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에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4일 해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 25분께 같은 방식으로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국회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약 2시간 30분 뒤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이 해제 요구안에 찬성했다. 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선포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태 이후 약 45년 만에 선포된 계엄령에 국민은 불안에 시달렸다. 한밤중에 발생한 사태로 ‘서울의 봄’ 사건이 ‘서울의 밤’으로 실현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출입문은 폐쇄됐고,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경찰과 충돌했다. 서울에 장갑차가 다닌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계엄군은 국회 유리창을 깨거나 창문을 넘어 본청에 진입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서 군·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대해 인공지능(AI)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검색 시장은 AI로 변화하고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기존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나 뉴스, 블로그 목록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이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가야 한다. 필요한 정보가 없으면 이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 생성형 AI가 접목되면서 검색 단계가 줄어들었다. 사용자가 목록을 선택할 필요 없이 AI가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아주고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대화로 알려준다. 해당 내용에 관한 출처도 제공한다.
AI 검색 방식의 대표 제품은 오픈AI의 챗GPT다. 글로벌 대표 포털 기업인 구글은 챗GPT가 등장하자 2022년 21일 심각한 위기 상황을 뜻하는 ‘코드레드’를 21일 발령하기도 했다. 이후 구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국내 기업인 네이버까지 검색엔진에 생성형 AI를 접목했다. 네이버는 ‘클로바X’를 출시하며 대화형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자사 파운데이션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며 ‘소버린 AI’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정체성과 고유문화를 지키기 위해선 해외 AI에 의존하지 말고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 미국 AI인 챗GPT는 정확히 답했지만, 네이버 클로바X나 큐(cue:)는 답하지 못했다. 한국의 정체성이 흔들린 순간이다.
챗GPT와 클로바X에 똑같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어”라는 질문을 던지자 챗GPT 4o(옴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5분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45년 만의 일입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등으로 관련 내용을 정확히 답했다.
반면, 클로바X는 거짓된 정보라고 일축했다. “사용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거짓된 정보로 확인되며, 이를 유포 시에는 명예훼손 등에 의해 처벌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계엄령은 국가비상사태 시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대통령이 선포하는 것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미국 AI는 한국 상황을 잘 알지만, 소버린 AI를 강조한 네이버가 출시한 한국 AI는 국내 이슈를 알지 못했다. 네이버가 출시한 AI 검색 서비스인 큐(cue:)에서도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정치적 이슈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절했다. 물론 오픈AI의 GPT4o는 유료 버전이라고 해도 두 기업 제품의 기술력과 가치관 차이가 크다는 걸 입증한 사례다.
실제로 국내 산업 현장에서는 소버린 AI 중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네이버 AI보단 미국산인 GPT와 클로드 등을 선호하고 있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하고 있지만, 개발자들이 거부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LLM 기반으로 모델을 만드는 이들은 기술력 차이가 크다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AI에이전트 사업을 전개하는 한 기업의 AI 팀장은 “우리가 업무를 할 때 한글과컴퓨터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사용한다고 애국자가 아니라고 비난하진 않는다”면서 “기업들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더 좋은 LLM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력 차이가 워낙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자사 AI 기술에 대해 폭넓은 생성형 AI 기술 라인업을 갖췄고 이제 이런 네이버의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밀착시킬 시기라고 자평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지난 11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 24(DAN 24)’에서 “네이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고, 이후 1년간 사용자, 판매자, 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위한 수십 건의 생성형AI 프로덕트들을 테스트한 결과 상용화 단계로 들어섰다”며 “이제 네이버는 사용자와 창작자를 위한 AI 도구는 물론, SME와 브랜드사를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 보안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 영역까지 매우 폭넓은 생성형 AI 기술 라인업을 갖췄고 이제 이런 네이버의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밀착시킬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