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중국의 딥시크가 새로운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 R1’을 발표하며 세계 각국의 정부·기업들이 딥시크의 AI 모델을 사용할 것인지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딥시크의 R1이 국내외에 가져온 의미는 크다. 적은 개발 비용과 기간으로 지난해 9월 오픈AI가 출시한 추론 모델 ‘챗GPT o1’와 성능이 비슷하거나 일부 앞섰기 때문이다. 또 딥시크는 해당 모델을 일부 오픈해 다른 기업과 연구자들이 쉽게 활용하게 했다. 그만큼 기업들은 딥시크를 활용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의 AI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딥시크 모델 사용을 꺼리는 기관과 기업도 많아졌다. 말 그대로 딥시크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딥시크의 AI 모델, 장단점은?
딥시크가 내세운 장점은 저비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를 이용하는 것보다 딥시크의 R1을 이용할 때 적게는 약 70%, 많게는 90~95%의 예산이 절감돼 스타트업이나 학생들에게 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가격은 오픈AI o1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1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60달러로 책정됐으며 딥시크 R1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5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2.19달러로 책정됐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보안이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보면 딥시크는 이용자의 대화 입력 내용, 이미지, 문서, 사용기기 정보, 운영체제, IP 주소, 키보드 입력패턴 등 다수의 정보를 수집한다. 중요한 점은 딥시크가 수집된 사용자 정보를 중화인민공화국에 저장한다고 명시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정보법 제7조는 ‘중국내 모든 조직과 개인이 국가 정보 활동에 협력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중국 항저우·베이징 시에 위치한 딥시크는 중국 정부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불안감이 조성된 이유다.
중국 정부의 사상 검열이 들어갔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딥시크의 R1이 국내에서 처음 사용될 당시 딥시크는 ‘시진핑’, ‘마오쩌둥’, ‘천안문’, ‘대만은 국가인가’ 등에 대한 질문에는 회피하려는 듯한 답변을 계속해서 내놓아 ‘사상 검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질문하면 중립적인 답변을 내놓는 등 개선이 되기 시작했다.
◇ 딥시크의 AI 모델, 발빠르게 적용했지만 논란 여전히 있어
딥시크의 R1이 지난달 20일 출시 후 3주가 지난 시점에서 국내에도 AI 인재 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인재 양성보다는 개발된 AI 모델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게 더욱 경쟁력 있을 거란 시선도 있다. 실제로 딥시크의 R1을 적용한 국내 기업들도 존재했다.
국내 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딥시크의 모델을 별도의 클라우드에 탑재해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개시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수집·저장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뤼튼 또한 사상 검열 논란에서 피하기 어려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딥시크를 쓰더라도 파인 튜닝(미세 조정)의 필요성이 보인다”며 “설치형의 경우 기존 프로그램과 답변이 많이 다른편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딥노이드 또한 지난 5일 자사의 플랫폼에 딥시크의 R1 모델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딥노이드 관계자는 “R1이 적용된 딥젠은 적은 데이터로 지속적인 환경 변화에도 최적의 의료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학습한다”며 “각 병원의 의료 환경에 맞춰 AI가 스스로 학습해 점진적으로 최적화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딥시크,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딥시크가 보안이나 사상 검열 등 문제가 다수 존재하지만 당장에 가성비 있는 모델이 필요한 스타트업이나 학생들의 수요를 무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AI 모델 개발에 뒤처진 한국 등 국가에게 있어 저렴한 가격 기반의 AI 모델이란 기회이기 때문에 차단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전망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처음 오픈AI의 챗GPT가 출시했을 당시에도 보안 우려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며 “딥시크의 R1은 확실히 가성비가 있어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려되는 보안과 사상 검증에 대해서는 딥시크의 R1이 오픈소스로 공개돼있는 만큼 클라우드에 설치하고 파인 튜닝을 거치는 등 2차 가공이 가능하다”며 “보안에 대한 우려는 많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설치형을 통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할 수 있어 차단만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