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운전 중 멀리 있는 차량의 작은 라이트나 신호등까지 정확히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연구됐다. 자율주행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광원 탐지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배승환 인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5일 한국컴퓨터비전학회(KCCV) 2025에서 ‘A New Multi-Source Light Detection Benchmark and Semi-Supervised Focal Light Detection’ 연구를 발표하며 “기존 객체 탐지 기술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초소형 광원까지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해 뉴립스(NeurIPS) 2024 Datasets and Benchmarks Track에 게재돼 국제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 새로운 손실 함수로 가짜 양성 오류 극적 감소
기존 객체 탐지 기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짜 양성(False Positive)’ 오류였다. 실제로는 광원이 아닌 것을 광원으로 잘못 인식하거나, 반대로 실제 광원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야간 환경에서는 가로등, 네온사인, 건물 조명 등 다양한 광원이 혼재해 정확한 차량 라이트 인식이 더욱 어려웠다.
배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ightness Focal Loss’라는 새로운 손실 함수를 개발했다. 기존의 Focal Loss가 잘못 분류된 샘플에 대해서는 손실을 증가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방법은 가짜 양성 오류가 발생할 때 손실을 크게 증가시켜 AI가 이런 오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Spatial Attention Prior’라는 기법을 도입해 광원이 잘 나타나지 않는 영역에서 검출이 일어날 경우 추가적인 손실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였다. 이는 도로 환경에서 차량 라이트가 주로 나타나는 위치적 특성을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 20개의 서로 다른 객체 탐지 모델에서 평균 26%의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
◇ 반지도 학습으로 라벨링 비용 획기적 절감
연구팀은 라벨링된 데이터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지도 학습(Semi-Supervised Learning) 기법을 활용했다. 라벨이 있는 소량의 데이터로 교사 네트워크(Teacher Network)를 훈련시킨 후, 이를 이용해 라벨이 없는 대량의 데이터에 대해 의사 라벨(Pseudo Label)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배 교수는 “야간 도로 영상에서 모든 광원에 대해 정확한 라벨링을 하는 것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반지도 학습을 통해 적은 양의 라벨 데이터로도 높은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을 통해 라벨된 데이터와 라벨되지 않은 데이터를 모두 활용한 훈련이 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더 강건하고 일반화 성능이 뛰어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배 교수는 기존 방법 대비 라벨링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동등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실용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계열의 탐지기(단일 단계, 2단계, 트랜스포머 기반)에서 모두 효과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다국가 벤치마크 데이터셋으로 글로벌 표준 제시
연구팀이 구축한 ‘YLD(YOLO Light Detection)’ 벤치마크 데이터셋은 도쿄,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 등 서로 다른 국가의 야간 도로 환경에서 수집됐다. 지역마다 도로 설계, 차량 종류, 조명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을 포함한 데이터셋은 AI 모델의 범용성을 크게 높인다.
특히 매우 작은 크기의 광원(Very Tiny Objects)까지도 정밀하게 라벨링해 기존 데이터셋보다 훨씬 세밀한 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 평가에서도 MS COCO 데이터셋 수준의 다양성과 일반화 성능을 보여줘, 구축한 데이터셋의 품질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데이터셋과 코드를 모두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실제 적용 가능성도 높다. 데모 영상에서는 도쿄 도심의 복잡한 야간 환경에서도 매우 작고 희미한 차량 라이트들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r고 밝혔다.
배 교수는 “야간 운전 중 발생하는 많은 사고가 다른 차량을 늦게 발견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자율주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일반 운전자를 위한 야간 주행 보조 시스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