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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압도한 국내 투자, 삼성·SK K-반도체 청사진은?

대미 투자 압도한 국내 투자, 삼성·SK K-반도체 청사진은?

  • 기자명 서재창 기자
  • 입력 2025.11.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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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 첨단 기술과 대량 생산의 '핵심 본진' 역할 지속
대미 투자, 보조금 조건에도 고객사 밀착 및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필수
국내와 미국 이원화 전략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주도권 확보 추진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거인인 삼성과 SK가 최근 각각 450조 원, 600조 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천문학적인 숫자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반도체 생산과 첨단 공정 개발의 핵심 본진임을 대변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은 대미 투자가 존재한다. 이는 고객사 인접성을 확보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진 기지의 성격이 강하다.  

◇ 역할 분담으로 본 양사의 투자 전략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당초 2028년까지 128조 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다.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삼성그룹 역시 향후 5년간 국내 연구개발(R&D)을 포함해 총 45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 5공장 공사를 개시하고 전남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등 전방위적 투자를 예고했다. 

반면, 현재까지 공개된 양사의 미국 투자 규모는 이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약 53조7000억 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를 투자한다. 국내 투자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물론 양사 모두 미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보조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최종 확정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7억4500만 달러,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의 정부 대출을 받게 됐다. 

삼성의 경우 당초 예비거래각서(PMT)에서 약속받았던 64억 달러에서 26% 감액된 규모다. 투자 규모 자체도 당초 44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축소됐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을 보면 삼성 12.7%, SK하이닉스 11.8%로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미국 반도체법의 세부 조항들을 고려하면 순수익은 더 줄어든다. 초과 이익 발생 시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나눠야 하고,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5% 이상, 범용 반도체를 10% 이상 생산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영업 기밀인 수율과 판매 가격, 가동률 등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 국내 투자, 기술 혁신과 대량 생산의 핵심

국내 투자의 대규모 확대는 산업공동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투자 발표에서 “우리는 매년 8000여 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향후 매년 최대 2만여 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역시 향후 5년간 6만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투자의 현실적 한계가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은 당초 2024년 하반기 가동 예정이었으나 2026년으로 2년 가까이 미뤄졌다. 고환율로 인한 건설비 증가, 숙련된 건설 인력 부족, 무엇보다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 지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TSMC 창업주인 모리스 창은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가 더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기를 숙련된 건설 인력 부족으로 1~2년씩 연기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SK하이닉스

SK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4기의 팹을 구축할 예정이다. 팹 1기가 청주캠퍼스 M15X 6기와 맞먹는 규모임을 감안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총 600조 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AI 메모리 수요 급증과 고성능 최첨단 공정 증가로 당초 계획 대비 투자비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투자액 역시 총 18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용인 클러스터에는 360조 원 규모의 투자가 계획돼 있다. 

이러한 투자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이다. 첨단 공정 개발, 대규모 양산, 협력사 생태계 모두 국내에 집중돼 있다. 미국 공장은 고객사 인접성 확보와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을 위한 전진 기지 성격이 강하다. 두 번째로, 미국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됐을 가능성이다. 높은 건설비, 인력난, 까다로운 보조금 조건, 불확실한 고객사 확보 등을 고려하면 미국 투자는 전략적으로 필요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국내 투자에 못 미친다는 계산이다. 

◇ 그럼에도 미국 투자는 불가피하다

미국 투자는 삼성·SK 양사에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엔비디아, 테슬라, 퀄컴, AMD, 브로드컴 등 핵심 고객사가 미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공장은 엔비디아와 TSMC와의 삼각편대를 구축해 HBM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된 AI 반도체에 인디애나 공장에서 패키징한 HBM을 공급하는 구조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인텔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 거점이 필수적이다.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 빠른 납기, 지정학적 안정성 모두 현지 생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삼성과 SK는 국내에 첨단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을, 미국에는 고객 밀착형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반도체 인력이 확충돼야 하고, 미국 현지에서의 핵심 고객사 확보 등으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끝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칩스법(Chips Acts) 지원이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한다. 국내가 여전히 핵심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국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삼성과 SK가 이 양쪽 전선에서 펼치는 전략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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