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성분 정보를 분석해 건강 유해성을 정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박기홍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중국과 한국에서 수집한 초미세먼지(PM2.5)의 화학 성분과 산화잠재력(oxidative potential, OP)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의 농도만으로는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 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유발하는 산화스트레스 능력(산화잠재력)을 새로운 건강위험 지표로 활용했다.
산화잠재력은 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표로 높을수록 인체 내 활성산소를 생성할 가능성이 커져 호흡기 및 심혈관계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할 수 있다.
그동안 초미세먼지의 유해 성분과 독성을 직접 측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수년간 한국과 중국 등 국내외 도심과 농촌 지역에서 △농도 △화학 성분 △산화 독성(OP)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해 AI 모델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농도와 화학적 성분만으로 산화 독성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최적 모델을 선별했다. 산화 독성은 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로,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약 1/30 수준에 불과하다.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을 적용해 초미세먼지의 산화 독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화학 성분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 중 △망간 △납 △구리 △아연 △수용성 유기탄소(WSOC)가 중요한 요인임을 밝혀냈다. 이 중 산화 독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성분은 망간이었으며, 그 뒤로 납, 수용성 유기탄소, 구리, 아연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2.5)의 화학적 성분과 농도를 활용해 산화 독성(OP)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설명가능 AI 기술을 적용해 모델이 어떻게 산화 독성을 판단했는지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예측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 건강 영향 평가 및 정책 수립에 보다 투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XAI 분석을 통해 화학 성분 간 상호작용 효과도 규명했다.
예를 들어, 구리 농도가 0.004㎍/㎥(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 이상일 경우 수용성 유기탄소(WSOC)와의 상호작용에서 강한 길항 효과(두 물질이 서로의 영향을 약화시키는 현상)가 발생해, 산화잠재력 증가가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기존의 통계학적 분석만으로는 밝히기 어려운 비선형적 상호작용(선형적인 비례 관계가 아닌, 복잡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상호 영향)을 찾아낸 성과다.
박기홍 GIST 교수는 “미세먼지의 단순한 농도가 아니라 화학적 특성과 구성 성분 간 상호작용까지 고려한 정밀한 건강위험 평가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설명 가능한 AI’ 기법을 통해 대기오염 관리뿐 아니라 국가 정책 수립에도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지난 11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