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와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올해 1만 5000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한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전력과 부지 문제 해결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년도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현황에서 2030년까지 GPU 3만개를 확보하려고 했던 계획을 4년 앞당겨 2027년까지 3만장을 확보하고 올해 안에 반을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 AI 컴퓨팅센터에는 엔비디아 GPU가 먼저 들어가고 점진적으로 국산 AI 반도체 비율을 늘릴 방침이다. 엔비디아 H100이 단종되면서 구입하는 GPU는 H200 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임 장관은 “2026년 말이나 늦어도 2027년 초까지는 3만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원래 2030년까지 마련하기로 했으나 앞당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탑재할 부지와 전력 문제가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열린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진흥과 과장은 “H200을 1만 5천장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전력과 부지 문제가 남아있다”며 “산업부, 국토부와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H200 GPU 1만 5천장을 구입하더라고 부지와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대로 가동하기 어렵다. H200은 최대 700W의 열설계전력(TDP)를 가지고 있다. H200 1만 5000장을 1시간 가동하는 전력으로 테슬라(롱레인지 기준) 140대를 충전할 수 있다. 즉 하루 종일 이들을 가동하면 테슬라 전기차를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약 800km)할 수 있도록 336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GPU 열을 식히는 데도 공조 시스템(냉각·환기)에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에 전력 확보 정책 수립과 추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력이 AI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며 “AI 시대 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중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시작도 아닌 단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가칭)을 발표한다. 양자 분야 범부처 역량을 결집하는 민관합동 양자전략위원회도 3월 내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