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뛰어난 연산력과 분석력을 갖췄지만 창의성과 감성은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AI와 협력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AI와 바둑대결로 전 세계를 뒤흔든 이세돌 9단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강단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6년 ‘알파고’와 대국에서 1승을 거두고 국내에 AI를 알린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번 학기부터 이세돌 9단은 UNIST 기계공학과 특임교수로 학생들과 격주 금요일 6시간 강의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UNIST에서 특강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학생들과 더 깊이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학기부터 6시간씩 강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단순한 기술이 아닌 AI와 인간의 창의적 사고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강의하는 ‘과학자를 위한 보드게임 제작’이라는 교양 수업은 수업 학생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이 과정은 창의성과 팀워크, 실용적 문제 해결 능력,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와 협업 능력, 창의적 발상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해다.
이 교수는 AI가 바둑의 본질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바둑이 일종의 예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바둑 분석이 더 과학적으로 변화했다”며 “하지만 AI가 아무리 정교한 수를 찾아도 인간의 직관이 가진 창조성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그는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협력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창의력, 감성, 공감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도전 정신과 AI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AI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이 부분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알파고 개발자 허사비스와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AI가 바둑에 끼친 영향을 두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이날 이세돌 교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전체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AI 스마트 캠퍼스’ 운영 계획도 소개했다. 이는 교육, 연구, 행정 등 대학 전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다. 아울러 울산 지역 산업체를 대상으로 실무 중심 AI 교육을 통해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다는 목표다.
박 총장은 “AI 스마트 캠퍼스를 실현하고 울산을 AI 제조업 혁신의 허브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AI, 반도체, 스마트 제조 분야를 핵심 축으로 융합 연구를 본격화 하고 AI 인재를 지속적으로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는 AI 교육 혁신을 위해 AIX 융합형 인재 양성, 연구 인프라 확충, 행정 혁신 등 다방면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AI 플랫폼 시범 구축과 활성화 프로그램이 시작되며,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AI 활용 교육과 지역 산업체 실무 중심 교육이 제공된다.
또한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강화하고, 자체 AI 시스템인 소형언어모델(sLM)과 자율화 실험실(Autonomous Lab)을 개발·구축해 AI 기반 연구 환경을 확장한다.
UNIST는 AI와 반도체를 핵심 축으로 삼고 융합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의 ‘반도체 특성화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삼성전자와 협력해 신설한 반도체공학과는 매년 40명의 인재를 공정 전문가로 양성 중이다.
또 UNIST는 지역 산업체를 위한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울산과정’을 운영해 기현재까지 222개사 348명의 AI 전문 인력이 양성했다. 생산 효율 향상과 불량률 감소 등의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기업 최고경영자를 위한 ‘AI CEO과정’도 출범한다.
박 총장은 “UNIST가 올해 이세돌 교수와 함께 AI 스마트 캠퍼스를 실현해 울산을 AI 제조업 혁신의 허브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