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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가 에너지 정책 지형 바꿔”… 탈원전보다 원전 확대

“AI 수요가 에너지 정책 지형 바꿔”… 탈원전보다 원전 확대

  • 기자명 유덕규 기자
  • 입력 2025.07.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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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공룡’으로 부상한 AI 산업
韓, 지리·기후적 특성상 재생에너지 발전 불리
“원전·재생에너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일러스트=챗GPT 달리.
/일러스트=챗GPT 달리.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사용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전 세계 에너지 정책 지형을 바꾸고 있다.

AI가 발전하고 수요가 늘어나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탈원전’을 외치던 세계 각국들이 잇달아 원전 확대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AI 산업의 특성상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등)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AI 산업은 일명 ‘전기 먹는 공룡’으로 불리는 고전력 산업이다. 지난해 5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국내에 새로 건설된 데이터센터만으로도 원자력발전소 53기에 상당하는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2029년까지 들어설 신규 데이터센터는 약 732곳으로 조사됐다. 신규 데이터센터들이 소비할 전력인 약 4만9397MW(메가와트)에 육박한다.

이는 1000MW급 원전 약 50기에 상당하는 규모로 한국 전체 원전(24기) 발전 용량의 2배를 넘는 막대한 전력량이다. 약 210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해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8년까지 3배로 증가해 전체 전력 소비의 최대 12%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지난 2023년 대비 165%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터센터를 통한 학습이나 개발 외에 사용만으로도 기존 검색 등에 활용되는 전력 소비량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픈AI의 챗봇 서비스인 챗GPT의 질의 1건당 전력 소비량(2.9Wh)은 일반 구글 검색(0.3Wh)의 약 10배에 달한다. AI 기반 영상·음성 생성 기술이 본격 확산되면 전력 소비는 더욱 급증할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AI의 전력 수요 급증은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끌고 있다. 탈원전에 앞장섰던 독일도 러-우 전쟁과 에너지 대란을 겪으며 원전 가동을 연장했고 프랑스는 오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원전 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원자력에너지 가속화법’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상업용 원전을 짓지 않았던 미국이 AI 시대를 맞아 원전 건설을 재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기반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3월 100% 원자력으로 가동되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6억5000만달러(8678억원)에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최대 원전 소유주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도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원전 정책을 전면 재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공식화했다.

당초 실무안에서는 신규원전 3기가 포함됐으나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1기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확대 기조는 유지됐다.

정부는 2038년까지 전력 수요가 129.3 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가운데 무탄소 전원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가 많아질수록 무탄소 기저 발전원인 원자력의 경제성이 높아진다”며 “데이터센터 착공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선제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시대에 재생에너지만을 고집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은 지리적·기후적 특성상 재생에너지 발전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지형적 제약으로 대규모 태양광 설치 부지가 부족하고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 장마철과 겨울철 일조량 부족으로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또 높은 인구밀도와 협소한 국토로 인해 풍력발전 적지도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립 구조로 보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도 AI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AI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 구성이 관건”이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AI 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AI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원전은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면서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이다. 90% 이상의 높은 가동률로 예측 가능한 대용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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