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가장 필요한 곳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특수교육과 아동교육입니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AI 중심의 에듀테크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필요한 교육 현장에 에듀테크 기반 미래 교육이 빠르게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특수교육 AI 디지털교과서(AI교과서)를 만든 정훈 미니게이트 대표가 이같이 말하며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정책 변화로 인한 우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미니게이트는 1차 AI 교과서 사업에 참여해 국립특수교육원과 초등 3~4학년 특수교육용 AI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했다. 60여 명의 교사·교수 자문단을 구성해 현장 검증도 거쳤다. 이 AI 교과서는 학생의 인지 발달 수준과 장애 유형에 따라 교육 콘텐츠 난이도를 상·중·하 3단계로 나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의사소통 보조 △교사 알림 △진정용 음악·영상 △자막·오디오 접근성 등 특화 기능도 마련했다. 대체 텍스트 △해설 스크립트 △수어 △쉬운 어포던스 등 편의 기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글 공부에서 상 수준의 학생들은 직접 글씨를 쓰거나 배열 활동을 하도록 설계돼 능동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 중 수준 학생들은 단계별 힌트를 제공받아 한 글자씩 따라 쓰는 방식으로 학습한다. 하 수준 학생들은 단순히 터치만 해도 글자가 나타나거나 그림이 드러나는 구조로, 최소한의 조작만으로도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수학교 교사들의 경우 한 교실에서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각 학생들의 인지 수준과 장애 정도가 달라 일반 학교보다도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가 더 절실하다. 그는 “교실에서 특수학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을 살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AI 기술이 가장 필요한 곳은 특수교육”이라고 강조했다.
◇ 사회 적응 돕는 특수교육 분야, AI 기반 맞춤 교육 혁신 이뤄야
하지만 AI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되면서 특수교육에서의 AI 기반 맞춤형 교육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특수교육의 경우 지난해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추진했던 AI 교과서 콘텐츠 개발에 이어 올해 플랫폼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니게이트도 지난해 특수교육 콘텐츠 개발에 참여했다.
정 대표는 “특수교육에서의 AI 기반 교육 관련 사업들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AI 디지털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장애학생 개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학습 지도를 제공하고 학생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반 에듀테크를 활용해 학생들의 흥미유발과 수업 참여들 유도하고, 학습이력 및 콘텐츠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 학습을 진행해 자연스럽게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특수교육은 입시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학생보다 오히려 특수교육에서 AI와 에듀테크가 더 절실하다”며 “양질의 연구와 기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데이터 기반 선순환 구조를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관련 학생 데이터가 축적된다. AI가 이러한 학습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비로소 특수교육의 질이 올라가고 AI가 제대로 활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수교육 분야의 교육 콘텐츠와 연구 성과는 이미 풍부하다”며 “이 방대한 자원을 AI 기반 다양한 에듀테크를 도입해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과 제도의 안정적 뒷받침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AI가 가장 절실한 영역이 특수교육인 만큼 지원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느린 학습자 위한 위티버스, 캐나다에 시범 운영
미니게이트는 최근 캐나다 장애 아동과 성인의 교육·돌봄·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 히어앤나우 ‘(Here&Now)’와 시범사업을 협의 중에 있다. 그는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위티버스’에 특수교육 콘텐츠를 탑재해 캐나다 히어앤나우를 통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운영 기간 동안 자폐 아동과 발달 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위티버스는 2년간 40여 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해 만든 메타버스 기반 학습 플랫폼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상 공간을 탐험하면서 학습하는 방식이다. 과제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얻고 이를 통해 캐릭터 꾸미기나 AR 교구 활용이 가능하다. 또 별자리 카드, 라이브 스케치 등 오프라인 교구와 연동돼 단순한 디지털 학습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교육 경험을 제공한다. AI 맞춤형 추천 서비스, 독서 코칭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그는 “별자리 카드를 디지털 패드로 스캔하면 가상 공간에 별자리가 나타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이 캐릭터로 변신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티버스는 아이들이 단순히 화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재·카드 같은 오프라인 활동과 메타버스를 연동해 놀면서 배우는 구조”라며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뿐만 아니라 특수교육 아동에게는 학습 동기 부여와 참여 유도가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오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리는 ‘포용을 위한 인공지능, 특수교육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세미나에도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국회 세미나에서 AI 맞춤 교육이 가장 절실한 영역은 특수교육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니게이트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에듀테크 기업이다. 아람 출판사·윤선생 영어 등 주요 출판사들과 플랫폼·콘텐츠 협업을 이어왔다. 국립특수교육원과 AI 교과서 개발, 장애인 대체자료 개발 등 아동교육과 특수교육 에듀테크 분야에 집중해왔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기반 교육 플랫폼 위티버스를 출시하면서 아동·초등 교육으로 사업을 확장,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