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민족 대명절 설입니다. 최근 인공지능(AI)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번 설에도 AI에 관한 얘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에 THE AI는 설 명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신 기술들의 동향과 청사진을 조명해 보았습니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상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는 설 차례. 잊혀가지만, 또 결코 잊을 수 없는 조상님의 얼굴을 한 번쯤은 볼 수 없을까? 반대로 추후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아끼는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차례 인사를 할 순 없을까? 이제 가능해졌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덕분이다.
추모 문화가 바뀌고 있다. 고인의 위패와 영정 사진을 보며 추모했다면 이젠 고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프리드라이프 등 상조 기업들은 AI 기업과 협업해 디지털 휴먼 기반 추모 문화를 만들고 있다. 고인의 사진이나 영상, 음성을 토대로 고인과 똑같은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추모하는 문화다. 보고 싶은 고인과 소통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AI 기반 디지털 휴먼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고인의 사진과 짧은 음성 데이터만 있으면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다. 국내 대표 디지털 휴먼 기업인 딥브레인AI는 1장의 사진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 AI 휴먼을 만들 수 있는 ‘드림아바타’를 리메모리에 적용한 ‘리메모리2’를 출시했다. 리메모리는 고인이 된 가족의 얼굴과 목소리, 표정 등을 사실 그대로 구현한 ‘AI 고인’을 제작하는 AI 추모서비스다. AI를 활용한 신개념 추모 문화를 제시하며 지난 CES 2023에서 가상·증강현실(Virtual & Augmented Reality)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리메모리2는 생을 마감한 고인도 AI 휴먼으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현하고자 하는 모델에 대한 생애 스토리와 사진을 가족들에게 전달받으면 돼서다. 문구는 400자 기준 1분이면 충분하다. AI 고인으로 제작된 영상은 PC와 모바일, 태블릿, 키오스크 등 영상을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관련 기술들은 미디어 등에서 소개됐다. 2020년 12월 9일 엠넷(Mnet)이 방영한 AI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이 대표 사례다. 해당 방송에서는 심근경색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故터틀맨(임성훈)의 모습을 복원해 무대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2023년 1월 방영된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 설특집 15화에서는 응삼이로 알려진 배우 故 박윤배 배우가 가상인간으로 출연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들은 처음에 그를 보고 놀랐지만 이어 함께 대화하고 감동을 나눴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23년 4월 중국 상하이에 사는 우 우류(24)씨는 최근 친할머니와 나눈 통화 영상을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공개했다. 영상에서 우류 씨와 할머니는 “할머니, 아빠가 최근에 전화했죠?”라고 안부를 묻고, “응. 술 좀 그만 마시라고 했어”라고 답하는 등 일상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이 영상은 차이니데일리 등 중국 매체에 기사화됐다. 그 이유는 할머니가 지난 1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랐던 우류씨는 할머니가 세상을 등지자 보고픈 마음에 AI 기술로 그를 부활시켰다. 여러 장의 할머니 사진과 AI 기술로 할머니 모습을 한 가상인간을 만들고, 과거 할머니와 통화한 음성 녹음파일을 이용해 목소리도 구현했다. 그는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AI가 더욱 할머니처럼 행동하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으로 이러한 추모 문화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디지털 휴먼 구현 수준이 낮아 퀄리티 문제가 있었지만, 이젠 기술 발전으로 사진과 영상 데이터가 부족해도 높은 퀄리티의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딥브레인AI 관계자는 “기존에 AI 휴먼을 제작한 경험을 토대로 어깨나 고개 각도 등의 움직임의 퀄리티를 상당수 올렸다”면서 “기존에 AI 휴먼을 만든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휴먼의 퀄리티는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