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과 철강 쿼터제 폐지로 비상 경영을 선포했던 현대제철에 중대재해법이란 도마 위에 올랐다. 대·내외 환경과 노사갈등 등 현대제철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 중국의 저가공세와 철강 관세 인상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부터 홍수(힌남노)와 건설 시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부터는 건설 시황 악화와 더불어 글로벌 철강시황이 둔화되며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감소했다. 이때 중국의 경기침체로 중국의 저가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고 엔저효과로 일본산 철강재가 저가로 판매되며 지난해에는 부진이 더 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시작부터 악재가 끼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쿼터제’를 폐지하고 국산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철강업계들은 철강 쿼터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점쳤지만 쿼터제마저 폐지되며 미국내에서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철강 쿼터제는 미국이 국산 철강 263만t(톤)에 대해 매년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제도를 뜻한다.
이에 더해 노사관계도 극에 치달았다. 현대제철 노조(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는 지난해 9월부터 노조와 20차례가 넘는 임단협을 진행했다. 지난 13일 23차 임단협에서 현대제철은 기본급 450%에 1000만원의 성과급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인당 2650만원 수준이다. 노조 측 성과급 요구안은 기본급 500%에 정액 18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1953년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당진제철소)를 진행하기도 했다.
◇ 비상경영 선포한 현대제철… 선포일에 사망사고까지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에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오전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이날부터 현대제철 임원들은 급여를 20% 삭감하고 해외 출장 최소화 등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현대제철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현대제철이 비상경영을 선포한지 5시간여 지난 오후 1시 16분 현대제철 포항 제 1공장에서 20대 계약직 직원이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계약직원 A씨(29)가 15m 아래 쇳물 찌꺼기(슬래그)를 받는 용기인 ‘포트’에 추락했다. A씨가 떨어진 용기 안은 100℃이상의 고온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숨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 측은 A씨가 일하던 장소에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 없었다고 밝혔다. 안전을 위한 작업표준서 등에는 안전고리를 체결하라고 돼 있으나 작업자들은 작업 속도와 현장 구조상 안전고리를 체결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대제철이 추락 위험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월 당진 실족사고 한달여 만에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매년 유사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고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말했다.
◇ 중대재해법 도마 위로
현대제철이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도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 17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비정규직 직원의 사망에 대해 조사하고 포항공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남부경찰서는 사고 현장 감식과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사는 진행 중이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을 비롯한 산업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 책임을 묻고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현대제철을 중대재해법에 따라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제철 경영진의 구조적 무관심과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참사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현대제철은 노동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