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I 서비스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확충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투자에 나섰다.
27일 데이터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7조원 규모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AIDC를 건립한다. 이 데이터센터는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다. AWS는 전체 투자액 중 40억 달러(약 5조4712억원)를 직접 투자한다. 2027년 40MW급 1차 완공을 시작으로 2029년에는 103MW 전체 시설 가동을 목표로 하며, 장기적으로는 1GW까지 확장될 계획이다.
NHN클라우드를 비롯한 국내외 AI 인프라 기업 및 벤처투자사들도 경북 포항에 2조원 투자해 AIDC를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글로벌 에코-AI 팩토리(Global Eco-AI Factory)’라고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진행된다. NHN클라우드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AI 인프라 전문기업 텐서웨이브(TensorWave), 벤처투자사 트랜스링크캐피탈(TransLink Capital), 현대건설 등 국내외 기업들이 참여한다. 이 데이터센터는 GPU 10만 장 운용이 가능한 규모로 설계되며, 사업 기간 동안 600명 이상의 신규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텐서웨이브가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과 데이터센터 운영을 맡고, NHN클라우드는 GPUaaS(GPU as a Service)를 제공할 예정이다.
◇ 기존 IT 강자들도 투자 확대
카카오, 네이버, 삼성SDS 등 기존 IT 강자들도 AI 시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S는 구미 삼성전자 구미1공장을 내후년 데이터센터로 준공한다. 카카오도 남양주시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AI 디지털 허브’를 건설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도 고성능 GPU 기반의 AI 연산 인프라 확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파주시에 6156억원 규모 AI 특화형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 알리바바클라우드도 서울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가동을 발표하는 등 국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 “민간 투자는 활발한데”… 정부 주도 국가AI컴퓨팅센터는 두 차례 유찰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은 비수도권 지역에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 장 이상 수용이 가능한 1엑사플롭스(EF)급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와 민간이 각각 51대 49 지분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센터를 운영하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 공모에서 모두 참여 기업이 없어 유찰됐다.
민간 기업들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지분 51%를 국유화해야 한다는 조건과 수익성이 담보의 불확실성,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특성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있지만 조건 완화 과정에서 사업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AI 기술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이 빠르게 지나가는 가운데 정부는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AI데이터센터 구축이 늦어질수록 국가 AI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대학이나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AI 인프라가 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과 소통으로 기준을 맞춰야 이 사업이 긍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오는 7월까지 도출하기로 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8월 말 최종 사업자 선정, 11월 사업 본격 착수, 2027년 센터 완공 등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