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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AI가 낳은 악몽”… 누구나 딥페이크 대상이었다

[종합] “AI가 낳은 악몽”… 누구나 딥페이크 대상이었다

  • 기자명 서예림 기자
  • 입력 2024.08.28 18:57
  • 수정 2024.08.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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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96건 딥페이크 피해 발생, 학생·교사 주요 타깃
불법 합성 외 여성 지인을 도촬 후 성적 조롱하기도
교육부 긴급 TF 구성… “명백한 범죄 행위”

딥페이크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피해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딥페이크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피해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면서, 여성들의 인권과 존엄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예고된 범죄임에도, 법적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대학가와 심지어 중·고등학교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네이티브(Native) 세대라 불리는 10대가 가담하면서 그 피해는 더 확산됐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중 36.9%인 288명이 10대 이하의 미성년자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자신의 일상 사진이나 영상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합성돼 유포되는 피해를 겪었다.

◇ 딥페이크 범죄 실태… “X감으로 쓰인거에 감사하라”

딥페이크 영상물 사태는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적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여성, 특히 미성년자였다. 최근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에만 196건의 학생과 교사의 딥페이크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179건은 수사 당국에 의뢰됐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피해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내용이 공유됐다. 범행 대상은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었다. 일부 대화방에서는 심지어 피해자를 신체적으로 조롱하거나 도촬(도둑 촬영)한 사진을 공유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벌어졌다.

구독자 수 119만 명에 달하는 유튜버 뻑가는 이 사태에 대해 “호들갑을 떤다”며 조롱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뻑가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중고대학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SNS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사진을 삭제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비꼬았다. 그는 “이렇게 호들갑 떠는 글이 퍼지고 있다”고 조롱하면서 이러한 정보에 밀접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22만 명의 딥페이크 텔레그램방 참여자 수에 대해 “한국인의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전 세계의 0.33%에 불과하다”며 “22만 명 중 0.33%는 726명에 불과하다”고 수치를 왜곡하며 딥페이크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발언을 했다. 또 “여성 기자와 정치인들이 이 이슈를 선동하고 있으며, 좌표를 찍어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음모론적 주장을 펼쳤다.여성 혐오 발언으로 많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커뮤니티에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제보에 따르면 대학생들이라면 필수로 이용하는 시간표 공유 앱이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학생은 “요새 널린게 AI 합성인데, X감으로 쓰였다는거에 만족하고 살아라”라며 “그만큼 너가 매력적이라는거고 실제로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범죄냐”고 글을 올렸다.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 빨간점으로 표시된 곳은 피해 추정 학교다.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 캡처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 빨간점으로 표시된 곳은 피해 추정 학교다.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 캡처

◇ 여학생부터 여교사, 친족까지도 범죄 대상

범행 대상은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특정 텔레그램 방에서는 교사들의 사진을 이용해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방에선 “여러분들이 평소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모욕하는 곳”이라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해당 방에서 도촬 방법을 공유해 피해 교사 사진과 함께 몰래 획득한 신분증을 함께 올리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 높은 수위의 ‘상위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내용도 공지됐다. 해당 방에 들어가려면 교사로 보이는 인물의 도촬 자료를 최소 300장 이상 제출해야 했다. 심사에서 우대받기 위해서는 현역 고등학생임을 증명하거나 자료의 양이 많고 지속적으로 업로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안내됐다.

뿐만 아니라, 이들 방에서는 알려진 딥페이크 불법 합성 외에도 어머니, 누나, 여동생, 아내, 여자친구 등 가까운 여성 지인을 몰래 촬영하고 그 사진을 공유해 성적 조롱을 일삼는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나이와 실명을 공개하며 자신의 아내가 옷을 벗은 상태로 몰래 촬영한 사진을 공유한 사례도 확인됐다. 방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출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피해자가 잠든 사이 몰래 옷을 걷어 올리거나 심지어 수면제나 마약류를 사용해 불법 촬영한 사진까지 게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모 대학 익명으로 올라온 딥페이크 사태 게시물. /인터넷 갈무리
모 대학 익명으로 올라온 딥페이크 사태 게시물. /인터넷 갈무리

◇ 딥페이크 사태에 정부와 교육 당국의 대응

정부와 교육 당국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를 24시간 365일 접수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전용 배너를 설치하고, 모니터링 인원을 2배 이상 늘려 성범죄 영상물을 신속히 적발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딥페이크 피해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피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이 빠르게 유포되는 상황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딥페이크 영상물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관계 당국에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지시했다.

여야 정치권도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29일 국회에서 딥페이크 문제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고, 민주당은 피해자 보호 방안을 강화하고 제작·배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도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협력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영상물 삭제 지원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에 대해 신고하면 빠르고 효과적으로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를 제공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신속한 영상물 삭제 지원”이라며 “서울시는 이미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를 통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이번에 방통위와 협력해 더욱 강화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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