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 3층에 마련된 NIPA 디지털헬스 특별관에선 인공지능(AI)으로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솔루션이 전시됐다. 현장에 마련된 일종의 대본을 15초 이상 대답했을 뿐인데, AI는 즉시 내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해 ‘경계’ 단계라고 진단했다.
AI는 사용자의 목소리 톤과 말하는 속도, 억양의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해 정서 상태를 파악했다. 현장에 있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오차율이 1.5% 미만으로, 실제 상담 현장에서 상담사가 환자의 정서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실제 상담사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2025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에서 만난 이 기술은 한국인이 겪는 주요 문제인 스트레스를 ‘한국형 AI’로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장에 있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관계자는 “이 기술은 한국의 대표 대형언어모델(LLM)인 ‘엑사원’을 기반으로 포티투마루를 비롯한 여러 기업과 병원이 협력해 만들고 있다”며 “AI가 인류에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 OECD 자살률 1위, AI로 돌파구 찾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OECD 보건통계 2025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3.2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10.7명)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더 심각한 건 내원 후 자살률도 23명으로 아이슬란드(0.4명)와 비교할 때 50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의 배경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가량(48.1%)은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꼈고, 정신건강 위기를 겪은 이들 중 60.6%는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 이유는 ‘우려와 낙인에 대한 두려움’(41.9%)이 가장 컸다.
윤명숙 NIPA 디지털헬스팀장은 “한국 자살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현실 속에서 심리상담 전문인력과 서비스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며 “AI 기반으로 상담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심리케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18일 박윤규 NIPA 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 한국 LLM 엑사원, 심리케어 현장에 뛰어들다
이번 서비스는 음성인식으로 이뤄졌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일상 대화를 하면, AI가 목소리의 주파수, 톤, 말하는 속도, 억양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해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다. 이후 개인별 정서 상태에 맞는 스트레스 완화 방법이나 상담 연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현장에 있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단순히 진단에 그치지 않고, AI가 개인의 정서 패턴을 학습해 예방적 심리케어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혁신의 바탕은 한국산 LLM 엑사원이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 4.0은 최근 글로벌 AI 성능 분석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LLM으로 평가받았다. 이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LG유플러스의 ‘익시젠’에 포티투마루의 RAG42 기술 등이 결합해 한국어 정서 분석에 특화된 심리케어 AI가 탄생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AI가 상담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상담사에게는 상담 일지 작성과 정서 상태 파악을 지원하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24시간 언제든 접근 가능한 심리케어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술 혁신에서 사회적 가치까지
이번 기술 개발은 NIPA 주관 ‘초거대 AI 기반 심리케어 서비스 지원 사업’으로 시작됐다. 포티투마루가 주관기업으로 나섰고, LG유플러스, 셀바스AI, 다인, 서울아산병원, 성신여대, KAIST 김재철AI대학원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윤명숙 NIPA 팀장은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한국의 AI 활용과 AI 전환(AX)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해 대국민 심리케어 접근성과 연계성을 높이고, 개인의 정서적 회복에서 나아가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기술은 상담사 보조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사용자 직접 서비스로의 확장도 검토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사용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B2C 서비스 출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앱 형태로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