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와 전남대 공동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3차원 영상기술을 활용해 전자기기의 열을 효과적으로 식힐 수 있는 고분자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는 고방열 소재의 성능을 두 배 이상 높였다.
김채빈·이재근 응용화학공학부 교수와 안효성 전남대 석유화학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데이터 기반 설계 방식을 통해 고분자 소재 안에서 열이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구조를 AI로 스스로 최적화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알루미나 미세입자와 실리콘 고무(PDMS)를 섞어 만든 복합소재의 열전도도가 기존보다 2배 이상 향상된 6.89 W/m·K에 도달했다.
핵심은 ‘AI 실험 조합 찾기’였다. 연구팀은 베이지안 최적화(Bayesian Optimization) 알고리즘을 이용해 입자 크기와 혼합 비율을 수백 번의 실험과 예측을 거쳐 자동으로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90μm, 20μm, 3μm, 0.6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입자가 가장 조밀하게 채워지는 조합을 알아냈다. 이것이 열이 빠르게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드는 핵심 구조였다.
소재 내부가 실제로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3D X-ray CT(컴퓨터단층촬영)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로 내부의 입자 연결 상태, 기공 분포, 표면적 등을 정밀하게 시각화함으로써 ‘열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열전도도는 필러(입자)의 부피, 굴곡 정도, 필러–수지 계면 면적 등 세 가지 요인에 따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김채빈 부산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작위성이 큰 복합소재의 구조를 데이터로 해석하고, AI가 스스로 최적의 구조를 찾아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향후 전기차 배터리, 위성, 항공기 등 고방열 시스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컴포지트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Composites Science and Technology)’에 오는 11월 10일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