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문한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2025’는 지난해보다 한산했다. AI 디지털교과서(AIDT) 교육자료로 지위가 격하된 여파를 전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교과서협회공동관’ 부스에서 교문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와이비엠, 지학사, 천재교육·교과서, 아이스크림미디어 등이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여 AIDT로 학교에 도입됐다가 교육자료로 법적 지위가 변경된 AI 교육자료를 선보였다.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가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줄어 보인 이유도 AIDT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아직 사용해 보지 못한 AI 교과서를 보러왔었다. 이에 박람회장에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마련한 AI 디지털교과서 체험관에 AI 교과서 업체들이 모두 참여해 프로토타입의 AI 교과서를 선보였다. 아울러 아이스크림미디어, 비상교육, YBM, 천재교육 등 AI 교과서 참여 업체들이 경쟁하듯 단독 부스를 차려 에듀테크 솔루션과 콘텐츠를 자랑했었다.
이날 만난 한 업체 관계자는 “AIDT 지위 격하 여파가 크지만 그래도 교육자료를 홍보해야 하니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 AIDT 교과서 업체는 현재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9월 중으로 1차 재판이 진행된다.
AIDT는 AIDT 교육자료로 명칭이 바뀐 채 관람객들에게 소개됐다. 명칭과 교과서라는 지위가 바뀌었을 뿐 이날 본 AIDT 교육자료는 AIDT와 똑같았다. 업데이트가 몇 번 더 이뤄졌고, 운영 방식도 비슷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포털 통합 로그인으로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고, 지위 격하로 문제가 됐던 학생 데이터도 KERIS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날 만난 다른 업체 관계자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직 1학기 AIDT 구독료도 정산을 못 받아 어렵지만 교육자료로도 이어가야 하니 나왔다”며 “교사들과 학생들이 AIDT 교육자료를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AIDT 교육자료를 사용해본 결과 많은 부분이 안정화돼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상황을 선생님의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과 학생들이 맞춤형 문제와 챗봇을 사용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영역이 돋보였다.
◇ 교육의 새로운 화두는 ‘로봇’
이날 박람회는 AIDT가 축소된 대신 피지컬AI 로봇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쏠렸다. 피지컬AI가 생성형 AI 이어 새로운 화두가 되면서 교육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AI 로봇과 교구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직접 로봇을 가지고 놀면서 코딩을 익힐 수 있는 교구들과 교육융합 로봇 등이 보였다.
또 교사 업무를 돕는 생성형 AI 솔루션들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던 서비스들이 실제 상용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엘리스그룹은 ‘AI헬피챗(AI Helpy Chat)’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는 프로토타입으로 공개됐던 서비스로 올해 본격적인 학교 공급에 나섰다. 교사들의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생활기록부 업무도 도와준다. AI 챗봇과 같은 프롬프트 화면이 나오면 대화창에 교사들은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심층조사, PPT 생성, 선생님 AI 도우미 같은 기능이 있다. 특히 세부 특기사항 작성, 행동특성 작성, 수업 지도안 도우미 등은 엘리스그룹만의 특화 기술이다.
전시장 한편에는 로봇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스포츠 로봇, 교과응용 로봇,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실제로 작동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신기해하면서 로봇 작동법을 익혔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부스에 들어서자 ‘에듀집’이라는 플랫폼 설명회가 한창이었다. 에듀집은 에듀테크 기업과 교사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이 플랫폼으로 교사들의 에듀테크 선택을 지원한다. 회원가입 없이도 이용 가능하고 수업자료실에는 다른 교사들과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 수업 지도안에서는 에듀테크 제품을 학년별 과목별로 수업에 적용한 지도안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각 교육 콘텐츠나 솔루션에 대한 심층 리뷰를 볼 수 있어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평가를 교사들이 나눌 수 있다.
설명회를 듣고 있던 전주교대 한 학생은 “이런 플랫폼이 필요했다”며 “예비교사 입장에서도 어떤 에듀테크 도구가 실제로 효과적인지 실제 후기들을 모아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