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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규모의 전쟁 끝?… 中 딥시크가 불러온 변화

AI 규모의 전쟁 끝?… 中 딥시크가 불러온 변화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1.28 15:54
  • 수정 2025.01.3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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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스타트업, 20분의 1 비용으로 오픈AI와 동등한 AI 모델 개발
첨단 AI 칩 사용하지 않고도 LLM 가동 “게이밍 GPU 수준”
韓 ‘소버린 AI’ 허울에 갇혀있을 때 中은 혁신, 올바른 전략 필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밝힌  ‘딥시크-V3’의 성능 평가 결과. /딥시크 홈페이지 캡처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밝힌  ‘딥시크-V3’의 성능 평가 결과. /딥시크 홈페이지 캡처

규모의 전쟁을 방불케 했던 인공지능(AI) 산업에 조약돌이 던져졌다. 굳이 비싼 금액을 투자하지 않아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AI 모델이 등장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딥시크-V3의 미세조정 버전 R1이다.

딥시크는 지난 22일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R1을 두 달만에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섰다고 평가되는 모델이다. 놀라운 건 개발 비용이다. 딥시크가 개발 경과를 설명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딥시크-R1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원)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으로 계산됐다. 오픈AI가 최신 생성형 AI 서비스에 투자한 비용인 1억 달러(약 1438억 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인건비 투자도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중앙TV(CCTV) 산하 영어방송 CGTN 등에 따르면 이번 AI 모델인 딥시크-R1 개발에는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을 비롯한 중국 연구자와 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이다. 1200여 명의 연구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픈AI보다 약 9배 적은 인력이 있다.

이번에 딥시크가 적은 금액의 AI 모델을 선보인 이유는 미국의 제재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은 최첨단 AI 칩을 구매할 수 없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B100, H100, A100 등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에 제한을 받는다. 이에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사양을 낮춰 개발한 H800칩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했다. 오픈AI 등 미국의 AI 업체들이 최대 1만 6000개 이상의 전용 칩이 필요한 슈퍼컴퓨터로 챗봇을 훈련키는 데 비해 딥시크 엔지니어들은 약 2000개의 칩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플로리다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콘퍼런스 연설에서 “중국과 중국 일부 기업에 대해 읽어봤는데, 한 기업이 훨씬 빠르고 저렴한 AI 방법을 고안해 냈다”며 “만약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라면 긍정적이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고,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딥시크 출시로 우리 업계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딥시크가 출시한 모델은 글로벌 AI 경쟁이 규모의 전쟁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드시 좋은 성능의 칩을 대규모로 확보하지 않아도 좋은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규모의 전쟁에서 탈피한 시선으로 AI 시장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딥시크가 게이밍 수준의 GPU로 대형언어모델(LLM)을 구동해 냈다”며 “최근 국내에서는 또 4조 원을 하드웨어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투자할 거면 트럼프처럼 700조를 투자하던가, 아니면 중국 스타트업처럼 소프트웨어 혁신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기업 대표는 “한국이 소버린 AI와 같은 허울에 집착할 때 중국 딥시크는 특정 문화에 특화된 모델이 아닌 문화적 맥락을 이해시키는 구조적 의미학습으로 균형을 이뤘다”며 “한국이 미국 따라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동안 중국은 20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전 세계 AI 시장판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도 한국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AI를 선도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번 모델을 만드는데 학습 비용이 적게 들었다고 밝힌 딥시크의 주장은 모두 믿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딥시크의 모회사인 하이플라이어(High-Flyer)는 2021년 1월 엔비디아 A100 GPU 1만 장을 확보해 AI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업은 엔비디아 GPU(H100, H20, H800) 5만 개를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대표는 “딥시크가 한 말을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이 규모의 전쟁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라이벌인 중국이 미국의 장점을 지우는 마케팅을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딥시크가 이번에 선보인 모델은 AI 규모의 전쟁에 새로운 시각을 준 것은 분명하다”면서 “한국도 인재 개발과 도전 정신,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를 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단, 딥시크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 있다. 딥시크를 사용할 때 수집하는 정보가 매우 광범위해서다. 실제로 딥시크 프라이버시 정책에 따르면, 사용 장비와 키보드 입력 패턴, IP 정보, 장치 ID 등을 모두 수집한다. 이 때문에 딥시크 사용엔 정보 침해 위험성이 클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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