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지게차 사고 방지를 위한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적용했다. 최근 한 조선소에서 근로자 안전을 위해 AI CCTV 설치를 추진했다가 노동조합 반대로 무산된 것과는 다른 행보다. AI CCTV 설치에 대해 SK케미칼 관리자와 근로자들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THE AI 취재결과 SK케미칼은 울산공장에 지게차 사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AI CCTV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는 CCTV 카메라에서 촬영된 영상을 AI가 분석해 사고 위험이 있는 경우 관리자와 현장에 자동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일례로 작업자가 지게차와 너무 가까이 있거나, 지게차가 정해진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 즉시 경고음과 방송을 통해 안전 위반을 알린다.
지게차 사고는 산업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재해 사고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산업 현장에서 지게차 사고를 경험한 근로자는 총 2559명이었다. 2021년에는 1396명이, 2022년엔 1163명이 사고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자 수는 2021년 21명, 2022년은 11명이었다.
지게차 사고는 주로 충돌, 협착, 전복, 낙하 등으로 발생한다. 운행 중 작업자가 부딪히거나 깔리기도 하고, 지게차가 넘어져 운전자가 다치기도 한다. 운반화물이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사고도 많다.
정부에선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지게차 후방안전조치를 의무화하고, 소규모 사업장에는 지게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스마트 장치 보급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사고는 지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SK케미칼은 AI CCTV 기반 지게차 사고 안전 확보에 나섰다. 관계자는 “AI CCTV를 설치하기 전 과도하게 알람이 울리거나 오작동이 되는 경우를 염려했는데 그런 점이 적었다”면서 “작업자들이 업무에 집중하거나 딴짓을 할 때 지게차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AI가 24시간 지켜보면서 예방해주다 보니 사업장이 훨씬 안전해졌다는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지게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AI CCTV를 도입한 건 SK케미칼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림기계도 작업자 안전과 지게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AI CCTV를 도입했다. SK케미칼과 한림기계 모두 국내 비전 AI 기업 인텔리빅스의 제품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기업들은 최근 논란이 됐던 AI CCTV 설치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개념치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한 조선소는 대표이사 지시로 위험한 작업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AI CCTV 설치를 추진했다가 노동조합 반대로 무산됐다. 근로자의 인권침해가 사유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첨단 안전 투자를 늘리겠다는 경영진의 설명에도 노동조합은 과도한 감시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도입을 막았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산업 안전을 위한 AI CCTV 설치 의무 제도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하기도 했다.
기노시다 요시끼 한림기계 대표는 “AI CCTV를 설치하기 전에는 인권침해 등에 관한 직원들의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막상 AI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니 직원들이 안전을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작업 현장의 6대의 AI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더 설치해줬으면 좋겠다는 건의 사항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