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상조회사의 ‘옥장판’으로 둔갑했다. 과거 다단계 회사들이 옥장판을 미끼로 사람을 끌어모아 영업했듯, 이제는 상조회사들이 챗GPT 무료 강연을 내세워 영업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챗GPT 열풍에 편승한 상조회사들의 기만적 영업행위가 자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AI 시대 대비법’, ‘챗GPT 활용법’ 등을 알려준다고 사람들을 모은 후 실제로는 상조 상품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에 관한 강연은 있었지만, 누구나 아는 기초 활용법에 대한 짧은 강연이었고, 강연 대부분 시간은 상조 상품 홍보와 판매에만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강연에 참석한 50대 남성은 “보람상조에서 AI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 참석했지만, 실제로는 30분 남짓 형식적인 설명 후 2시간 이상을 상조 가입만 종용했다”며 “강연도 누구나 알법한 이야기를 짜깁기한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해당 상조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40대 남성은 “상조 영업팀 중 일부에서 강하게 영업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강연을 미끼로 한 영업은 사실 지속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조회사들의 강연을 분석한 결과 판매 목적을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해당 강연엔 고등학생 등 미성년자는 참여할 수 없었다. 강연은 프롬프트 입력 방법, AI 실습 등으로 구성됐지만 직장인이나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강연 구성은 처음부터 판매에 쉽게 현혹될 수 있는 장년층을 겨냥한 미끼 강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조회사의 상품 홍보 및 가입 유도는 강연 중간중간마다 진행됐다. 이탈자를 막고 판매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한 방법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30대 남성은 “상품을 소개할 때도 만기 시 전액 환불 가능성은 알려줬지만,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이나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상품을 판매할 때 바로 계약서를 낸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사전에 얘기된 이들이거나 상조회사 직원 같았다”고 말했다. 또 “행사엔 15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이들 중 3분의 2가 상품을 가입해 놀랐다”며 “AI를 정말 배우고 싶어서 온 사람들의 열정이 상조회사 상술에 놀아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I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조회사들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 AI 교육 시장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중장년층의 디지털 교육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상조회사들이 AI 강연을 미끼로 사용하면서 일부에선 ‘AI 교육=사기’라는 등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건전한 AI 교육 업체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진짜 AI 전문가들의 강연도 의심받고 있다. 대학교수나 연구소 전문가들이 주최하는 정당한 AI 강연에서도 참석자들이 “혹시 뒤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대학교 교수는 “대학에서 지원을 해서 지역에 거주하는 대상자에 한 해 AI 강연을 주기적으로 열고 있는데, 다른 목적이 있는지 의심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회사들이 돈을 벌겠다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그로 인한 후폭풍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중장년층의 디지털 교육 기회 박탈로 이어진다. AI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던 중장년층은 이런 사기 사례들로 인해 관련 교육을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50대 직장인은 “AI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떤 강연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AI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 국가 전체의 AI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민의 AI 리터러시 향상이 시급한 시점에서 오히려 AI 교육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어서다.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유튜브 등에서 관련 광고를 봤는데 강연자 수준도 그저 그랬고 강연 내용도 크게 없었다”면서 “전문적인 강연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AI를 잘못 알려줘 더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면 당연히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곳들이 늘어나겠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며 “관련 규제나 법들이 생겼으면 한다”고 희망했다.