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15일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EXAONE) 4.0’을 공개했다. 오픈AI가 GPT-5를 하이브리드 AI로 개발 중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LG가 먼저 완성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한국의 독자적 AI 모델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정부가 ‘AI G3(AI 강국 3위)’ 목표와 소버린 AI를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해외 의존 없이 세계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국내 AI 기술 경쟁에서 보여준 LG의 압도적 속도감이다. 지난 6월 30일 네이버가 추론 AI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공개한 지 불과 2주 만에, LG가 한 단계 더 진화한 하이브리드 AI를 선보였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씽크가 추론 기능에 특화된 단일 모델이었다면, LG의 엑사원 4.0은 대형언어모델(LLM)과 추론 AI를 완전히 융합한 통합 모델을 구현했다. 단순 추론 AI를 뛰어넘어 진정한 하이브리드 AI를 완성함으로써, 한국 AI 기술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 세계 세 번째 하이브리드 AI 개발
하이브리드 AI는 기존 LLM의 빠른 답변 능력과 추론 AI의 깊은 사고 능력을 하나로 결합한 차세대 AI 기술이다. 간단한 질문에는 즉시 답변하고, 복잡한 문제에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단계별로 추론해 정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단순히 패턴을 학습해 답변하는 기존 AI와 달리, 상황에 맞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다. 사용자는 필요에 따라 ‘빠른 모드’와 ‘깊은 추론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 AI를 공개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단 세 곳뿐이다. 미국 앤트로픽(Anthropic)이 올해 2월 ‘클로드(Claude) 3.7 Sonnet’으로 선두를 달렸고, 중국 알리바바가 4월 ‘큐원(Qwen) 3’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LG AI연구원이 ‘엑사원 4.0’으로 세 번째 주자가 되면서, 한·미·중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오픈AI조차 아직 하이브리드 AI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GPT-5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LG가 이에 앞서 완성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해외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술 로드맵으로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다.
◇ 세계 최고 수준 성능과 전문가급 지식으로 실용성 입증
엑사원 4.0은 주요 AI 벤치마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다. △AI의 지식수준과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MMLU-Redux에서 92.3점, MMLU-Pro에서 81.8점을 기록했고 △코딩 능력을 측정하는 LiveCodeBench v6에서는 66.7점 △과학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GPQA-Diamond에서 75.4점 △수학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AIME 2025에서는 85.3점을 달성했다. 이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미스트랄 AI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대표 오픈소스 모델들을 모두 제치고 달성한 성과다.
특히 32B 전문가 모델은 의사, 치과의사, 한약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등 6개 국가공인 전문 자격증 필기시험을 모두 통과하는 놀라운 전문성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 AI의 강점인 자기 검증 능력이 이런 전문 분야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복잡한 의학적 진단이나 법률 자문에서 AI가 스스로 추론 과정을 점검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더 정확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B 온디바이스 모델은 크기는 작지만 오픈AI의 GPT-4o mini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다. 외부 서버 연결 없이 기기 내에서 직접 처리되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AI의 또 다른 장점인 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필요에 따라 경량화된 모델로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기기에 AI를 적용할 수 있다.
◇ 생태계 구축으로 한국형 AI 허브 구축 나서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을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프렌들리AI(FriendliAI)와 협력해 상용 API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 개발자부터 기업까지 누구나 고성능 GPU 없이도 하이브리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5일 열린 ‘엑사원 파트너스 데이’에서는 22개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하이브리드 AI 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섰다.
지난 3월 국내 첫 추론 AI ‘엑사원 딥’에 이어 4개월 만에 하이브리드 AI까지 공개한 LG AI연구원의 행보는 한국 AI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는 신년사에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쓰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