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로봇이 ‘정답’처럼 이야기되는 시대다. 그러나 실제 산업의 요구는 조금 다르다. 특정한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로봇, 그 전문성에 대한 필요가 훨씬 크다.
사람은 많은 일을 일정 수준 이상 수행할 수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더 잘하고, 이동은 자전거나 자동차가 훨씬 효율적이다. 인간의 범용성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생산성 관점에서 보면 한계이기도 하다.
과거 세탁기나 자동차는 사람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었다. 판단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처럼 사고하고 결정을 내리는 AI가 등장하면서, 그 판단을 바탕으로 실제 물리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산업 전반을 바꾸기 시작했다. AI가 모터를 제어하고, 스스로 작업을 계획하여 빨래도 하고 운전도 하고 요리도 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기 이전부터 제조업 강국이었다. AI 기술에서 미국이 앞서 있지만, 미국은 제조 기반이 약하다. 피지컬 AI는 결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며, 바로 그 접점이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제조 역량이 있어야 피지컬 AI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은 세계적 강점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의 시선은 휴머노이드에만 집중돼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닮아 다양한 일을 흉내 낼 수 있지만, 그 범용성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떤 일에도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산업이 원하는 것은 모든 일을 평균적으로 하는 로봇이 아니라, 특정 업무에서 사람을 능가하는 로봇이다.
휴머노이드는 학습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인간의 동작을 그대로 복제해 AI를 훈련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효율성과 비용 구조가 시장을 결정한다. 세탁기가 결국 집안일의 표준이 되었던 이유는 사람과 닮아서가 아니라, 빨래를 가장 잘하고 싸게 해냈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물류, 청소, 제조, 식품 조리, 의료, 농업 등 각 분야는 서로 다른 최적 해상도를 필요로 한다. 어떤 곳은 바퀴가 가장 효율적이고, 어떤 곳은 팔 기능보다 이동성이 더 중요하며, 어떤 작업은 높이 조절이 핵심이 된다. 각 산업마다 최적화된 하드웨어 형태가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휴머노이드라는 하나의 형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별로 가장 생산적이고 가성비 높은 형태의 피지컬 AI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한국 제조업이 다시 세계를 선도할 기회다.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다. 피지컬 AI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다. 한국은 충분한 제조 기반과 기술적 역량을 갖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적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이 필요로 하는 로봇을 만드는 현실적인 관점이다.
전 세계가 휴머노이드에 몰려갈 때, 한국은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최적화된 로봇’을 만드는 길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천영석 대표는 쌍둥이 형제인 천홍석 대표와 함께 2015년 8월 트위니를 공동 창업해 현재 경영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한국AI로봇산업협회 이사사 및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로봇 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 설정과 제도 개선 과제 제안에 참여하고 있다. 트위니는 물류 및 공장 자동화를 위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는 자율주행 로봇 전문 기업이다. 3차원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정교한 자기위치 추정 기술을 강점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