AI 유토피아론과 거품론 사이 진짜 영향력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초지능으로 나아가는 유토피아와 기술 거품이라는 양극단 사이의 관점이 존재한다”며 “이분법적인 사고보다는 제3의 관점으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짜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푸르 연구원은 AI를 전기, 인터넷처럼 여러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기술로 구분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은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지만 실제 혁신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과정을 따른다”며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이 실생활에 채택되고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발명·응용·확산 단계를 거치는 혁신 확산 이론을 바탕으로 AI 기술의 확산을 설명했다. “현재 AI는 발명에서 응용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진정한 사회적 변화는 확산 단계에서 일어날 것이고 이는 수십 년에 걸친 점진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를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 비유해 설명했다. 자동차 기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실제로 도로 위를 달리기까지는 수많은 테스트와 규제 정비, 사회적 수용의 과정이 필요했다.
실제 데이터를 수집과 기술 개선도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도 1마일에서 10마일, 10마일에서 100마일로 점진적 확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실세계 데이터 수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푸르 연구원은 현재 AI 기술이 직면한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많은 기업들이 AI 모델 구축과 실제 제품화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언어모델이 90% 정확도를 보여도 사용자 관점에서는 10%의 오류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확산을 위해서는 AI의 지능 발전보다 AI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며 “기술의 능력보다 사회가 어떻게 권한을 배분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에 대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정부가 규제해야 하고 회복력 향상과 확산 촉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I 확산의 핵심이 기술 자체보다는 사회적 통합과 적응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책과 규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겸 가천대 교수는 “AI 혁신과 국민 안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설계와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AI 조율 체계, 글로벌 차원의 국제 협력, 민간 기업 내부의 자율적 거버넌스 등이 AI 혁신 가속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AI 기본법이 투명성 확보, 안전성·신뢰성 확보 조치, 영향평가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크리스토퍼 유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세계 각국의 AI 규제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미국의 AI 액션플랜은 혁신 지원에 집중하고, EU도 번영과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스 황 구글 아시아태평양 AI 신기술 정책 총괄은 “AI 기술의 진정한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실제 세계에서 배포되고 채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 올해 75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투자를 늘린 것은 AI뿐만 아니라 구글 서비스, 클라우드 등 전체 인프라에 대한 투자”라며 “현재는 기술 발전의 매우 초기 단계로, 과소투자의 위험이 과잉투자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