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일종의 ‘만능열쇠’로 산업 혁신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실제 산업 현장에선 활용이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더에이아이(THE AI) 취재 결과, 실제 산업 현장에선 AI에 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도입 효과 역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도입해 제대로 활용하는 AI 기술은 해외 노동자들과 교류하기 위한 AI 번역이 전부인 곳도 있었다.
실제 제조 현장에 근무하는 한 관리자는 “AI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선 AI를 활용할 수 있기는 한 지에 대한 우려가 더 많다”며 “AI 공급사들은 AI가 어떤 분야이든 하나의 만능키가 될 것이라 홍보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선 이야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 국내 제조기업 73% AI 적용?... 현장 근로자들 “체감 안 돼”
10일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73%가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시험 단계에 있다. KITA는 미국 세일즈포스의 ‘제조업 트랜드 보고서’를 인용하며 “국내 제조기업들의 AI도입 현황은 73% 수준”이라며 “글로벌 평균 80%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이 AI를 활용해 추구하는 목표는 생산성 향상과 에너지 효율 최적화 등이다. 궁극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최대 생산을 이뤄내 비용 경쟁력을 높이고 사고와 설비 고장을 예방하는 안전성을 챙기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이야기는 달랐다. AI를 현장에 적용하기엔 이르고 적용이 어렵다는 경험담이 나오고 있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AI 기술들을 적용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저것 개발한 기술들을 테스트해보며 소통하고 있지만 오히려 실제 적용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근로자들은 AI 기술 활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제조사들이 AI 기술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국내 한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AI를 도입했다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했지만, 실제 적용한 것은 사각지대나 출입 제한 구역 등 위험 지역의 접근을 막을 AI 기반 센서가 전부”라며 “사실 이러한 곳을 갈 일이 없어 AI 센서의 중요성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그나마 AI 번역 기술이 유용하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인력난에 외국인 비자(E-9)를 통해 많이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도입한 AI 에이전트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 새로 들어온 현장 노동자들의 80%가 넘는 인력이 타국에서 넘어온 근로자들”이라며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노동자들과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 소통인데 AI가 그 부분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데이터 부족으로 시간 필요… AI 만능키? 오히려 ‘AI 거품’ 될 것
아직 기업들이 AI 활용을 못 하는 이유는 데이터 부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생산라인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각 공정 분야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관련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현장마다 AI의 최적화가 필요한데 이를 구현할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철강을 예로 들면 강관, 강판, 열연 등 다루는 품목도 다르고 공장 구조도 달라서 품목과 공정에 맞는 최적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구현할 데이터는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 과정을 통해 공정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처럼 AI가 일종의 만능키처럼 모든 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업들은 AI가 모든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 같은 인식은 결국 ‘AI 거품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AI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미래만을 보고 AI를 답으로 생각하는 전망이 많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고 금전적·시간적 자원도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현장 관계자들이 보는 AI 전망은 언론에 소개되는 것과 다소 다르다”며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