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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G1 미국 vs AI G3 목표 한국” 정반대로 가는 교육 정책

“AI G1 미국 vs AI G3 목표 한국” 정반대로 가는 교육 정책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7.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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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교육으로 연 54조원 경제효과, 韓 5300억 투입한 AI 교과서 격하
美 ‘교사는 멘토·코치’ 역할 전환 vs 韓 현장 갈등 속 정치적 결정

/일러스트=챗GPT 달리
/일러스트=챗GPT 달리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과 이미 AI 최강국 지위를 확고히 한 미국이 교육 분야에서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이 AI를 교육에 적극 도입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 5300억 원 투입한 韓 AI 교과서, 정치적 판단으로 격하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자료로 격하되며 실효성을 잃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찬성 9명, 반대 6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5300억 원을 투입해 올해 3월부터 도입한 AI 디지털교과서는 1년 만에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렸다.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학교는 의무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져 채택률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도 전국 학교 중 32%만 채택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격하에 반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안 의결 직후 “심히 유감”이라며 강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 격차 해소와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위한 필수 과제이며 우리 교육을 혁신하고 진일보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률안이 최종 확정되면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2025년에 맞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수단과 시기를 모두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교육 현장은 정반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교사 8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7.0%가 ‘정책 수립·운영에 교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81.0%가 ‘디지털 기반 교육 사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교육 현장 의견 없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일방적으로 도입됐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불만은 구체적이다. 교육부는 올해 3800억 원을 들여 AI 디지털 교원 연수를 진행했지만, 참석한 교사들은 ‘AI 빠진 디지털교과서 연수’라며 사교육의 문제풀이 교재와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미완성 상태로 연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시범 적용할 시간도 없이 바로 도입됐다고 주정했다.

교육계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가 단순 반복 학습에 그치고 있어 학력 부진 학생에게 본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금의 AI 디지털교과서는 무한반복으로 문제 풀이를 유도하는 것이라 제대로 지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美 200만 명 실증 데이터로 학습 성과 4배 향상 입증

그렇다면, AI G1 국가인 미국 상황은 어떨까? 취재 결과 미국은 체계적이고 데이터 기반으로 AI 교육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오마르 아바(Omar Abbosh) 피어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AWS DC 서밋에서 “AI 기반 개인맞춤형 교육이 미국의 심각한 교육 위기를 해결하고 연간 400억 달러(약 54조 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오마르 아바(Omar Abbosh) 피어슨 CEO는 AWS DC 서밋에서 “AI 기반 개인맞춤형 교육이 미국의 심각한 교육 위기를 해결하고 연간 400억 달러(약 54조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오마르 아바(Omar Abbosh) 피어슨 CEO는 AWS DC 서밋에서 “AI 기반 개인맞춤형 교육이 미국의 심각한 교육 위기를 해결하고 연간 400억 달러(약 54조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피어슨의 실제 성과는 놀랍다. 피어슨의 디지털 강의 플랫폼에서 AI 도구를 사용한 200만 명 학생 대상 실험 결과, AI를 활용한 학생들이 전반적인 학습 성과에서 4배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학생의 약 3분의 1이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차원 인지 능력과 추론 기술을 보여줬다.

교사들의 업무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피어슨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43%가 수업 계획에만 매주 3시간을 소비했는데, 피어슨이 개발한 ‘AI 수업 생성기’는 교사들이 퀴즈, 연습문제, 독해과제 등을 몇 초 만에 맞춤 제작할 수 있게 해 교사 업무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가상학교인 ‘커넥션스 아카데미’에서는 K-12 학생 코칭을 위한 AI 도구를 제공해 적절한 학년 수준과 과목, 커리큘럼에 맞춰 객관식과 에세이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평가를 몇 분 만에 구성할 수 있다.

◇ 美 전문가 조언 “학생과 교사가 필요한 것에서 출발하라”

킴 마제루스(Kim Majerus) AWS 글로벌 교육 담당 부사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계에 중요한 조언을 건넸다. “더 이상 교사는 교실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무대 위의 현자’가 아니다”라며 “이제 교사는 학생 옆에 서서 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멘토이자 코치”라고 AI 교육의 핵심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AI 교육의 성공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콘텐츠가 국가 표준에 부합하는 품질과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AI로 개인화 학습을 가능하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학습하는데, AI가 학생이 유창하게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면 더 복잡한 문제로 도전시킬 수 있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면 즉시 어디서 막혀 있는지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 전환과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검증된 콘텐츠가 사용 가능한 상황에서 교사들에게 동일한 기술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킴 마제루스(Kim Majerus) AWS 글로벌 교육 담당 부사장은 AI 교육 성공 조건에 대해 “첫째는 콘텐츠가 국가 표준에 부합하는 품질과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AI로 개인화 학습을 가능하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킴 마제루스(Kim Majerus) AWS 글로벌 교육 담당 부사장은 AI 교육 성공 조건에 대해 “첫째는 콘텐츠가 국가 표준에 부합하는 품질과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AI로 개인화 학습을 가능하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마제루스 부사장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언을 했다. “AWS는 고객이 원하는 결과부터 생각해서 거꾸로 해법을 찾는다”며 “한국 교육의 미래도 학생과 교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 구조적 문제에 부딪혀 있다. 한국은 AI 디지털교과서에 AWS 등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해외 클라우드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다. 외산 클라우드 업체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중’ 등급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재 AWS는 ‘하’ 등급에 머물러 있다.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 사례가 있는 플랫폼과 기술을 이용하면 그만큼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며 “보안과 국내 클라우드 실적 향상을 위해 보수적으로 대응하기보단 잘 만든 기술을 활용하고 이를 내재화해 수출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이 AI 최강국 미국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AI 기업 대표는 “데이터와 실증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시되는 한, AI G3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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