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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상반된 광물리 특성 규명… “모양은 비슷 빛 반응은 정반대”

연세대, 상반된 광물리 특성 규명… “모양은 비슷 빛 반응은 정반대”

  • 기자명 구아현 기자
  • 입력 2025.08.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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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연세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 (왼쪽부터) 강병주·김재욱· 최현우 연구원, 김우재 교수. /연세대
김우재 연세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 (왼쪽부터) 강병주·김재욱· 최현우 연구원, 김우재 교수. /연세대

국제 공동 연구팀이 스마트폰 화면이나 태양전지에 쓰이는 유기 광전자 소자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찾아냈다.

연세대는 김우재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김형준 한양대 교수팀, 독일 베를린 자유대 네이틱 아난드 판즈와니(Naitik A. Panjwani) 박사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동일한 유기 분자가 회전 이성질체 구조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빛 반응(광물리적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합체 유기 분자는 두 개의 발색단이 서로 연결된 구조로, 발색단 간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모델 시스템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전하 이동, 에너지 전달, 엑시톤 소멸, 단일항 분열 등 다양한 광물리적 현상의 핵심을 이룬다.

하지만 이들 분자는 구조적으로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어,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회전 이성질체’가 존재하게 된다. 겉보기엔 거의 동일한 구조지만, 미세한 차이로 인해 이성질체별로 빛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분자의 설계나 특성 해석 과정에서 오차나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TPBA라는 분자다. 이 분자는 빛을 내는 두 개의 부품이 연결된 구조로, 마치 관절처럼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다. 이 분자는 단일결합 회전에 의해 두 가지 형태(syn-TPBA, anti-TPBA)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 두 구조는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방식이 정반대에 가까운 ‘야누스(두개의 얼굴을 가진 신)-형’ 특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양자화학 계산을 통해 두 이성질체가 서로 다른 엑시톤 상호작용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하가 이동하는 거리에서는 비슷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의 전자 결합 방식은 전혀 달랐다. syn-TPBA는 H형 결합 특성을, anti-TPBA는 J형 결합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여기 파장에 따른 정류 상태 및 시간 분해 광발광, 순간 흡수, 시간 분해 전자 상자기 공명 분광법 등 다양한 분광 기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anti-TPBA는 syn-TPBA보다 강한 빛을 방출하고, 반응 속도는 더 빠르지만 전하 이동 능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것은 주변 환경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기름 같은 환경(극성이 낮은 용매)에서는 두 분자가 비슷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물 같은 환경(극성이 높은 용매)에서는anti-TPBA는 에너지 변환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반대로 syn-TPBA는 여전히 에너지 변환 반응이 활발히 일어났다.

연구팀은 극저온 실험을 통해 두 분자가 에너지를 변환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anti-TPBA는 일반적인 ‘스핀-궤도 계간전이(SO-ISC)’ 방식, syn-TPBA는 ‘전하 이동 기반의 스핀-궤도 계간전이(SOCT-ISC)’ 방식으로 작용해 미세한 분자 구조 차이가 빛 반응 메커니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됐다.

김우재 연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의 미세한 구조 차이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광물리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라며 “그동안 간과됐던 회전 이성질체의 중요성을 조명하고, 분자 설계 시 구조의 이질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병주 연세대 연구원은 "발색단 핵심 구조에 전략적인 치환을 통해 입체적 환경을 조절하면 특정 형태의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 방식은 원하는 광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유용해 고효율 유기 광전자 소자 개발에 중요한 분자 설계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종합 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 7월 8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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