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가 6일(현지시간)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통신과 AI가 AI 연결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했다.
이번 행사에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이 참관했고, 2700여 개 기업이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LG 유플러스가 단독 전시관을 처음 마련하면서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모두 참가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을 포함해 147개 스타트업 기업이 통합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했다. 한국은 스타트업 참가 규모에서 주최국 스페인(574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내 통시 3사는 이번 MWC에서 AI를 핵심으로 한 사업 전략을 대거 선보였다. 아울러 글로벌 협력을 통해 해외 진출 공략에 나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기존 통신 사업이 내수 시장의 한계로 성장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AI를 새로운 수익 창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세 기업 모두 올해부터 AI 기반 수익화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MWC에서 각 사는 AI 전략을 구체적으로 발표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 통신 3사, AI 중심 ‘신시장’ 선점 경쟁
이번 MWC 2025에서는 국내 통신 3사의 치열한 AI 사업 경쟁이 펼쳐졌다. MWC 기간 내내 AI 신기술, 협력, 전략 등을 발표했다. 3사 통신사 대표들이 모두 전시에 참석해 전시장을 누비며 AI 수익화 방안을 모색했다. 기자간담회를 열어 각 사의 AI 전략을 직접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AI DC)를 핵심으로 한 ‘AI 피라미드 전략 2.0’을 발표했다. 구독형 GPUaaS, 모듈러 AI DC, 하이퍼스케일 AI DC 등 4대 사업 모델을 통해 모든 AI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B2B 솔루션 ‘에이닷 비즈’, B2C 서비스 ‘에이닷’, 글로벌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앞세워 고객 경험 혁신을 노린다. SK텔레콤은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협력을 통해 AI DC MEP 시스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기반으로 AI 클라우드와 에이전트 사업을 강화한다. ‘K오피스’와 ‘K스트리트’ 부스에서 GPU 할당, 고객센터 지원 등 4종의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KT는 자체 AI 모델 ‘믿음’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MS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적 AI’와 보안성을 강화한 ‘KT Secure Public Cloud(SPC)’ 상용화를 추진한다. 1분기 내 300명 규모의 ‘AX 딜리버리 전문센터’를 설립해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에도 힘쓴다.
LG유플러스는 ‘안심 지능(Assured Intelligence)’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안티 딥보이스, 온디바이스 sLM, 양자암호 기반 보안 기술로 구성된 ‘익시 가디언(ixi-Guardian)’과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구글 제미나이와 연계해 발전시킨다. LG유플러스는 구글, AWS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2025~2028년 3억 달러 규모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 KT는 AI 에이전트 개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LG유플러스는 AI 에이전트, AI 클라우드 분야 각각 구글, AWS와 손잡고 AI 솔루션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
MWC 폐막 전날 열린 ‘글로벌 모바일 어워즈(Global Mobile Awards)’에서 SK텔레콤이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ICT 업계 자존심을 세웠다. 이 시상식은 GSMA가 주관하는 ‘ICT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SK텔레콤은 최고의 클라우드 설루션, 커넥티드 소비자를 위한 최고의 이동통신 서비스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해피해빗’과 ‘메타 포레스트’로 ‘착한 기술(Tech4Good)’ 부문을 6년 연속 수상했다.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는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 中, AI 기술력으로 강세
MWC 2025에서 가장 두드러진 존재는 중국 기업들이었다. 글로벌 모바일 어워즈에서 총 33개 분야 47개 상 중 절반 이상인 25개를 중국 기업이 휩쓸며 기술 패권을 입증했다. 화웨이, 차이나모바일, 샤오미 등은 AI와 통신 융합으로 경쟁력을 뽐냈다.
화웨이는 약 2700평 규모 전시 공간을 활용해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딥시크 LLM을 활용한 AI 고객센터 서비스, 모듈형 데이터센터, AI 칩 ‘어센드(Ascend)’와 연계한 사내용 AI 서비스 등이 주목받았다. 화웨이는 차세대 5G·6G 기술과 AI 기반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통신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샤오미는 AI 기술을 접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샤오미15’와 ‘샤오미15 울트라’를 공개했다. 라이카와 협업한 이 제품은 200MP 망원 카메라와 AI 기반 장면 인식 기능을 탑재해 가성비를 넘어 고급 시장을 겨냥했다. 차이나텔레콤은 IoT 기반 스마트 생태계를 강조하며 플라잉카 ‘XPENG X2’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 기업들은 AI 응용, 로봇, 모빌리티 등 다방면에서 기술력을 과시하며 한국 기업들과 격차를 벌렸다.
중국 기업의 AI 강세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화웨이 성장세를 보고 AI 분야에서 미국과 G2가 되기 쉽지 않다고 느꼈다”며 “5년 내 승부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